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가난한 XX…” 식당 갑질 모녀, 벌금 이어 1400만원 배상해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식당 주인 “배상금은 좋은 일에 전액 사용하겠다”

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기사와 무관한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기 양주시의 한 고깃집에서 ‘옆자리에 노인들이 앉아 불쾌하다’는 이유로 환불을 요구하며 주인 부부를 상대로 폭언과 욕설, 협박을 한 모녀가 벌금 1000만원에 이어 주인 부부에게 1400만원을 배상하게 됐다.

해당 고깃집 주인인 ㄱ씨는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모든 재판이 끝났다”며 재판 결과를 전했다. ㄱ씨의 설명을 종합하면 공갈미수·업무방해·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모녀는 지난해 7월 열린 1심에서 각 500만원씩 벌금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항소심에서도 원심이 유지됐다. 대법원에도 상고했지만 기각당해 원심이 확정됐다. ㄱ씨는 “민사소송은 모녀에게 각 700만원씩 14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확정됐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민·형사 (소송이) 전부 끝나고 보니 2년을 훌쩍 넘겼다”며 “저희의 판례로 인해 앞으로는 말도 안 되는 갑질의 횡포가 없어지길 바라며 갑질을 하면 꼭 처벌받는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적었다.

이른바 ‘갑질 모녀’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이 사건은 2021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해당 고깃집에서 3만2000원어치의 식사를 한 모녀는 식사를 끝낸 뒤 ‘옆자리에 노인들이 앉아 기분이 나빴다’며 환불을 요구했다. 주인 부부가 이를 거절하자 전화와 문자로 반말과 욕설, 폭언을 퍼부었고 ‘방역수칙을 어겼으니 신고하겠다’는 협박도 했다.

온라인에 공개된 녹취 파일을 들어보면 엄마 ㄴ씨는 “옆에 늙은 것들이 와가지고 밥 먹는데 훼방하고 기분이 나빴다”며 “이 가게가 방역수칙을 어겼다고 찌르면(신고하면) 벌금 300만원”이라고 협박했다. 이후 모녀는 실제로 해당 고깃집을 ‘감염병관리법 위반’ 혐의로 시에 신고했으나 고깃집 테이블에는 칸막이가 모두 설치돼 있었고 마스크도 착용하는 등 방역수칙을 준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ㄴ씨는 ㄱ씨의 부인에게 자신들이 먹은 고깃값을 보내달라고 요구하며 “서방 바꿔라, 너 과부냐” 등의 폭언을 했다. 딸 ㄷ씨 역시 옆자리에 앉았던 노인들을 ‘늙은 사람들’로 지칭하며 “신랑이랑 가서 (가게를) 완전히 뒤엎어놓겠다”, “방역수칙 (준수가) 허술하다고 신고하겠다” 등의 협박을 이어갔다.

한겨레

ㄱ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한 모녀가 보낸 문자 메시지의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모녀는 주인 부부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 “너희같이 가난한 XX들을 협박하면 얼마를 줄 거냐”고 쓰기도 했다.

결국 모녀는 공갈미수·업무방해·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벌금뿐 아니라 주인 부부에게 1400만원의 배상금까지 물어주는 신세가 됐다. 재판 과정에서 이들은 눈물을 흘리며 “요즘 배달 어플에서 별점 1점을 주는 등 악평을 해도 괜찮은데 굳이 공론화해서 갑질이라고 보도한 것은 너무하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ㄱ씨는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쓴 또 다른 글에서 “사건 뒤 사과 한번 제대로 받지 못했다. 재판을 참관하고 나서 악어의 눈물이 생각났다”고 했다.

한편, ㄱ씨는 민사소송으로 받는 1400만원은 좋은 일에 전액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후원하기]
▶▶지구를 위해! [겨리와 함께 줍깅] 신청▶▶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