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IT·컨설팅까지 외국인재 바람
다양성 강조 기조 속 다문화 수용
글로벌 소통 능력 높은 평가
일본인 멘토가 면접 준비 돕고
대기업 취업→결혼 정착 이어지기도
일본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 재직 중인 김승진(27)씨가 지난달 14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 이후 사진을 찍고 있다. [안세연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아이치현)=박지영·안세연 기자] #.베트남에서 온 28세 청년 마이 반 투앙(MAI VAN TUAN)씨는 2년차 일본 직장인이다. 2014년 일본으로 유학을 와 나고야 공업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던 중 3개월 만에 초고속 취업에 성공했다. 마이 씨는 시가 총액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공구기업 마키타(MAKITA)에 재직 중이다.
마이 씨는 “마키타는 외국인에 대한 특혜도, 차별도 없다. 가끔 일본어를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지만 동료들이 친절히 알려주기 때문에 일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다”며 “일본은 오히려 해외 사업 확대, 일본인과 다른 사고방식, 인구 부족 등 이유로 외국인 채용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대기업 마끼다(MAKITA)에 재직 중인 베트남 국적 마이 반 투앙 씨. [본인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일본 대기업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침투’하고 있다. 일본인들에게도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유수의 기업 곳곳에서 외국 인재가 활약 중이다. 기업은 다양성과 포용성(Diversity&Inclusion)이라는 관점에서 기업의 글로벌화를 이끌 고급 인재로 외국인 근로자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 응한 6명의 대기업·스타트업 외국인 근로자 모두가 “일본은 외국인에게도 공평한 곳”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기업도 다문화 바람…“한국인 주도(酒道)로 분위기 UP”지난해 4월 일본의 한 글로벌 자동차회사에 취업한 한국인 김승진(27) 씨는 “일본인과 한국인 사이에 차별은 없느냐”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나고야공업대학을 졸업한 김씨는 엔진 생산 기술부서에서 원가절감 업무를 담당한다. 김씨는 “일본인도 누구나 들어오고 싶어하는 대기업이라 채용에 있어 외국인에 대한 우대나 특혜는 없다”며 “일본인이든, 외국인이든 같은 기준으로 채용하고 똑같은 업무를 맡긴다”고 말했다.
본사 기준으로 외국인 비율은 아직 적은 편이다. 김씨 소속부서를 예로 들면 400명 중 2~3명 정도가 외국인이며, 공채 채용자에서 신입사원 비율은 1%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김씨는 “합격하려면 서류전형보다 면접이 중요하다”며 “일본어는 당연히 잘해야 하고, 일본 기업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글로벌 자동차 기업에 근무 중인 김한얼 씨가 사내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본인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승진 씨와 같은 회사에 근무 중인 김한얼(28) 씨는 부서 ‘연예인’이다. 한국 문화를 알려주면서 직원들과 가까워졌다. 김씨는 “일본 문화에 대한 존중은 당연하지만 굳이 외국인으로서 정체성이나 문화를 숨길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일화를 들려줬다. 입사 후 한 달이 됐을 무렵, 10여명의 직원이 함께한 회식자리에서 한국의 주도(酒道)를 전파했다. 김씨는 “가고 싶은 곳을 묻길래 자신 있게 삼겹살집으로 갔다. 어른들과 술을 마실 때는 고개를 돌려서 마신다며 너스레를 떨었더니 부장을 포함해 직원 모두가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을 할 때는 국적을 의식할 필요가 없지만 편한 분위기에서는 한국 문화를 궁금해하고 존중해준다”고 부연했다.
IT기업 외국 인재 채용 주도
일본 IT 스타트업에서 근무 중인 강승모(아랫줄 왼쪽에서 두 번째) 씨가 동료 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본인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IT기업은 특히 외국 인재 채용이 활발한 업종이다. 글로벌 IT 솔루션기업의 일본 지사에서 기술영업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중국인 여성 리(25) 씨는 “올해 본사와 계열사 신입사원이 800명 정도 되는데 10% 정도가 외국인인 것 같다. 특히 본사의 컨설팅사업본부와 디지털 서비스 계열사는 외국인이 정말 많다”고 전했다. 채용 과정에서도 많은 외국인 지원자를 만났다. 리씨는 “일본인 입사동기가 ‘4~5명이 참석하는 그룹토론에 들어갔는데 본인을 제외한 모두가 중국인 지원자였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고 덧붙였다.
