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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93살 환자 소변 80% 차면 알람…침대 패드가 심박·호흡 체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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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약자, 포용의 기술…일본 ‘기술 간호’ 요양원 가보니

한겨레

지난달 24일 도쿄 오타구의 특별요양원 ‘산타페 가든 힐즈’ 직원 다카세 유리씨가 요양원에서 사용하는 스마트 헬스케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자동으로 기록된 환자의 수면 시간과 패턴, 신체 정보, 식사량 등을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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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도쿄 외곽에 있는 오타구의 특별요양원 ‘산타페 가든 힐즈’. 5년 차 개호(돌봄)복지사 와다 마오씨가 한 여성 노인(93)의 배에 붙어있는 기기를 조심스럽게 뗐다. 대화가 불가능한 노인에게 “잠시만 배 좀 볼게요”라고 말을 건 뒤였다. 그는 1주일에 2번, 노인이 목욕한 뒤 배에 붙여둔 소변감지센서 기기를 바꾼다.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플라스틱 기기 안에는 방광에 차는 소변량을 감지하는 초음파 센서가 있다. 소변이 80% 차는 시점에 이 기기는 간호 담당자 스마트폰으로 알람 신호를 보낸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배뇨 관련 실수를 하지 않도록 미리 조처할 수 있다. 와다씨가 바쁠 땐 사전에 조처하는 것도 가능하다. 고혈압·치매·오른쪽 손목골절로 거동이 불편한 이 노인은 요로 감염 이력이 있다.

“병상에 누워있는 생활을 오래 하느라 용변 처리가 어려운 노인은 요로 감염 병력이 있기 마련이죠. 그분들 대상으로 센서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어요. 이 기계가 없었을 때는 아침·점심·간식·저녁·취침 전 모든 환자의 용변 여부를 확인하러 돌아다니느라 힘들었죠.” 와다씨의 말이다. 그가 보여준 모니터에서는 이 기기를 착용한 요양원 환자들의 방광 상태가 한눈에 들어왔다.

일본 대표 ‘기술 간호’로 손꼽히는 이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을 돌보는 간호 자원은 사람만이 아니다. 9층 건물 전체가 기술과의 접점이 많았다. 요양원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선광회’의 총무부 직원 다카세 유리씨는 모든 방에 ‘인공지능(AI) 행동 센서’ 기능을 갖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이 설치돼 있다고 소개했다. 다카세씨는 “병실에 있는 사람의 행동을 감지해서 누군가 넘어지거나 이상 행동을 하면 간호 인력에 알람을 보낸다. 간호사는 스마트폰을 통해 폐쇄회로텔레비전 화면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급할 때는 직접 전화를 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앙 공용 공간에는 소프트뱅크가 만든 로봇 ‘페퍼’가 노인의 우울한 기분을 풀어주기 위한 레크리에이션과 체조를 담당한다.

중앙 모니터를 통해 요양원 노인들의 수면패턴도 확인할 수 있다. 침대에 설치된 패드를 통해 심박수와 호흡수를 체크해 상태를 기록하는 식이다. 파란색은 수면 중인 시간, 노란색은 잠이 들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데이터는 3개월 동안 보존된다.

이렇게 기술과 돌봄을 나누면서 간호 인력을 줄일 수 있었다. 원래는 방(1인 1실) 10개당 직원이 2∼3명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1명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한다. 약 40개 방이 있는 한 층 전체를 직원 4명 정도로도 돌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야간에는 20개 방을 한 명의 간호 인력이 책임진다. 간호 인력이 없는 빈자리를 ‘센서’와 ‘로봇’이 채워주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곳이 기술 간호 요양원이 되기까지에는 일본 후생노동성과 헬스케어·아이티(IT) 기업들의 새로운 돌봄 기기 모델 실증 과정이 있었다. 기술 간호(테크놀로지 개호)를 추진하는 연구실은 5년 전 설립됐는데, 간호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과 실증 시험을 진행하는 시설로 운영된다. 지난해에만 기업들이 100건 정도의 상담을 했다고 한다. 일부 기기는 직접 사용하고 있다. 혼자 일어나기 어려운 노인이 일어나고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로봇 등은 실증 과정을 거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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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설에 거주할 수 있는 노인의 최대 인원은 300명이고 외부 서비스 이용객도 400명에 이르지만, 개호복지사는 120명 정도만 일하고 있다. 의사는 4명, 간호사는 9명이다. 노인이 시설에 내는 비용은 월 8만~15만엔(약 72만원~135만원)으로 다른 구립 요양원과 엇비슷하다.

