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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수도권 썰렁 상권, 플리마켓으로 ‘심폐소생’ ... 찾아가는 팝업 만든 ‘이 회사’[그래도 오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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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전국 1만 6000여 농산품, 공예품 셀러들이 참여, 560여회 이상 ‘찾아가는 팝업’을 연 ‘뜻밖의 시장’(마켓메이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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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스타트업에 너무 매진하다 ‘번아웃’이 왔다. 회사를 정리, ‘이제 좀 쉬고 싶다’며 새롭게 터전을 마련한 곳이 경기도 동탄이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구축돼 있고 신도시답게 널찍널찍한 공원 등 장점이 많아 보여서다.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 아쉬운 점도 있었다. 소셜미디어(SNS)만 보면 서울에서는 정말 다양한 팝업스토어, 트렌디한 브랜드가 매일매일 선보이고 있었다. 반면 수도권으로 눈을 돌려보면 상대적으로 이런 문화혜택을 누리기 힘든 것이 사실. 그래서인지 인근 백화점 팝업 행사를 할 때면 많은 인파가 몰렸다.

게다가 대단지 아파트에 살아보니 현지 상권에도 문제가 꽤 보였다. 아파트는 완판됐지만 상가는 공실이 태반이었다. 커뮤니티 공간이라는 아파트 광장도 썰렁하긴 매 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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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있는 공간일 입주민과 동네사람들이 모두 참여하는 작은 축제로 변화시킨 뜻밖의 시장. 올해 11월 수원아이파크시티7단지 모습 (마켓메이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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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2016년 일단 본인이 관심 가는 수공예 장인, 소상공인, 맛집트럭 등에 일일이 전화해서 ‘뜻밖의 시장’이라는 플리마켓(벼룩시장)을 열었다. 지금으로 따지면 길거리 ‘팝업 스토어’인 셈이다. 그런데 이름처럼 ‘뜻밖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수도권 소재 국내 대형 건설사, 공실로 고민 많은 대형 건물주, 시행사, 대단지 아파트 입주민들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자기네 공간에서도 정기적으로 이런 이벤트를 열어달라는 요청이었다. 물론 아파트 단지별로 부녀회가 나서서 일일 장터를 여는 곳도 있긴 하다. 그런데 판매상품이 다양하거나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뜻밖의 시장’이 코로나19 때도 살아남은 비결이다.

지금은 올해 12월 기준 네이버밴드 ‘마켓메이커’에 가입된 입점업체(셀러)만 1159곳, 팝업스토어 개최 560회(약 5000시간), 한번이라도 참가한 지역 셀러만 1만 6000곳에 달하는 규모로 커졌다. 이제는 수도권 썰렁(?) 상권뿐만 아니라 서울 구도심, 신규 건물주, 제주도 등 전국단위 요청이 쇄도할 정도다.

창업자는 전세운 마켓메이커(법인명) 대표. 그는 “‘심심해서’ 시작한 일이 기업화돼가는 과정 자체가 신기하다”며 활짝 웃었다. ‘찾아가는 팝업스토어’라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든 전 대표를 만나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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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만 6000여 농산품, 공예품 셀러들이 참여, 560여회 이상 ‘찾아가는 팝업’을 연 ‘뜻밖의 시장’(마켓메이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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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스스로 ‘어? 왜 이렇게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지?’라면서 놀랐다고 했다. 급성장한 비결은 뭐라고 보나.

수도권, 신도시 지역은 구매력은 상대적으로 뒤지지 않는데 소비, 문화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직장, 자녀교육 등등 여러 이유 때문에 서울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온 이들이 많았다. 이미 취향과 안목은 높은데 현장에서는 이를 채워주지 못하니까 ‘뜻밖의 시장’이 그만큼 주목받게 된 듯싶다. 지금은 국내 대형 건설사, 시행사도 연락와서 아예 제휴를 맺고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처음엔 ‘찾아가는 팝업스토어’ 사업자로 인식하더니 지금은 상업공간의 MD(머천다이저, 상품기획자)와 LM(Leasing management, 임대전문가)으로 대접해주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서 공간 컨설팅 계약을 하는 곳도 생겼다. 잠재력이 있는 신규 상업공간에 소상공인입점을 도와주는 식이다.

Q. 최근 팝업이 하나의 굵직한 트렌드가 되고 있다. 2016년부터 일찌감치 이런 사업모델을 구축했는데 이런 현상을 예상한 건가.

전혀 아니다. 다만 리테일의 역사 속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싶다. 과거에는 물건만 만들면 팔리던 시절이 있었다. 이후 제품이 넘쳐나게 됐고 온라인 커머스도 발달해 이제는 ‘어디서 팔아야 하는지’가 중요한 시대로 변모했다. 이 때문에 쿠팡같은 거대 플랫폼이 나올 수 있었다. 또 그만큼 고도의 마케팅과 기획이 필요한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 브랜드, 소상공인은 어떻게 적응해야할까. 그 해답 중 일부가 ‘뜻밖의 시장’을 운영하다 찾았다. 코로나19 때 온라인 일변도에 지친 소비자가 많았다. 엔데믹이 되자 오프라인 소비의 매력에 새삼 눈을 떴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오프라인은 온라인이 줄 수 없는 체험과 의외성을 제공한다. 지금 성수동에서 다양한 오프라인 팝업이 열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뜻밖의 시장’의 별명이 ‘찾아가는 팝업’이 된 것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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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만 6000여 농산품, 공예품 셀러들이 참여, 560여회 이상 ‘찾아가는 팝업’을 연 ‘뜻밖의 시장’(마켓메이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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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야외행사가 다수면 변수도 많을 듯싶다. 아무래도 날씨 영향을 많이 받을텐데.

