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떨어지던 물가 상승률, 올해 8월 들어 반등
해외 각국, 에너지 보조금 등으로 물가 상승률 제어
미국의 국채금리 급등과 긴축 장기화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터널이 더 길어지는 양상이다. 국제 유가 불안까지 겹쳐 3년차로 접어들 윤석열 정부의 실물경제 정책 수립도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1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2년 7월(6.3%) 이후 꾸준히 내림세를 보이다가 최근 상승 반전했다. 지난 8월 3.4%, 9월 3.7%를 기록한 뒤 10월에도 3.7~3.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식료품·에너지 소비자물가지수(2020=100)는 올해 3분기 기준 122.78로 직전 분기 대비 2.6% 상승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 118~119를 맴돌던 수치가 1년 만에 껑충 뛰었다. 공급 부문에서는 산유국의 감산 기조에 중동 정세 불안까지 더해져 에너지 물가 리스크는 커지는 추세다. 또 엘니뇨 장기화가 글로벌 농작물 작황에 악영향을 주면서 식료품 물가 상승 우려도 커졌다.
세계 주요국의 물가 상승 흐름도 둔화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올해 8월과 9월 연속 3.7%를 기록하며 반등했고 같은 기간 영국은 6.7%로 전망치를 웃돌았다. 유럽연합(EU)은 9월 물가가 4.3% 상승하며 선방했지만 유럽중앙은행(ECB) 목표치인 2%까지는 갈 길이 멀다.
물가를 잡기 위한 각국의 아이디어가 넘쳐 난다. 13개월 만에 물가 상승률을 2% 후반대로 낮춘 일본은 휘발유, 전기, 가스 등 에너지 보조금 지원이 물가 하향에 기여했다고 판단하고 관련 정책을 연장할 방침이다. EU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응해 내년 2월까지 적용하는 천연가스 가격 상한제를 연장할지 논의할 계획이다.
지난달 31일 국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체감물가가 여전히 높고 지속된 고금리로 생계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범정부 물가 안정 체계를 가동해 장바구니 물가를 관리하고 취약계층의 주거·교통·통신 등 필수 생계비 부담을 줄이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는 정부의 내년 실물경제 정책 수립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에너지 공기업의 누적 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물가 상승 우려에 쉽사리 결단을 못 내리는 형국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확전 여부나 미국 긴축 정책 기조, 중국 경제 회복세 등 대외적 변수도 복잡다단한 상황이라 윤 정부 출범 3년차 역시 경제적으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에 따른 달러 강세 심화도 올해는 물론 내년 초 무역수지에 악영향을 끼칠 리스크로 꼽힌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8원 오른 1357.3원에 거래를 마쳤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1350원대를 넘어선 지 오래다.
강(强)달러는 수출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악재다. 글로벌 수요 약화 속에 달러 강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 향상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원유 등 수입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10월 수출과 무역수지가 긍정적으로 나오긴 했지만 한두 달 수치만으로 턴어라운드(실적개선)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에너지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 무역수지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이상우·조아라 기자 lswo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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