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각) 카자흐스탄 악타우 근처 해변에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J2 8243편 여객기(엠브라에르 ERJ-190AR)의 동체 잔해가 널브러져 있다. 악타우/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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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38명이 숨진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추락 사고의 원인으로 러시아의 오인 격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14년에도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러시아제 미사일에 맞아 탑승자 298명 전원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로이터통신은 26일(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당국의 초기 조사 결과에 정통한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 방공 시스템이 카자흐스탄에서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를 격추했으며, 이 사고로 38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고가 난 지역은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에 맞서기 위해 방공 시스템을 반복적으로 사용해온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사고 직후 러시아 당국은 조류 충돌로 인한 비상 상황이 사고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제르바이잔 조사 내용에 밝은 한 인사는 “초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항공기가 러시아의 판치르-에스 방공 시스템에 의해 격추된 것으로 보인다”며 “고의로 발생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확인된 사실들을 고려할 때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러시아가 사실을 인정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도 “초기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 방공망이 여객기를 공격했다는 징후들이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의 카나트 보짐바예프 부총리는 러시아 방공망이 항공기를 격추했다는 주장에 관해 확인도 부인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항공기 추락 지역을 관할하는 카자흐스탄 검사도 ‘러시아 격추설’ 질문에 “조사가 아직 확정적인 결론에 이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로뉴스도 이날 “아제르바이잔 정부 관계자가 ‘항공기 추락 사고는 러시아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발생했다’고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유로뉴스는 이 관계자를 인용해 “그로즈니 상공에서 드론 활동이 벌어지던 중 미사일이 여객기를 향해 발사되었으며, 미사일이 기체 근처에서 폭발하면서 파편이 승객과 승무원을 타격했다”며 “손상된 항공기 조종사들이 비상 착륙을 요청했음에도 어떠한 러시아 공항에도 착륙을 허가받지 못했으며, 대신 카스피해를 건너 카자흐스탄 악타우로 비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전했다.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러시아 그로즈니를 향해 북서 방향으로 비행하던 여객기는 카스피해를 건너 북동 방향에 있는 카자흐스탄의 해변 도시 악타우 인근에서 비상착륙을 시도하다 추락했다. 이 때문에 왜 항로를 벗어나 비행했는지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나왔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보된 영상에서 캡처된 장면. 카자흐스탄 악타우 근처 해변에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J2 8243편 여객기(엠브라에르 ERJ-190AR)의 잔해에 나타난 손상을 보여준다. 악타우/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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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뉴스는 러시아 소식통을 인용해 “당시 러시아 방공 부대가 우크라이나 무인항공기를 격추하려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었다”고도 보도했다. 체첸 공화국 안전보장이사회 의장 함자트 카디로프는 25일 오전 러시아 그로즈니 지역을 향한 드론 공격이 발생했다고 확인했다.
러시아는 사고 원인에 대한 섣부른 추측을 경계하며,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명확한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가설을 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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