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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남중국해 분쟁’ 중국 견제하려…미 해군 전투함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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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미국 안정의 최대 위협” 발끈

한겨레

필리핀 해경이 지난 4일 남중국해 휫선 암초 부근 자국 수역에 떼를 지어 불법 진입한 중국 해상 민병대 선박 사진을 공개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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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갈등이 미-중 간의 날카로운 입씨름으로 커지고 있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이 바다에 전투함을 진입시키자 중국은 미국이야말로 평화와 안정의 “최대 위협”이라며 발끈했다.

톈쥔리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 대변인은 4일 누리집에 올린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미 해군 연안전투함(LCS) 개브리엘 기퍼즈함이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의 세컨드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 암초) 인근 해역에 진입했다며 “인민해방군 남부전구가 해상 부대를 조직해 전 과정을 추적하고 감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의도적으로 남중국해를 교란하고 중국의 주권과 안전을 심각하게 침해하며 지역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고 있다”며 “이것은 미국이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에 가장 큰 위협이라는 것을 충분히 설명한다”고 주장했다.

미 해군도 이날 성명을 내어 개브리엘 기퍼즈함을 이 해역에 파견한 것은 “일상적인 작전이었다”며 “미 7함대는 수십년 동안 그래왔듯이 매일 남중국해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유지에 미국이 전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해묵은 미-중 공방이 최근 격렬해지는 것은 중국과 필리핀의 분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3일 중국 선박 135척이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휫선 암초(중국명 뉴어 암초) 주변에 몰려와 위협을 가했다고 밝혔다. 이 장면을 보여주는 외신 사진을 보면 중국의 민간 선박으로 보이는 배들이 일렬로 늘어서 시위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필리핀 해경은 지난달 13일에는 중국 선박이 111척이었으나 이렇게 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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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는 4일 정례 브리핑에서 “뉴어 암초는 중국 난사군도의 일부”라며 “이를 포함한 남중국해 관련 수역은 중국 어선의 중요 조업지이자 피난처이다. 중국 어선의 합리적, 합법적 행동에 대해 필리핀이 무책임한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올 들어 중국과 필리핀은 남중국해의 세컨드토머스 암초 부근에서 자주 충돌하고 있다. 중국 해경선은 지난 8월과 지난달 10일 이 지역을 지키는 필리핀 군함에 보급품 등을 전달하려던 선박을 향해 물대포를 쐈다. 지난 9월엔 필리핀 해경이 중국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에 설치한 300m 길이의 부표를 철거했다.

필리핀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시절엔 중국과 관계를 중시했으나 지난해 6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취임한 뒤 미국과 협력을 강조하는 쪽으로 외교 방향을 틀었다. 필리핀은 미국과 협상을 통해 지난 2월 미군이 사용할 수 있는 필리핀 내 기지를 기존 5곳에서 4곳 더 추가했다. 이 가운데 루손섬 북단에 위치한 카가얀주 해군기지와 대만까지의 거리는 약 400㎞로, 대만 유사사태(전쟁) 등이 발생하면 미군의 주요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2016년 남중국해 내 90% 지역에 대한 중국 정부의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당시 재판소는 중국과 필리핀이 자주 맞붙는 세컨드토머스 암초는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 내에 있다고 판단했다. 중국은 이후 미국 등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남중국해 내 여러 섬에 활주로와 미사일 기지를 설치하는 등 요새화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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