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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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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참기름집만 붐빌까 “귀신만 알겄지” 입담마저 구수한 장터[지극히 味적인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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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청주 시장

경향신문

한 바퀴 도는 데 꽤 시간이 걸릴 정도로 규모 있는 청주시장. 많고 많은 상점 중에 불난 호떡집보다 사람이 몰린 곳이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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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청(주)도의 한 축이 청주다. 출장 다니면서 오가다가 가끔 들렀다. 초록마을에서 일할 때는 매장 방문으로 주로 갔었다. 회사를 그만두고도 가끔 청주와 옥산 사이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도담에 가곤 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친환경 과일 공급사로 산지 생산자와 좋은 유대 관계를 맺고 있고 그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곳이다. 사업 동료로 시작해 친구, 협력자, 인생 선배로 상황에 따라 서로의 역할을 달리하며 보낸 시간이 20년이 넘는다. 일 년에 두세 번 가는 곳이라서 청주는 지리부터 분위기까지 꽤 익숙한 곳이다. 이번에도 시장 취재를 끝내고 올라가는 길에 들러 커피 한잔하고 왔다.

청주는 오일장에 새벽시장도 있다고 하는데, 새벽시장은 유명무실한 듯 예전 자료만 검색되었다. 오일장 또한 몇몇 할머니들과 장사하는 이들만 장을 펼치고 있었다. 오일장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상설시장만 문을 연 듯한 모습이었다. 충청도의 또 하나의 축인 충주 오일장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상설시장 상인 외에도 외지에서 온 장사꾼들과 농산물 보따리를 이고 지고 온 이들이 많아 충주장은 볼거리가 참으로 많았었다. 게다가, 청주의 북동쪽에 있는 미원면은 작은 강원도 같은 분위기를 내는 곳이라 가을걷이한 것들이 꽤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같은 충청도에, 충주처럼 사람 많은 도심지 오일장이라 내심 기대를 했다가 썰렁한 오일장 분위기에 실망이 앞섰다. 실망도 잠시, 상가마다 쌓인 상품을 보니 내심 여기가 장사가 잘되는 곳임을 바로 깨닫게 되었다. 우리나라에 오일장이 없는 곳이 몇 곳이 있다. 속초, 강릉, 목포, 정읍, 서산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시장이 잘 되니 오일장이 필요 없어졌다는 것이다. 청주시장도 그 전철을 밟아 가는 듯싶었다. 오일장이 사그라지는 상설시장은 활력이 넘쳤다.

시장을 한 바퀴 도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도매시장부터 전 골목까지 돌려면 시간이 좀 걸릴 정도의 규모다. 300m 조금 넘는 길이의 중심 통로에 세 개의 큰 통로가 합쳐져 있고 사이사이 나 있는 작은 통로까지 가게가 있었다.

제철 맞은 사과가 한창이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감홍’. 일본 품종인 부사와 당당히 겨루고 있는, 오히려 맛이 좋아 경매가가 상한가를 치고 있는 우리네 품종이다. 단맛과 아삭한 맛에 부드러운 신맛까지 더해져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몇 발자국 가니 모과가 눈에 띄었다. 몇 발자국 떨어져 있음에도 은은한 모과 향의 유혹을 그냥 넘기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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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로운 차를 만들기 좋은 제철 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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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는 전문적으로 키우는 곳이 거의 없다. 시골집 마당이나 동네 어귀에 한두 그루 키우거나 다른 과실수 농장에서 몇 그루 키우는 게 다인 과일 아닌 과일이다. 모과는 수분이 거의 없어 돌덩이처럼 단단하다. 모과차를 만들어 본 이들은 모과의 단단함에 애먹었던 경험을 떠올릴 것이다. 모과는 수분이 적고 식이섬유가 많아 단단하고 질기기도 해 생과로는 먹지 못하고 청이나 술을 담가 먹는다. 쓰임새가 제한적이다 보니 대단위로 키우지 않는다. 모과차는 향기롭다. 만들기도 쉽다. 잘 씻은 모과를 채 썰고 설탕에 혼합해 병에 담으면 된다. 모과와 설탕의 비율은 5 대 5 정도가 적당하다. 물론 내 입맛 기준이다. 시중에서 파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모과차는 함량이 적다. 당침 모과 함량이 40~50%라 자랑한다. 잘 보지 않으면 모과 함량에 속기 십상이다. 당침 모과는 말 그대로 설탕에 절인 모과다. 당침 모과 함량을 보면 실제 모과는 중량의 40~50% 사이다. 1kg 모과차 중량에 실제 모과는 약 20~25%만 들어 있다. 전면 표기에는 당침 모과 40%로 되어 있기에 모과가 400g 들어 있다고 착각하기 쉽다. 공장에서 생산해 전국 유통 중인 모과차 중에는 설탕 함량이 꽤 높은 것이 많다. 살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카페나 전문점에서 만든 것은 당침 모과를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곳에서 만든 것은 채 썬 모과가 잘 섞이지 않고 둥둥 떠 있다. 이는 카라키난 같은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시장 들어서자 모과 향기 은은…
모과차는 찬물에 타먹어야 제맛

