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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법원 “김만배 발언, 단순 허언 아냐”··· ‘정영학 녹취록’ 일부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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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 9월8일 ‘대장동 일당’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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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 증거인 ‘정영학 녹취록’ 일부에 대해 법원이 “김만배의 발언을 허언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서 받은 돈이 이 대표 선거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가 지난 1일 선고한 김 전 부원장 등의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정영학 회계사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대장동 사업 이익을 어떻게 배분할지 논하는 대화를 녹음한 일명 ‘정영학 녹취록’ 내용 일부가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녹취록에 나오는 자신의 발언이 “허언”이었다는 김씨 주장을 기각한 것이다.

재판부는 “본인에게 이익을 더 귀속시키기 위한 다소의 과장이나 거짓이 섞여있을지언정, 장기간에 걸쳐 같은 취지와 맥락 하에 발언이 반복해 행해졌다”며 “여타 민간업자 등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형성해왔고 김용, 유동규 피고인 등과도 장기간 교류해온 사정 등을 보면 이러한 발언을 단순히 허언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그간 정 회계사가 녹음하는 걸 알고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김씨가 본인의 발언이 녹음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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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서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3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30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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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가 ‘정영학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이 대장동 관련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재판에선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김 부원장 등이 이익 배분을 논의했는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김 전 부원장,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김씨로부터 천화동인 1호 배당금 700억원(세금 공제 후 428억원)을 나눠 갖기로 약정받았다며 ‘정영학 녹취록’ 중 김씨 발언을 주된 근거로 제시해왔다.

재판부는 김 전 부원장이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받은 돈이 이재명 대표의 선거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대선 경선 준비 비용을 자발적인 자원봉사와 갹출로 해결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경선 준비 규모에 비춰볼 때 (갹출로) 해결될 수 있는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 측이 20대 대선 예비경선 후보자 등록일 이전부터 서울 여의도 주변 2곳에서 사무실을 운영했는데, 갹출만으로는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또 자발적인 지출이 있었다면 구체적인 분담내역에 대한 자료가 있을 법한데 “피고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비용 결제내역 등 객관적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종 증거들을 보면 김 전 부원장의 범행 시기는 대선 경선 조직 구성과 준비 등을 위해 정치자금이 필요했던 시점”이라며 “(불법 정치자금 6억원은) 경선준비 등 공적 정치활동을 위한 비용으로 일정액이 소비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전 부원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받은 1억원에 대해서도 뇌물은 아니지만 ‘정치자금’의 성격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했다. 다만 1억원 수수 시점인 2014년 4월로부터 7년(정치자금법 위반 공소시효)이 지나 정치자금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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