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 새만금, 후쿠시마 등 이슈마다 삭발
지난 18일 민주당 김원이 의원과 소병철 의원이 ‘전남지역 의대 유치’를 주장하며 삭발투쟁에 나서면서 올 들어 삭발을 한 민주당 의원은 11명이 됐다. 정치권에서는 168석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더불어삭발당’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민주당은 올해 들어 각종 이슈가 터질 때마다 소속 의원이 삭발에 나섰다. 시작은 지난 3월 윤재갑 의원이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에 반대한다며 삭발을 감행하면서부터였다. 이어 지난 4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유력시되자 규탄대회를 열고 신정훈·이원택 의원이 삭발했다. 지난 9월에는 정부가 내년도 새만금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5000억원 삭감하자 김윤덕·김성주·신영대·윤준병·이원택·안호영·한병도 의원이 “예산을 살려 내라”며 나섰다. 이원택 의원은 4월과 9월 두 차례나 삭발했다. 국회의원 11명이 12번 삭발식을 한 것이다. 전체 민주당 의원의 6.5%에 해당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오른쪽 첫째) 의원 등이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새만금 SOC 예산 삭감 규탄대회'에서 삭발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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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한 의원 11명은 모두 호남을 지역구로 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양곡법·새만금·지역 의대 등 호남권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이슈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호남을 지역구로 한 민주당 의원은 27명이다. 삭발한 의원과 그렇지 않은 의원 명단까지 돌아다니면서 온라인에서는 “민주당이 삭발당과 모발당으로 분화하고 있다”는 우스개까지 나온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농해수위 국정감사장에서는 민주당 의원 11명 중 5명이 올해 삭발을 한 의원들이었다.
당 소속 의원들이 삭발 투쟁을 이어나가는 가운데, 청년당원도 삭발 투쟁을 했다. 지난 9월 청년당원들이 “(이재명 대표는) 단식을 중단하고 건강을 회복한 후 당원들과 국민들과 함께 싸워주시길 바란다”며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촉구하는 삭발식을 했다. 당시 이 대표는 단식 15일차였다. 이 대표는 단식 24일차에 단식을 종료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오염수 방류 반대’ ‘양곡법 공포’ ‘새만금 예산 복원’ 등을 주장하며 삭발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1년 내내 삭발이 계속되면서 그 정치적 의미는 퇴색되고 보여주기만 남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삭발·단식의 정치적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떨어져가는데, 지역에서는 뭐라도 하라고 요구를 하기 때문”이라며 “야당 의원이 삭발이라도 해야지 뭘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전남 의대 유치 촉구’ 관련해서는 당 일각에서도 정책 이슈가 지역 이슈로 바뀔 수 있다며 삭발을 말리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두 의원은 강행했다고 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삭발은 약자들의 투쟁 방식인데,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은 스스로를 ‘약자’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냐”며 “신체발부 수지부모를 따지는 유교 문화도 예전같지 않은데 삭발 퍼포먼스가 국민에게 어떤 울림을 줄지 의문”이라고 했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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