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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입국 제한과 금지

美, 20여년만에 이스라엘인 일부 입국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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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민간인 폭행 가담자-가족 대상

“클린턴 행정부 이후 첫 제재 조치”

가자 남부거점 칸유니스서 시가전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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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폭행한 일부 이스라엘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입국을 5일 금지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줄곧 밀접한 관계를 맺은 미국이 ‘중동 맹방’ 이스라엘 국민의 입국을 막은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이는 빌 클린턴 행정부(1993∼2001년) 이후 처음이라고 정치매체 액시오스가 전했다.

전격적인 비자 금지는 최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남부에서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면서 민간인 희생 우려가 커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을 선제 공격한 하마스와의 교전은 지지하지만 이 외 지역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는 것을 제어하기 위해 강도 높은 제재를 취했다는 의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폭력 행동, 팔레스타인 주민의 필수 서비스 접근을 제한하는 일에 연루된 이들에 대한 비자 제한 정책을 오늘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 또한 “입국 금지 대상자가 미 비자를 이미 소지했더라도 취소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폭력에 직접 가담한 이스라엘인은 물론이고 그 직계 가족 또한 미국에 입국할 수 없게 됐다. 최소 수십 명의 이스라엘인이 미국 땅을 밟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곳곳에 국제법상 금지된 유대인 정착촌을 속속 건설하며 논란을 빚었다. 올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이에 분노한 일부 극우 유대인이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공격한 것 또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극우 성향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두 번째 집권기였던 1996∼1999년 당시 클린턴 미 대통령과 내내 대립했다. 집권 첫해인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슬로 평화협정’을 중재한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반(反)팔레스타인 성향이 강한 네타냐후 총리의 집권을 원치 않았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6년 이스라엘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정적인 시몬 페레스 전 총리의 승리를 도왔음을 퇴임 후 인정했다. 네타냐후 총리 또한 클린턴 전 대통령을 ‘극단적인 친(親)팔레스타인 성향’이라고 비판했다. 두 정상의 이런 대립이 비자 금지로 이어진 셈이다.

미국의 제재에도 아랑곳 않고 이스라엘군은 5일 가자 남부의 거점 도시 칸유니스에서 하마스와 시가전을 벌였다. 일부 탱크는 주거지 인근으로 진입했다. 이에 따른 민간인 희생 우려로 이스라엘을 맹목적으로 지지할 수도 없고 완전히 거리를 두기도 어려운 미국의 고민 또한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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