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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항공사들의 엇갈리는 희비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결국 현실 택했다...화물사업 매각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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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이 결국 현실을 택했다. 진통 끝에 화물사업 매각을 가결하면서 대한항공과 합병 추진이 이어진다.

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은 2일 “지난달 30일과 오늘 이사회 결과 대한항공의 유럽연합(EU) 시정조치안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화물사업 부문 매각에 동의한다는 얘기다. EU는 양사 합병 요건 중 하나로 인천~유럽 노선간 화물사업 독과점 해소 등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즉각 EU 경쟁당국에 아시아나 화물사업을 매각하고, 일부 노선을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에 넘기는 시정조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EU는 지난달 말까지 서류 제출을 요구한 상태였다.

당초 항공 업계에서는 큰 어려움 없이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과 관련해 이사회 동의가 이뤄질 것이란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사회를 앞두고 일부에서 매각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스텝이 꼬였다. 아시아나 전임 사장단 등은 화물사업 매각에 대해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중앙일보

지난 5월 대구국제공항 계류장에 비상구 출입문이 열린 채 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의 모습. 문제가 됐던 비상 출입문과 비상탈출 슬라이드가 수리된 모습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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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토란 사업 못 판다” 좌초 우려도



화물사업 매각 여부는 양사 합병에서 큰 이슈가 아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 중 회사를 먹여 살린 화물사업 부문을 매각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아시아나의 경우 2021년 화물 매출이 전체의 76.7%(3조1453억원)를 차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걷히면서 화물 매출 감소세가 뚜렷하다. 독일 루프트한자는 올해 2분기 화물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92% 급감했다. 유럽 최대 항공사인 AF-KLM의 2분기 화물 매출 역시 같은 기간 33.2% 줄어들었다. 아시아나의 화물 관련 매출도 빠르게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한항공이 EU의 요구에 맞춰 ‘아시아나의 화물 사업 정리’ 카드를 꺼내 든 이유다.



대한항공 “7000억 지원, 고용 유지 약속”



대한항공은 즉각 아시아나 설득에 나섰다. 지난달 말 이사회를 열어 7000억원에 이르는 계약금과 중도금을 활용해 아시아나에 대한 재무적 지원 방안을 결의했다. 아시아나 직원에 대한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계획도 이미 밝혔다. 아시나아의 대주주인 산업은행 측은 이날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산은도 조속한 심사 종결을 위해 양사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일단 한숨을 돌린 분위기다. 사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더 물러설 곳이 없었다. 2020년 11월 아시아나 인수 추진을 본격화한 이래 영국 등 해외 노선의 일부 슬롯(slot·운항 시간대)을 영국 버진애틀랜틱에 양도하는 등 이미 많은 것을 내줬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이미 아시아나와 기업결합 관련 자문 비용으로만 1000억원 이상을 지불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장거리 노선 축소와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을 감안해도 여전히 대한항공이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투자”라며 “EU와 미국이 예상보다 독과점을 더 우려하는 건 대한항공의 글로벌 위상이 팬데믹 전후로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어렵사리 아시아나 이사회의 동의를 얻긴 했지만, 최종 합병까지는 갈 길이 멀다. 대한항공은 현재 14개국 중 11개국에서 합병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주요 시장인 EU와 미국, 일본은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특히 EU와 미국의 경쟁당국은 양사 간 합병에 까다로운 입장이다.

궁극적으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유기적인 결합을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당초 양사 합병 시 ‘글로벌 7위권 메가 케리어(Mega Carrier) 탄생’을 기대했지만, 화물사업 매각 합의 과정에서 보듯 순조로운 ‘2인3각’은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중앙일보

박경민 기자



또 합병 기간이 길어지면서 아시아나의 체력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3조254억원 매출에 201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당기순손실은 602억원에 이른다. 2010년대 초반부터 실적이 휘청거리며 재무구조가 크게 나빠진 탓이다. 6월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만 1741%(약 12조원)에 이른다. 독자 생존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대한항공 주가는 전날보다 50원(0.25%) 내린 2만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시아나도 1만210원(8.68% 하락)에 마감했다.

이수기·하남현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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