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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올해 한국 영화 부진에 시상식 후보작도 흉년… “2~3년 후가 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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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상 심사위원들 고충 토로

조선일보

지난 15일 열린 제59회 대종상 시상식에서 사회를 맡은 차인표와 장도연. /대종상영화제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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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영화 심사 하면서 힘들었다. 코로나 이후 시장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 같다.” “한국 영화 상황이 좋지 않다고 느꼈다. 후보가 약해서 고르기 힘들었던 부문이 있었다.”

올해 한국 영화의 부진이 시상식 후보작 흉년으로 이어졌다. 본지 취재 결과, 하반기 양대 시상식인 대종상과 청룡상 심사위원 중 상당수가 “예년에 비해 경합작이 적어 아쉬웠다”고 했다. 심사 고충을 토로한 한 심사위원은 “후보작 5편 중 적어도 3편은 수준이 비슷해서 심사위원 간 토론이 격렬하게 일어나야 하는데, 올해는 경합할 만한 작품이 많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심사위원은 “극장에 관객이 오지 않아 그런지 예년에 비해 저예산 영화가 많았다”며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더욱 하향 곡선을 그릴 것 같아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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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제44회 청룡상 시상식의 사회자 김혜수와 유연석. /송정헌 스포츠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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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에 대해서는 이른바 ‘창고 영화’를 드는 의견이 많았다. 코로나 이전에 찍어뒀다 뒤늦게 개봉한 영화가 많아 시의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묵혀둔 영화는 감이 떨어진 영화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창고 영화는 코로나 이후 높아진 관객 눈높이에 안 맞고 시대에 뒤떨어진 감이 있다” 등의 지적이었다. “전반적으로 소재가 다양하지 못했고, 세상을 보는 관점이 정형화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예년과 유사한 수준이었다는 견해도 일부 있었다. 한 심사위원은 “후보작을 가리기 어렵지 않았으며, 독립영화 중에도 좋은 작품이 많았다”고 했다. 또 다른 심사위원도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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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원


심사위원들은 “올해보다 2~3년 후가 더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촬영에 들어간 영화가 적어 2~3년 후 개봉관에 걸릴 영화가 크게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전 찍은 작품이 있어 내년에는 개봉작이 크게 줄지 않을 수 있으나 내후년부터는 스크린쿼터조차 못 채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영화 ‘밀수’로 올해 청룡상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제작사 외유내강의 강혜정 대표는 “올해 촬영에 들어간 영화가 매우 적다고 알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한국 영화 침체가 2~3년 정도 더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10월까지 극장 개봉 영화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다소 줄었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올해 극장 실질 개봉작(40회 이상 상영)은 월 평균 16.4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1편에 비해 월 평균 1.5편 감소했다. 반면 극장을 찾은 관객은 지난해보다 늘었다. 10월까지 누적 관객 1억79만1711명으로, 1억명을 돌파한 시점이 지난해보다 한 달 정도 빨랐다.

그러나 늘어난 관객은 한국 영화가 아니라 외국 영화를 선택했다. 지난해 10월까지 한국 영화 점유율은 58%였으나, 올해는 같은 기간 외국 영화 점유율이 58%를 차지하며 판세가 역전됐다. 김형호 영화 시장 분석가는 “관객은 극장 영화를 보러 나설 의향이 있음이 통계로 입증된다”며 “관객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만들기만 한다면 천만 영화가 다시 등장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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