물론 그렇다. 그래서 우천을 뚫고도 올 수 있게 만드는 기획이 중요하다. 기획 초기단계에서 야외 공간의 감성을 극대화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한다. 가령 ‘스트링 라이트(줄로 연결한 조명)’ 설치를 통해 따뜻하고 감성적인 야외공간을 연출하며 핸드메이드로 제작된 우드 배너 등 오브제를 활용한다. 물건만 진열된 팝업스토어보다는 그 공간을 고객들이 즐기게끔 전체 공간을 감성적인 공간으로 구성하는데 공을 많이 들였다. 또 해당 지역에 있는 셀러와 공연자들을 섭외해 흔히 집앞에서 접하지 못하는 다양한 즐길 거리를 무료로 제공했다. 인근상점과는 오프라인 당근마켓(중고시장)같은 공간도 함께 만들어 지역민 참여율을 높였다.

Q. 뿌듯한 때는 언제인가.

지역 기반 셀러들이 전국구로 알려졌을 때다. 경기도 양평에서 도라지 농사를 지어 기관지에 좋은 도라지조청을 판매하는 ‘참융뜰’이라는 브랜드 셀러가 있다. 온라인 네이버스토어와 로컬 팝업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2019년 동탄 신도시에서 열린 뜻밖의 시장에 참가해 하루1600만원어치를 팔았다. 온라인과 비교할 수 없는 성과(ROI)였다고 했다. 경상남도 하동의 귀농인이 운영하는 ‘시골집장가네’라는 브랜드 역시 직접 담근 된장, 대봉, 김부각, 딸기, 생강즙 등을 판매하는데 팝업스토어가 열릴 때마다 매번 완판이다. 이처럼 대부분 참여 셀러들이 ‘뜻밖의’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은 입점업체 난립으로 광고효율이 제한적인데 반해 오히려 오프라인 팝업스토어 입점은 짧은 시간, 저렴한 비용으로 고객을 직접 대면하고 판매, 홍보하는 채널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따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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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상점과 협업 사례. 군포삼성마을에서 열린 ‘뜻밖의 시장’에서 근처 피아노학원생이 연주해 지역민 참여율이 높았다. 덩달아 학원은 홍보와 상담을 병행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켓메이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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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타 팝업은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는데 ‘뜻밖의 시장’이 주는 차별점은?

오프라인이니까 일정이 365일 딱 정해져 있다. 날짜, 장소만 정해지면 그때부터는 오히려 쉽다. 이미 플랫폼처럼 셀러들을 모아놨기 때문에 한두달 전에 셀러들에게 참가신청 공지만 띄우면 끝이다. 이후 행사에 필요한 물리적 공간의 디자인, 셀러 구성(가령 판매와 체험, 공연 등), 장비 세팅을 마치면 행사 전날 대부분 사전준비가 끝난다. 야외면 더 좋다. 따로 건물 인테리어에 신경 안써도 되니까. 그래서 지난 560여회 행사를 치르는 동안에도 사실상 1인 기업 형태로 진행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큰 규모의 의뢰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 투자유치를 통해 전문기업으로 도약시키려 한다.

Q. 사업모델, 수익구조도 궁금하다.

우리는 셀러의 판매매출에 대해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보통 백화점의 팝업스토어는 판매(매출)수수료 구조로 책정하지만 우리가 정한 셀러들의 참가비로 수익구조와 사업비용을 창출한다. 뜻밖의 시장에 참여할 셀러는 1팀당 참가비 명목으로 10만원~20만원을 내면 끝이다. 그 돈으로 공연, 이벤트, 셀러 판매에 필요한 일체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 초기 셀러나 참가비 지급이 어려운 분들에게는 제품이나 스토리텔링이 매력적이면 무료로 부스를 제공해주며 성장 동기부여와 영감을 주고 있다. 오프라인 팝업은 이미 노하우가 쌓여 영업이익률은 30% 이상이다.

Q. 팝업스토어가 범람하고 있다. 성공하는 팝업, 실패하는 팝업을 가르는 변수가 있을까.

브랜드 또는 상업공간의 지루함은 곧 죽음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브랜드의 본질을 스스로 해석하고 이야기하는 역량이 지금은 가장 필요하다고 본다. 즉, 오래된 브랜드는 ‘우리 제품은 늘 똑같아’‘해볼 수 있는 시도는 다 해봤어’와 같은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 이런 때도 시대적 요구, 맥락을 풀어내 소비자에게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활명수가 성수동에서 이색 팝업을 성공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소비자는 익숙하면 쳐다보지 않고 낯설면 도망간다’‘모두를 위한 건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라는 말을 브랜드 사업자 스스로 새겨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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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역 인근에 열린 ‘뜻밖의 시장’. 코로나19 기간에도 큰 호응을 얻었다 (마켓메이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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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팝업은 어떤 식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나.

전세계 리테일 시장이 D2C(온라인 직접판매)에 도전하고 있다. 기술도 평준화되고 있으며 소비자의 대체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며 물류의 장벽도 낮아지고 있다. 고정화돼 있는 공간의 지속성은 그 누구도 담보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처럼 고객 경험을 기반하며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는 가까운 미래에 고객 소통에 가장 중요한 브랜드 채널로 재정립되고 자리매김 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 변화와 흐름은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지역 상권에 맞는 로컬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10년 가까이 쌓은 수도권 고객 수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역 맞춤형 오프라인 매장, 브랜드 사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 각 지자체에서 손을 내밀어서 신규 사업을 내놓을까 한다. 내년부터 개인 셀러로 구성된 농수산 관련 제품을 지자체와 협업, 지역 특산물, 조합 등의 제품을 수도권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소개, 판매하는 농수산 전문 팝업스토어를 새롭게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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