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전세계 코로나 상황

‘마이코플라즈마’ 등 중국 대유행…‘제로 코로나’의 빚 갚는 중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h730’을 쳐보세요.

폐렴의 일종인 마이코플라즈마균에 의한 급성 호흡기 감염증이 중국에서 대규모로 확산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상황 파악에 나서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강력한 ‘제로 코로나’ 봉쇄정책을 시행했던 중국에서 이 기간에 면역력을 키우지 못한 어린이들이 이른바 ‘면역 부채’(immunity debt) 현상에 빠진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중국에선 최근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겪는 호흡기 환자가 크게 증가하며 큰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2019년 말 등장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이 신종 바이러스가 등장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자, 세계보건기구(WH0)는 지난 22일 중국에 이와 관련한 자세한 정보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6일 신종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을 부인하며,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을 비롯해 리노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이 유행하고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중국 정부가 밝힌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균은 감기와 폐 감염 등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의 일종이다. 이 균에 감염되면 38도가 넘는 고열·콧물·인후통·피로감을 비롯해 2주 이상 기침이 이어지는 등 코로나19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한국에서도 이 병은 4급 법정감염증과 급성호흡기감염증으로 지정돼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4주 사이에 이 병으로 인한 입원 환자가 102명에서 230명(11월 셋째주 현재)으로 2배 넘게 늘었다. 그러자 국가지정 의과학연구정보센터는 27일 마이코플라즈마균으로 인한 호흡기 감염증은 “3∼7년 간격으로 대유행을 하는 감염병으로 1∼12살 어린이가 입원환자의 79.6%를 차지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최근 중국이 호흡기 감염병에 시름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에서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확산되는 원인을 계절적 원인과 지난 3년 동안 철저히 시행된 ‘제로 코로나’ 정책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너무 엄격한 방역 정책이 시행돼 아이들이 제 나이에 키워야 할 면역력을 갖지 못한 ‘면역 부채’ 현상에 빠졌다는 것이다. 면역 부채란 감염병 유행을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대규모 봉쇄 등의 조처를 취하는 경우, 각종 계절성 병원균들이 일상 생활에서 순환하지 못하면서 사람들이 면역력을 얻을 기회를 잃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27일 프랑소와 발루 런던대 교수를 인용해 “중국은 지구상 다른 어떤 나라보다 훨씬 길고 가혹한 봉쇄를 한 탓에 ‘봉쇄 종료’의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이미 예상됐다”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이날 “거의 3년간의 코로나19 봉쇄로 억제된 호흡기 바이러스가 자연 면역력이 낮아진 중국으로 ‘복수’를 위해 돌아온다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특히 어린이들의 면역 체계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바이러스에 취약하며 이런 종류의 바이러스는 수백 가지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중국 전문가들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리퉁쩡 수도의과대학 부설 베이징유안병원 호흡기·감염병과 주임도 같은날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코로나19 기간 태어난 많은 어린이는 이런(호흡기 질환) 병원균에 덜 노출돼 더 취약해졌다”면서 “그 결과 올해 호흡기 질환 감염률은 지난 3년 간에 비해 많이 증가했다”고 짚었다.

다만, 현재 상황이 코로나19 때처럼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틴 젠킨스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호흡기 전문의)는 “이미 알려진 병원체에 의한 질병이라도 심각한 상황으로 가는 걸 막기 위해 면밀히 추적하는 게 필요하다”면서도 “중국은 과거보다 더 나은 진단, 전염 차단, 사망 예방 조처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forchis@hani.co.kr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후원하기]
▶▶지구를 위해! [겨리와 함께 줍깅] 신청▶▶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