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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김범수의 남자 ‘카카오 치부’ 폭로···“특정부서 골프회원권 프로투어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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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영입 후 준신위 합류한 김정호 총괄

“김 창업자 요구로 조사···두 달간 전쟁”

연봉·복지 격차, 일감 몰아주기 등 공론화

김 총괄, 폭언으로 윤리위 회부···쇄신 진통

준신위는 폭로 관련 “논의한 적 없는 사항”

경향신문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 겸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 카카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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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본격적인 내부 혁신에 속도를 내면서 카카오가 진통에 휩싸였다. 폭언으로 사내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이 사내 치부까지 공개하며 ‘작심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김 총괄은 김범수 위원장이 카카오 쇄신을 위해 지난 9월 삼고초려 끝에 무보수로 영입한 인물로,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 위원에 합류한 유일한 카카오 인사다. 김 총괄은 네이버 공동창업자로 NHN 한게임 대표를 지냈고, 지난해 5월부터 김범수 개인 사회공헌재단인 브라이언임팩트 이사장을 맡고 있다.

공식 출범 전인 준신위는 29일 김 총괄의 행보에 대해 “(준신위와) 논의한 적이 없는 사항”이라며 김 총괄의 발언에는 선을 그었다. 카카오 윤리위원회 논의 결과에 따라 김 총괄의 거취에도 변동이 생길 수 있어 준신위의 출범과 향후 쇄신 과정에 상당한 파열음이 예상된다.

김 총괄은 이날 개인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을 통해 첫 출근 날 김범수 창업자에게 ‘골프 회원권을 조사해 정리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카카오가 망한다면 골프 때문일 것이라는 소문이 많았는데 파악해보니 100여명의 대표이사들은 골프 회원권이 없고 특정 부서만 투어프로 수준이었다”며 “한 달에 12번이면 4일짜리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대회 3주 연속 출전 수준”이라고 직격했다.

김 총괄은 “회원권을 75% 매각하겠다고 보고하자, 김 창업자에게 ‘비상경영회의 때 PT도 하고 결재를 올려달라’는 답을 받았다”며 “그 후 두 달간은 전쟁 수준의 갈등이 있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김정호 총괄 페이스북 갈무리.


김 총괄은 폭언을 한 과정에 대해서도 전날 장문의 글로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카카오 AI 캠퍼스 건축팀(카카오 스페이스 직원)을 제주도 프로젝트에 투입하자고 제안했으나 ‘이미 정해진 업체가 있다’고 주장하는 한 임원과 갈등으로 10분 정도 언쟁이 계속됐고, 아무 말도 안 하는 다른 임원들을 보다 분노가 폭발했다고 밝혔다.

김 총괄은 “(공사규모가)700억~800억원이나 되는 공사업체를 담당 임원의 결재나 합의도 없이 (한 임원이) ‘그냥 원래 정해져 있었다’고 주장하는데 왜 모두 가만히 있는가”라고 물었고, “그간 문제라고 생각했던 사례를 이야기하며 ‘이런 개X신 같은 문화가 어디 있나’라고 (욕설을) 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특히 개X신이라는 용어를 쓴 것에 사과한다고 3번 정도 이야기를 했다”며 “업무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다가 나온 실수였다”고 했다. 이어 “그에 따르는 책임은 온전히 제가 지겠다”며 “이걸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정하면 따라야 한다. 그러면(밀려나면) 부정 행위자에게 시정명령을 내릴 수 없고 인사조치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총괄은 그간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도 공론화했다. 부서 간 연봉 편차와 임원진·직원 간 복지 격차·초호화 골프회원권 문제, 제주도 본사 부지의 불투명한 운영 등을 낱낱이 공개했다.

그는 카카오의 경기 안산 데이터센터와 서울 도봉구에 설립 예정인 공연장 서울아레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의혹도 문제 삼고 있다. 카카오도 해당 의혹에 대한 제보를 받고 내부 감사에 돌입한 상황이다. 해당 제보는 카카오가 공개 입찰을 거치지 않고,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한 대기업 계열사에 몰아줬다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김 총괄의 행보에 대한 외부 평가는 분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폭언을 들은 당사자가 아닌 감사를 받는 다른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한 것을 보면 쇄신에 대한 내부저항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창업자의 뜻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는 만큼 김 총괄의 거취에 따라 혁신에 힘이 실릴지를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페이스북을 통한 폭로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부 사법 리스크로 시작된 위기를 내부로 확대시켜 자중지란에 빠지게 만들었다”며 “폭로를 통한 여론전으로 내홍을 키우는 건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김 총괄이 올린 글에 대해 “공식 입장이 없다”고 했다. 준신위도 김 총괄의 행보에 대해 “준신위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준신위 관계자는 “공동체 협약 체결 후 공식활동을 개시할 예정”이라며 “카카오가 진행하는 윤리위원회 조사 결과를 보고 (김 총괄의) 준신위 참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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