27세 강승모 씨는 일본 내에서만 벌써 2번째 직장이다. 첫 직장은 일본 IT 플랫폼 대기업 R사였다. 현재는 IT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강씨는 “첫 번째 직장은 전체 직원의 40%, 고위급 간부의 30%가 외국인이었다. 한국인 입사동기만 13명이나 됐다”며 “아직 금융, 제조업 쪽은 외국인 취업이 어려운 것 같다. 외국인 상당수는 IT기업에 취업한다”고 전했다. 실제 일본 후생노동성의 2022년 외국인 근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 182만2725명 중 7만5954명이 정보·통신 분야 종사자였다.
경제와 산업 전 분야에 대한 지식을 요구하는 전략컨설팅업계도 외국인을 채용하고 있다. 한국인 유학생 김모(28) 씨는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컨설팅기업에 합격, 오는 2024년 입사를 앞두고 있다. 히로시마대학과 도쿄대학 대학원 출신 공학도다. 취업 준비에는 일본 학생들의 도움도 컸다. 그는 “일본 대학 전역에 활성화된 학생단체인 인커러지(encourage)라는 곳에서 취업멘토링을 받았다. SNS를 통해 컨설팅회사에 내정받은 선배들에게도 조언을 얻었다”며 “3분 안에 일본 맥도널드 개수를 추정한다거나 일본 스타벅스 매출을 올릴 방법을 고안하는 등 순발력과 논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질문을 주로 받는다. 케이스 면접이라는 독특한 형태인데 일본인, 한국인 가리지 않고 선배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소통능력 높이 평가일본인 인재를 두고도 외국인 인재를 뽑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에 응한 다수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다양성’이 업무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리씨는 외국인으로서 갖는 장점으로 ‘글로벌 소통능력’을 꼽았다. 리씨는 “글로벌 본사에서 고위 임원이 일본 지사를 방문했는데 일본 동기들이 영어로 말하는 것을 꺼려했다”며 “외국인들은 언제나 모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소통을 하기 때문에 또 다른 외국어인 영어 사용에도 큰 거부감이 없어, 더 자신감 있게 소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략컨설팅기업 소속 김씨 또한 “배경과 언어능력 모두 장점이 된다. 최근 일본 기업들도 다양성을 여기는 풍조가 강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플러스가 된다”며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컨설팅 문의가 많아 언어능력도 중요하다. 일본어, 영어, 한국어를 모두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산점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는 외국인으로서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 강씨는 사내 이벤트비즈니스 부서에 근무 중이다. 일본에서 스타트업 관련 엑스포가 열리면 한국 등지에서 글로벌 기업을 초대하는 업무다. 강씨는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활약하며 두 국가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결혼 정착 이어지는 사례도대기업 취업이 정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본은 평생 한 직장에서 근무하는 ‘종신 고용’ 문화가 지배적인 만큼 안정적인 직장이 결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강씨는 지난해 10월 일본인 여성과 결혼했다. 강 씨는 “일본이 한국에 비해 결혼하고 아이를 기르기 좋은 환경인 것 같다. 결혼하면 대부분 아이를 낳는 경향”이라며 “일본은 모두가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강박이 덜해 학원비 등 양육 부담이 비교적 적은 점이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승진씨 또한 얼마 전 일본인 여자친구에게 청혼했다. 외국인이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취업하고 자연스럽게 회사에 녹아드는 경험을 해보니 일본에서도 행복한 가정을 꾸릴수 있다고 느껴서다. 김씨는 “일본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다 보니 정착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졌다. 안정적인 직장문화, 양육·교육 서비스 등 일본은 한국에 비해 결혼하기 좋은 나라”라고 말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notstrong@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