“체격이 큰 노인을 담당할 때 직원도 실수할 수도 있다는 부담이 컸는데 이제는 로봇이 도와주니 이용자들도 안심하는 눈치예요. 기술 활용으로 휴식 시간도 늘었고 간호 업무도 훨씬 편해졌어요.” 와다씨는 “시설의 질이 좋아지면 이용자와 직원 모두 만족도가 올라간다”며 이렇게 말했다. 일본은 심각한 고령화와 돌봄 인력 부족으로 인해 일찍부터 관련 기술 개발에 눈을 돌려 왔다. 이날도 중국에서 20여명의 업계 관계자가 견학을 왔다.

스마트헬스케어 시장은 2010년대 이후 계속 커지고 있다. 의료와 아이시티(ICT) 기술이 융합된 형태의 의료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산업이다. 소프트웨어 기술과 하드웨어 제조, 이를 적용하는 의료 현장, 정부의 제도 개선 등이 함께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다.

미국 리서치 회사인 ‘그랜드 뷰 리서치’에서 지난해 6월 발표한 ‘스마트헬스케어 시장 성장과 동향’ 보고서를 보면, 2030년까지 사물인터넷 환경기반 전자의무기록(EMR), 원격의료 등과 관련해서 4834억달러(약 625조원) 규모의 시장이 열린다고 전망했다. 이미 애플·구글·아마존·알리바바 등 글로벌 아이시티 기업들과 병원, 헬스케어 기업 간 협업을 통한 ‘헬스케어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빅테크 기업의 기술력을 활용한 헬스케어 관련 기업들의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에이치디(HD)현대의 디지털 헬스케어 계열사 ‘메디플러스솔루션’의 경우 삼성전자와 함께 스마트텔레비전(TV) 전용 헬스케어 서비스 사업에 진출했다. 아이센스의 혈당 측정기, 메디아나의 혈압·맥박·온도 등 환자 상태 확인장치, 힐세리온의 초음파 진단 기기, 엠트리케어의 비접촉식 체온계 등은 이미 제품화되어 사용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아직은 다른 산업과 비교해 전문 인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교육 훈련 지원 등 인력 양성과 확보를 위한 장기적이고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해결 과제는

“스마트케어 고가 위주 확대 우려…보건데이터 활용기준 모호”


기술이 급격하게 발달하고 있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등이 헬스케어(건강관리)에 접목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고령화와 의료 발달 등으로 헬스케어 시장이 커지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뛰어들고 디지털 기술 활용도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강국으로는 미국·유럽·중국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2011년 이후 정부 지원으로 관련 산업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도 2020년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등을 발표하며 빅데이터 구축과 정밀의료, 스마트 병원 구축 등을 추진했다. 지난해 2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산업 육성 전략에서도 10대 중점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그러나 업계가 기대하는 것과 달리 시장이 커질수록 미흡한 점도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원격 의료 필요성이 높아진 만큼 이 기술이 의료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봤지만, 시장은 고가 제품 중심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다.

일본 노인 돌봄 기기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중소 헬스케어업체 ‘고미랑’의 정상호 대표는 “누구나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스마트 헬스케어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것이 전제돼야 이 산업이 의료불평등을 해결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가진 서비스는 대기업에서 제공하되 지역사회·의료현장을 지키는 사회적 기업과 중소업체가 성장해야 산업이 완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데이터 활용 서비스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와 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및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에 관한 법률’에 대해 “서비스 범위가 거의 무제한 개방되어 있어 의료법과 판례에 따라 정립된 의료행위 범위에 큰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도쿄/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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