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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6 (월)

[단독] 아시아 8개국, 윤석열 정부에 ‘우려’ 공식 서신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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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보내달라’면서 정작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 줄여

한겨레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들이 12일 오전 10시께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의정부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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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도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을 전액 삭감한 뒤 한국과 고용허가제 협약을 맺은 아시아 국가들이 정부에 센터 폐쇄에 대한 우려를 담은 공식 문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는 9월 말 한국과 비전문 취업(E-9) 비자 협정을 체결한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 삭감과 관련한 서한을 받았다. 정부가 국회에 예산 전액 삭감안을 제출한 지 2주 정도가 지난 시점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아시아 8개 국가 대사관이 지원센터 예산 삭감 이야기를 듣고 서한을 보낸 것”이라며 “우려 표명이라기보다는 ‘설명을 듣고 싶다’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이 문서에는 지원센터 폐쇄 이유, 다른 대안의 존재 여부에 대한 질의 등이 담겼다고 한다.

하지만 서한을 보낸 한 아시아 국가 대사관 관계자는 “우려를 밝힌 것이 맞다”고 했다. 지원센터 폐쇄에 대한 소식을 듣고, 한국과 비전문 취업 비자 협정을 맺은 아시아 16개국 대사관의 노무관이 함께 논의한 끝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냈다는 것이다. 한국과 비전문 취업 비자 협정을 맺은 국가는 네팔, 동티모르, 라오스, 몽골, 미얀마, 방글라데시, 베트남,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중국, 캄보디아, 키르기스스탄, 타이, 파키스탄, 필리핀이다. 이 가운데 우리 정부에 직접 공문을 보내는 데까지 동의한 국가는 8곳이었다.

외국 대사관들이 주재국 정부의 예산안에 대해 집단적으로 의견을 표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가 이름이 드러나길 원하지 않은 주한 아시아국 대사관 관계자는 “우리가 공식적으로 한국 정부 정책과 관련해 문서를 보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그만큼 지원센터가 없어질 때 생길 문제에 대한 걱정이 컸던 것”이라고 했다. ‘단순 질의’였다는 고용노동부 입장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분명히 반대 의견을 담았다”고 했다.

외국인 노동자 규모는 늘리면서 지원은 없애는 우리 정부의 이주민 정책에 대한 불안도 컸다. 앞서 정부는 지난 27일 내년 고용허가제 외국 인력 도입 규모를 올해보다 4만5천명 늘어난 16만5천명으로 확정했다. 비전문 취업 비자 발급 대상도 외식업계 등까지 확대했다. 또 다른 주한 아시아국 대사관 관계자는 “한국에 오는 노동자 수는 계속 늘어날 텐데, 상담 수요를 어떻게 감당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국 정부는 예산이 없다고 하지만, 그냥 지원할 생각이 없는 것 아닌가 의심도 든다”고 했다. 정부가 삭감한 전국 40여개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예산은 2023년 기준 71억800만원이었다.

한겨레

법무부 직원이 7일 경북 경주시 한 공장에서 미등록 체류 이주민 단속 도중 한 여성 이주노동자의 목을 조르고 있다. 영상 갈무리


이주노동자를 ‘값싸게 쓸 노동력’ 정도로만 보는 정부 태도에 국내외 아시아인들의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타이 방콕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노이(44)는 한겨레에 “타이 사람 대부분은 합법적으로 일하러 갔다가 한국의 열악한 노동 환경 때문에 불법이 된다. 최근 유튜브에 한국 경찰이 타이 사람을 폭력적으로 다루는 모습이 올라와 국민 감정이 그다지 좋지 않다”고 했다. 베트남 하노이의 한국계 회사에서 일했던 홍늉(28)은 “요즘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에서 일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일하는 환경이 훨씬 좋은 일본을 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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