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독일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예산을 기후변화 대응 등을 위한 기금으로 이전한 것을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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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최근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정부의 올해·내년 예산에 대해 무효 결정을 내리면서 각종 에너지 요금 급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헌재의 결정으로 국민들의 에너지 비용을 경감시키기 위해 마련된 기금 역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란 관측이다.
20일(현지시간)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은 현지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주 헌재가 내린 예산 관련 판결이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경제안정기금(WSF)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헌재에 따르며 판결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설정한 모든 장기 기금에 적용된다”면서 “판결에 적용된 표현이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서 독일 정부는 지난 2021년 코로나19 위기 대응 예산 중 일부인 600유로(약 85조원)을 기후변화 기금으로 이전했다. 이 기금은 건물의 에너지 효율 제고 및 각종 산업의 탈탄소화 프로젝트, 충전 인프라 확장 등에 사용될 예정이었다.
이와 관련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 연방 기본법이 적자 한도를 국내총생산(GDP)의 0.35%로 규정하고 있음을 언급하며 “헌법이 규정하는 ‘부채 브레이크’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헌재는 이처럼 정부가 코로나19 예산을 기후변화 대응 예산으로 변경한 것이 헌법에 위배돼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 ‘긴급 위기’ 상황으로 부채 브레이크 예외가 적용된 팬데믹 예산을 기후변화 대응에 전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헌법에 따르면 통상적인 부채발행 상한선은 자연재해나 국가의 통제 밖 특수한 위기 상황에서만 넘어서는 게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이를 명목으로 한 부채조달이 불가능해졌고, 헌재는 이와 더불어 각 연도 예산안에 대해 각각 연방의회 심사를 받아야한다고도 명시했다.
FT는 이날 하벡 부총리가 WSF 예산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헌재의 판결이 기본법을 피하려는 정부의 각종 ‘예산 꼼수’에 모두 영향을 미칠 것이란 현 정부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날 총리실 대변인도 “법적으로 볼 때 이 곳은 미지의 영역”이라며 “이제 모든 특별기금을 살펴보고 평가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독일 정부는 이미 소비자들의 에너지 요금을 지원하기 위해 WSF로부터 312억유로를 사용한 상태다. 정부는 이 기금으로 상한선을 초과하는 에너지 요금을 보조금 형태로 지불하는 방식으로 기업과 가계의 에너지 비용 부담 경감을 지원해왔다. 하벡 부총리는 “위기에 처하면 더이상 가스와 전기료 브레이크를 작동시킬 수 없다”면서 “그러면 가스와 전기료, 지역 난방료가 더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독일 정부는 헌재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헌재가 무효라고 판결한 기금들에서 수백억 유로가 흘러 나간 가운데, 현재 정부 내에서는 부채발생 상한선에 대한 예외 규정 활용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안 수정은 내달 1일까지 가능하다.
해당 헌법소원을 낸 마티아스 미델베르크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 원내대표는 “정부는 내년 정부 예산안을 부채제동장치를 준수할 수 있는 수준까지 삭감한 수정안을 내놓되, 실제 부채조달 규모를 다시 추산해야 할 것”이라면서 “올해 예산안의 경우 특별재원이나 경제안정 지원 자금에서 지출이 규정대로 기재되지 않았기 때문에 분명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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