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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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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촌에 ‘경고 없는 공습’…병원·빵집 ‘무차별 공격’ 택한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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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공습…자발리야서 약 1000명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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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틀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이 1일(현지시간) 쑥대밭이 됐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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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밀집돼 있는 난민촌, 여성과 아이들이 입원해 있는 산부인과 병원,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는 가자지구의 빵집까지….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이 점점 더 잔혹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해 형식적으로 해오던 사전 공습 경고까지 무시하기 시작했다.

1일(현지시간) 알자지라·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 공습을 이틀 연속 이어갔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틀간의 공습으로 자발리야에서 약 1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195명에 달하며, 120여명은 실종 상태다. 실종자들은 건물 잔해에 묻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상자 상당수는 여성과 아동이다.

자발리야 난민촌은 11만명 이상이 모여 사는 가자지구 최대 난민촌이다. 이스라엘은 난민촌에 하마스가 숨어 있다면서 주거용 건물 밀집구역을 타격했다. 주변 병원의 의료진은 시신이 무서운 속도로 쌓이고 있다고 전했다.

난민촌, 사전경고 없이 폭탄 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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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각)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 자발리야 난민촌에서 주민들이 건물 잔해에 깔린 소녀를 구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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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이번 자발리야 난민촌 공습에 앞서 사전 경고까지 무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이전까지 폭탄을 투하하기 직전 주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경고하거나, 비폭발성·저화력 탄약을 사전 경고성으로 건물이나 주택 지붕에 떨어뜨리는 일명 ‘루프노킹(지붕 노크)’를 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사전경고는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다 도망갈 곳이 없는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지만,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에 민간인 살상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증거로 이를 활용해 왔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이번 자발리아 난민촌 공습에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이제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사전 경고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고를 하면 민간인뿐 아니라 하마스 대원도 도망갈 수 있다는 딜레마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한 민간인 인명 피해에 대해 이스라엘군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민간인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지만 하마스 사령관은 합법적인 작전 목표물”이라고 주장했다. WSJ는 이 같은 변화가 “이스라엘이 더욱 무자비한 전술로 전환한 것을 반영한다”고 해석했다.

이스라엘은 병원, 빵집까지 무차별 공습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2일 새벽부터 가자시티 남부 알쿠드스 병원 인근에 공습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 병원에는 환자와 부상자 외에 민간인 약 1만4000명이 대피하고 있다. 가자시티의 알헬루 국제병원 산부인과 병동 또한 공습을 받았다. 사상자 규모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가자시티 내 빵집도 공습 대상이 됐다. 알자지라가 확보한 영상에 따르면, 이 빵집은 알시파 병원 인근에 있으며 폭격으로 사상자 수십명이 발생했다.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은 지난달 7일 이후 가자지구 내 빵집 11곳이 공습으로 파괴됐다고 밝혔다. 이중 6곳은 가자시티에, 2곳은 자발리야 난민촌에 있었다. UNOCHA는 이로 인해 가자지구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면서 “사람들이 빵을 사기 위해 몇시간 동안 줄을 서 있는 동안 공습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민간인 보호·비례성 원칙 모두 저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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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 누세이라트 난민촌에서 곰 인형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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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없는 공습과 난민촌·병원·빵집을 대상으로 한 공격은 ‘어떤 경우에도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라’는 국제법 기준을 위반한다. 또한 국제법에 따르면 민간 시설을 불가피하게 목표물로 삼아야 할 때도 모든 공격은 목표물의 군사적 가치에 비례해서 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자발리야 난민촌 공습은 이러한 원칙을 모두 어긴 것이라고 비판한다. 미국 정부에서 전쟁법 전문가로 일했던 마이클 마이어는 “난민촌 공격을 결정한 것 자체는 법 위반이 아니지만, 관건은 이스라엘이 목표로 한 하마스 대원이 (민간인 대량 살상을 감수하고) 끄집어내야 할 정도였냐는 것”이라고 WSJ에 밝혔다.

휴먼라이츠워치(HRW)의 클라이브 볼드윈 수석법률고문도 공격에 앞서 민간인에게 “효과적인 사전 경고”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미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남부로 대피하라고 여러차례 알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볼드윈 고문은 “대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경고했다고 해서 민간인 보호 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인도법은 상대방이 무엇을 했는지와 무관하게 적용된다”며 “‘상대방이 먼저 공격했다’는 이유로 내가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공격하거나 집단처벌을 가하는 건 정당화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자발리야 난민촌에 떨어진 폭탄의 파괴력과 살상력으로 볼 때 이스라엘이 비례성의 원칙 또한 어겼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이스라엘은 자발리야에 F-15와 F-16 전투기를 동원해 개당 900㎏에 달하는 정밀유도폭탄인 합동직격탄(JDAM)을 여러개 투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이스라엘이 자발리야 난민촌에 퍼부은 공습 규모가 미국의 시리아·이라크 공습을 비롯한 금세기 그 어떤 공습보다도 크다고 지적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많은 민간인 사상자와 파괴 규모를 고려할 때 자발리야 난민촌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은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불균형적 공격”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 오리건주립대·뉴욕시립대 연구팀은 지난달 7일에서 29일까지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가자지구 내 건물 3만8200~4만4500채가 파괴됐다고 추정했다. 이는 가자지구 인프라의 13.3~15.5%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마리우폴, 바흐무트 등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 수준이 유난히 높다”고 밝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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