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랑 친한데, 수락 가능성 제로’
‘판사 출신 오기 쉽지 않아’
김 처장과 여 차장은 이날 판사 출신 법조인들의 실명을 거론하는 텔레그램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 법적으로 공수처장은 후임자 추천에 관여할 수 없다. 공수처장은 여야 각 2명,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 총 7명으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고, 5명이 동의해야 최종 후보로 선정된다.
공개된 메시지를 보면, 김 처장은 여 차장으로부터 ‘강경구, 호제훈은 저랑 친한데, 수락 가능성이 제로입니다. 강영수 원장님도 수락할 것 같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여 차장이 언급한 인물들은 모두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다.
이에 김 처장은 ‘예 알겠습니다. 수락 가능성 높다고 사람 추천할수도 없고요 참’ 이라고 답장했다. 이어 ‘지난번에도 차장 후보로 검사 출신은 그래도 오겠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판사 출신은 쉽지 않을 겁니다’라고도 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여운국 공수처 차장과 나눈 메시지 화면.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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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특정 영장전담 판사를 피하기 위해 구속영장 청구 시기를 고르는 내용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공수처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과 관련해 국정감사 일정 등을 이유로 소환에 응하지 않은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에 대한 체포 또는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 차장은 이날 김 처장에게 ‘5번째 영장은 처장님 말씀하신 대로 시기를 신중하게 고려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김 처장은 ‘윤재남 이민수 1패씩으로 그래도 유 부장만 피하면 두사람은 등등 같습니다. 이번에 결과 보니요’라고 답장했다.
김 처장이 언급한 유 부장은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보인다. 윤재남·이민수·유창훈 부장판사는 모두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공수처가 청구한 영장 실질심사를 담당한다.
공수처는 지금까지 4번의 영장을 청구했고 최근엔 이민수 부장판사가, 지난 8월엔 윤재남 부장판사가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각각 감사원 3급 과장 김모씨,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에 대한 구속영장이었다.
김 처장과 여 차장은 그럼에도 유창훈 부장판사보다는 두 사람이 영장 발부 가능성이 높다는 대화를 나눈 셈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장과 차장이 ‘판사 쇼핑’을 논의한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김 처장은 이후 휴지로 휴대전화를 감싸 화면을 가리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공수처 차장/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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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정치권에서는 공수처장이 후임자 추천에 관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법사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후임 인사에 관여할 수도 없는 공수처장이 왜 인물을 찾고 평을 물어보느냐”라며 “야당을 통해 후임 인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했다. 법적으로 공수처장은 후임에 관여할 수 없다. 공수처법은 국회가 공수처장 후보자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공수처장으로 지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수처는 “개인적인 대화”라고 해명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공수처가 후임자를 추천할 수는 없지만 처장 입장에서는 후임자에게 관심이 있을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라며 “인물평을 묻는 정도로 두분이 개인적인 대화를 나눈 것”이라고 했다.
[이슬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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