시장 구경에서 뺄 수 없는 군것질
향토산 밀과 팥으로 만든 단팥빵
기름 적게 두른 호떡, 고소함 두 배

재래종 참외로 착각할 뻔한 밤호박
단맛은 약하지만 구수함은 최고

기름집 한 곳에 몰려 있는 사람들
이런저런 이야기로 깨를 볶는다

집에서 모과 청을 만들 때 비타민C를 조금 넣으면 먹을 동안 급격하게 갈색으로 변하는 것을 지연시켜 준다. 만들고 보름 지나면 향기로운 모과차를 마실 수 있다. 모과차를 끓여 마시면 더 향기롭다는 인터넷 정보도 있다. 끓이면 향기는 좋아지겠지만 그만큼 비타민C는 사라진다. 열에 약한 것이 비타민C다. 향을 얻는 대신 비타민C를 잃는다. 따듯하게 마시는 것도 좋지만 모과차를 냉수에 오랫동안 담가서 향과 맛을 추출하는 방식 또한 즐길 만하다. 의외로 모과차는 시원하게 먹을 때가 더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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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장에 간다면 맛봐야 할 호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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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간식거리에서 호떡은 빠질 수 없는 별미다. 그 덕에 시장에서 가장 붐비는 곳 또한 속담까지 거들먹거리지 않더라도, 호떡집은 불날 정도로 바쁘다. 호떡은 크게 두 가지 버전이 있다. 기름 적은 것과 기름 많은 것으로 나뉜다. 물론 내 기준이다. 기름 적게 해서 부치는 것은 가끔 사 먹는다. 한두 개 먹으면 요깃거리로 이만한 것이 없다. 예전에 서산시장에서 맛보고는 100여개 넘는 시장에서 만나지 못했다가 청주시장에서 맛을 봤다. 기름 살짝 두르고는 부쳐내는 호떡은 밀가루 반죽의 은은한 구운 향이 일품이다. 기름에 튀기듯 굽는 고소함과는 맛의 결이 다르다. 청주시장에 간다면 맛봐야 할 음식이다.

얼추 시장 구경을 끝내고 앞서 봤던 모과를 사서 가려다가 눈에 띄는 요상한 모양을 지닌 녀석을 살폈다. 첫눈에는 재래종 참외처럼 보였다. 자세히 보니 호박이다. 단호박은 일제강점기에 들여온 녀석으로 밤호박이라 부르기도 한다. 근래에는 일본어로 호박을 귀엽게 부르는 명칭인 ‘보우짱’을 사용하면서 특별한 단호박이라 팔기도 한다. 실상은 특별한 것 없는 단호박일 뿐이다. 단호박이 국내에 들여온 지 불과 100년 남짓, 토종이라 하기에도, 아니라고 하기에도 모호하다. 그 당시에 들여온 것은 씨앗을 받으면 부모 세대의 형질을 그대로 물려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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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단호박보다도 구수한 맛을 품은 재래종 단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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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먹은 다음 씨앗을 모았다가 다음 해에 심을 수가 있었다. 요즈음은 종자 회사에서 사야 한다. 종자의 주권이 농민에게 있으니 토종보다는 재래종이 맞을 듯싶다. 단호박 중에서도 구수함이 가장 좋다고 한다. 요즈음 밤호박은 구수함보다는 단맛을 내는 종이 많다. 큰 것은 하나 3000원, 작은 것은 두 개 3000원이다. 작은 것을 사서 쪘다. 단맛은 일반 단호박보다는 적었지만 구수함은 그 어떤 단호박보다 좋았다. 식감은 숙성이 덜 된 가을철 호박고구마처럼 약간 단단함이 있었다.

시장에는 신기한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유독 기름집 한 군데만 불난 호떡집보다 사람이 몰려 있다. 시장의 다른 기름집은 파리만 날리고 있어도 여기만 사람이 많았다. 궁금함에 호박까지 사서 가다가 되돌아와서는 호박 장수에게 이유를 물었으나 돌아오는 답은 “귀신은 알겄지…”였다. 참으로 신기한 풍경이었다. 시장 내 다른 기름집은 열불나겠지만 말이다. 시내에서 차로 20여분 북동쪽으로 가면 청주에서 산 풍경이 좋은 미원면이 나온다. 작은 강원도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다. 미원 하면 화학조미료를 떠올리겠지만 실제 의미는 가뭄에도 쌀농사가 잘 되는 지역이라 맛 미(味)가 아니라 쌀 미(米)를 의미한다. 대기업에서 실제로 협업한 상품이 나오고도 있다. 2019년 청주시 농업기술센터 지원으로 지역에서 나는 쌀과 사과로 간식을 만들다가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빵도 그냥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키운 밀을 사용해서 만든다. 팥빵에 들어가는 팥도 지역에서 생산한 것만 사용한다. 전분이 들어가 있지 않아 깔끔하다. 맛은 덜 달고 구수하다.

강릉이나 단양 등지에서 줄 서서 사는 마늘 크림빵도 판다. 마늘은 물론 다진 청양고추 또한 이 지역 생산품만 사용한다. 세 군데 모두 맛을 본 입장에서 여기 빵이 제일 낫다. 알싸한 맛이 사라진 마늘의 달콤함에 청양고추의 여린 매운맛이 주는 포인트가 다른 곳과 달랐다. 먹는 맛이 있다.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잘 활용해서 맛있는 빵을 만들고 있었다. 여기 또한 꼭 맛봐야 하는 곳이다. 미원산골마을빵 (043)296-1007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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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식재료를 찾아 길을 떠난다. 먹거리에 진심인 만렙의 28년차 식품 MD.


김진영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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