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6 (목)

이슈 검찰과 법무부

[단독] 지적장애인 돈 뺏은 사기꾼, 수감 중에도 같은 피해자에 또 사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검찰, 구속 기소

중증 지적장애인에게 수천만원대 사기를 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도중 또다시 피해자에게 접근해 수천만원을 추가로 빼앗은 상습 사기범을 검찰이 직접 구속해 기소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춘천지검 강릉지청 형사부(부장 국진)는 지적장애인 B씨에게 약 330회에 걸쳐 약 3350만원을 편취한 배달원 A(37)씨를 사기 및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지난달 27일 구속 기소했다.

조선일보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전경 자료사진.(뉴스1 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과 21범인 A씨는 사기 전과만 13회에 달하고, 사기 범행으로 5차례 구속 전과가 있을 정도로 상습범이었다. 그는 과거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중증 지적장애인 B씨에게 장기간에 걸쳐 총 7000만원을 빼앗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강릉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2021년 4월, 피해자인 B씨에게 또다시 사기를 치기로 마음 먹었다.

A씨는 서신 등으로 B씨에게 접근해 “내게 아버지 명의 땅이 있는데, 사실 내 것이니 믿고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 이후 같은 해 9월말까지 약 100회에 걸쳐 B씨에게 회당 10만~30만원 수준의 돈을 빼앗았다. A씨는 그 과정에서 B씨에게 면회를 오라고 요구해 직접 만나기도 했다.

2021년 9월 출소 뒤 A씨의 범행은 더 대담해졌다. A씨는 B씨의 휴대전화를 빌려 소액 결제로 게임 아이템 등을 구매했다. 또 모텔비 등을 B씨에게 대신 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B씨는 대출까지 받아 A씨에게 줄 돈을 마련했다고 한다.

B씨 가족의 고소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해 7월 검찰에 A씨를 불구속 송치했다. 그러나 범행이 수백 회에 걸쳐 이뤄진 데다,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B씨에 대한 피해자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 금액이 정확히 특정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A씨도 경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차례 보완수사를 거쳐 지난 1월 사건을 본격적으로 넘겨받은 검찰은 우선 영장을 발부받아 A씨의 계좌거래 내역과 카드 사용 내역을 분석했고, 이를 바탕으로 피해 금액을 약 3350만원으로 특정했다.

검찰은 또 수개월 간 설득 끝에 B씨를 직접 대면 조사했다. 평소 의사 소통에 어려움을 겪어 낯선 사람과의 대화를 꺼려하던 B씨도 검찰의 설득에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한편 A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도주했다. A씨는 6개월 간 휴대전화만 8번 바꿨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A씨의 과거 사기 범행 수사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하고, 신용 보고서와 계좌 추적, 실시간 위치 추적 등을 병행해 A씨 위치를 특정했다. 이어 검찰 수사관 4명을 급파해 A씨를 체포, 구속시켰다.

약 10개월 간 A씨 사건을 수사한 황호용(사법연수원 49기) 강릉지청 검사는 “B씨가 피해자 조사에서 ‘이렇게 오랜 기간 속고 산 게 너무 억울하다’고 했는데, 아픈 마음이 조금이라도 치유됐으면 한다”고 했다. 황 검사는 “지적 장애인에게 수년간 1억원에 달하는 돈을 빼앗은 A씨가 반드시 죄질에 부합하는 형을 선고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유종헌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