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르는 분양가]
수도권 아파트 고삐풀린 분양가
최근 서울 등 수도권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실수요자들의 청약 문턱이 높아졌다. 서울 동대문구에서도 국민평형(전용 84㎡) 분양가가 최고 14억 원대에 책정되는 등 강북 분양가 10억 원 돌파가 청약 시장의 ‘뉴 노멀’(새로운 기준)이 됐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이 일제히 오른 데다 고금리로 건설사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 청약 수요는 수그러들지 않은 상태에서 분양 규제까지 완화되면서 건설사 고분양가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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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30일 분양하는 서울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 국민평형(전용면적 84㎡) 분양가가 최고 14억4027만 원에 책정됐다. 바로 옆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휘경자이 디센시아’가 올해 4월 최고 9억7600만 원에 분양된 점을 감안하면 불과 반년 새 분양가가 4억 원 넘게 오른 셈이다. 3.3㎡당 평균 분양가로 따져도 이문 아이파크 자이는 3350만 원으로 6개월 전 분양한 휘경자이 디센시아(2930만 원)보다 21.1% 올랐다. 실수요자들 사이에서도 “강북 분양가 10억 원대도 이젠 뉴노멀이 됐다” “분양가가 높아도 너무 높다” “미계약분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분양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등 수도권 분양가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청약으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의 청약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이 일제히 오르며 공사비가 급등한 데다 규제 완화가 맞물려 분양가상한제가 풀린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분양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1월 정부의 대대적인 분양 규제 완화가 오히려 고분양가를 부추긴 만큼 규제 수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서울 분양가 1년 전보다 14% 상승
2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9월 말을 기준으로 서울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200만 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4.05% 올랐다. 이는 HUG가 공표 직전 12개월간 분양보증서를 발급한 민간 분양사업장의 평균 분양 가격이다.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올해 3월부터 4개월 연속 올랐다가 8월에 전월 대비 소폭 떨어진 3179만5500원을 나타냈지만 9월에 다시 상승하면서 평당 3200만 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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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 지역의 30평형대 아파트 분양가도 10억 원을 거뜬히 넘어서고 있다. 올해 9월 분양한 서울 성북구 ‘보문 센트럴 아이파크’(전용 76㎡)의 분양가는 11억1500만 원이었다. 8월 청약을 받은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전용 84㎡)는 분양가가 10억1100만∼10억9900만 원에 형성됐고, 지난달 분양한 동대문구 ‘e편한세상 답십리 아르테포레’(전용 84㎡)의 분양가는 최고 11억6800만 원이었다.
연말로 갈수록 분양가는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공사비가 계속 오르고 있어 분양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의 주원료인 시멘트 1t당 공급가격은 지난해 2월 9만3000원에서 이달 11만2000원으로 1년 8개월 만에 20.4% 상승했다. 분양가를 산정할 때 쓰이는 기본형 건축비는 지난해 말 대비 3.8% 상승했다. 분양가 산정의 또 다른 축인 땅값도 올해 2분기(4∼6월) 들어 오름세로 돌아선 뒤 3분기(7∼9월)에 전 분기 대비 0.44% 올랐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사들이 건축비, 지가 인상을 근거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분양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미계약 속출…사라진 ‘묻지 마 청약’
고분양가 논란이 커지면서 미계약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 ‘호반써밋 개봉’은 지난달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5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지만 전체 물량의 약 40%가 미계약됐다. 동작구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계약 포기가 잇따르며 현재 선착순 계약을 하고 있다. 이 단지 역시 전용 84㎡ 분양가가 최고 13억9400만 원으로 인근 시세보다 1억∼2억 원 비쌌다.
‘준강남’으로 불리며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광명도 경쟁률이 뚝 떨어졌다. 이달 17일 진행한 ‘트리우스 광명’의 1순위 청약 결과 평균 4.27 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나타냈다. 특히 5개 타입은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묻지 마 청약’은 사라지고 청약 수요자들이 더 신중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 “분양 규제 완화 수준 재검토 해야“
이 같은 고분양가 논란을 두고 정부의 분양 규제 완화가 특정 지역으로 투자가 쏠리는 풍선효과를 내며 고분양가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1월 정부가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 서울의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하면서 이들 지역에서는 주변 시세보다 낮게 분양하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게 됐다. 여기에 1주택자도 기존 주택 처분 의무 없이 청약할 수 있게 했다.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도 거주 지역이나 다주택자 여부와 관계없이 할 수 있도록 했고, 분양가가 높아도 중도금 대출을 받도록 풀어줬다.
분양가가 높아 본청약에서 미계약분이 나와도 무순위 청약 등을 통해 전국의 투자자들이 물량을 소화해주니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낮출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호반써밋 개봉 무순위 청약에는 1000여 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14.88 대 1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분양한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도 시장 침체로 무순위 청약 물량이 대거 나왔다가 규제 완화 이후 ‘완판’됐다. 올해 초 전용 84㎡ 기준 15억 원대 후반에 거래되던 조합원 입주권도 최근 19억 원대까지 호가가 올랐다. 5억 원 넘는 프리미엄이 붙은 셈. 규제 완화 혜택을 본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 경기 광명시 ‘철산자이 헤리티지’ 등도 모두 수억 원대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지방 다주택자 중 서울 신축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사람이 많다”며 “서울은 계약 포기가 발생해도 2∼3개월이면 완판되고, 프리미엄까지 붙으니 분양가를 내릴 이유가 없다”고 했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공급이 부족한 서울 및 수도권 등은 다주택자들이 계약 취소분을 다 소화해주니 분양가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며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이라는 청약제도 목적에 맞게 지역 제한은 완화해도 줍줍 등은 ‘무주택자’로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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