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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고 발생 시 은행 경영진의 책임을 명기한 ‘책무구조도’ 도입이 급물살을 탄 가운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 고위 경영진의 개인 책임을 명확하게 해 경영진의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사전 노력을 촉구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책무구조도가 도입이 되더라도 금융 당국이 금융 사고의 발생에 책임이 있는 경영진에 대해 소극적으로 제재를 한다면, 제도 도입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 당국이 책무구조도 도입 시 참고한 영국에서도 고위 경영진에 제재를 집행한 사례는 소수에 그치는 만큼 금융 당국이 제도 도입 이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7일 금융 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금융사에 책무구조도가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1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금융판 중대재해법’으로 불리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이 이대로 본회의까지 통과한다면 금융사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책무구조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에 금융 당국과 금융권은 책임구조도 도입 준비에 분주하다. 금융감독원은 책무구조도를 도입해 실행하고 있는 영국의 사례를 참조해 책무구조도의 큰 틀을 잡으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 금융회사는 각 업무별 담당 임원이 적합한지 자체적으로 평가하고 경영진별로 할당된 역할과 책임 영역을 명확하게 설명한 책임설명서를 금융 당국에 제출해 승인받아야 한다. 국내 금융권 역시 로펌 등에 책무구조도 도입에 관한 컨설팅을 요청하면서 사전 준비 작업에 나섰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융권이 책무구조도 도입을 위해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며 “당국 차원에서 금융사가 참고할 만한 큰 틀을 만들지 검토하고 있는데, 이미 영국에서 책무구조도를 도입된 바 있어 이를 마련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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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 금융사는 리스크 관리부터 준법감시, 소비자보호 등 모든 기능에 대해 어떤 임원이 책임을 지는지 적어 감독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는 것이다. 책임 소재가 가려진다는 것은 금융사 고위 경영진이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내부통제제도를 마련하고 소비자 보호에 관심을 기울일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책무구조도가 이런 긍정적 효과를 구현하는 것은 금융 당국이 고위 경영진에 대한 제재를 할 것인지에 달렸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금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나 개선 방안을 취하면 담당 임원은 제재를 경감받을 수 있다. 다만 이에 대한 금융 당국의 구체적인 기준이 없으면 실제 제재 조치가 진행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또한 금융사고의 책임 소재를 무 자르듯 명확히 나눌 수 있냐는 점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지점이다.
책무구조도의 실효성 논란은 국내보다 제도를 먼저 도입한 영국에서도 일고 있다. 영국은 2016년 제도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이 제도를 기반으로 조치를 집행한 사례가 4건에 그치고 있다. 같은 기간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개시된 조사 건수는 총 95건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안유미 선임연구원은 “(영국의 경우) 일각에서 규제 대상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 당국의 조사 및 집행조치 수치는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책무구조도 제도의 도입 취지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실제로 상급 심판소는 감독당국이 고위 경영자가 내부통제를 위해 수립한 합리적 조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다소 불분명하고, 실제로 개인에게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해 더욱 명확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도입이 국내 금융사의 내부통제제도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금융사고 발생 이후 실제로 제재를 받는 임원이 나오지 않는다든지, 사고의 결과를 일부 임원이 지고 내부통제의 개선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금융 당국은 이 부분을 고려해 제도를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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