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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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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보내는 위험신호 놓치지 마라…암보다 더 두려운 이 병 [건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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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상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

중앙일보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서상원 교수는 “동년배와 비교해 뇌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경도인지장애 단계부터 대처하면 치매로 진행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고령층에게 알츠하이머 치매는 암보다 더 두려운 질병이다. 뇌의 퇴행성 변화로 스스로 판단·행동하기 어려워져 가족의 돌봄이 절대적으로 필요해진다. 돌봄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 부담도 크다. 늙을수록 발병 위험이 커지는 알츠하이머 치매는 누구나 걸릴 수 있다. 인간의 뇌는 나이가 들면서 크기가 줄고 뇌의 신경세포가 소멸해 이를 연결하는 시냅스가 감소한다. 정신건강의 날(10월 10일)을 맞아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서상원(강남구치매안심센터장) 교수에게 노년기 정신 질환인 알츠하이머 치매의 예방·관리법에 대해 들었다.

Q : 인구 고령화로 퇴행성 뇌 질환인 치매에 걸리는 사람도 빠르게 늘고 있다.

A : “걱정스러울 정도다. 중앙치매센터에서 발표한 ‘대한민국 치매 현황 2022’에 따르면 치매 환자는 2030년 142만 명, 2050년 315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측한다. 치매는 조기에 진단·치료하면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면서 독립적 일상이 가능한 기간을 늘릴 수 있다. 그만큼 요양기관 입소 시기를 미룰 수 있다.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일 때부터 치매 진행을 막는 예방적 관리가 필요하다.”

Q : 경도인지장애라도 큰 문제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한데 왜 치료가 필요한가.

A : “경도인지장애는 뇌에서 보내는 강력한 경고 신호다. 같은 연령대와 비교해 뇌 인지 기능 감퇴 속도가 병적으로 빨라 치매에 불리한 상태다. 경도인지장애에서 알츠하이머 치매로 나빠질 가능성이 일반 고령층과 비교해 약 10배 높다. 그런데 경도인지장애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뇌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범위가 달라진다. 의료계에서 치매로 진행하기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빨리 대처할수록 뇌 인지 기능 유지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Q : 기억력이 떨어졌다면 경도인지장애로 의심해야 하나.

A : “깜빡하고 잊어버리는 기억력 저하는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하는 대표적인 증상이다. 다만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무조건 경도인지장애로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증상만으로는 노화에 따른 기억력 저하와 경도인지장애, 알츠하이머 치매를 구분하기 까다롭다. 진료 현장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이 어려운 이유다. 지속·반복적으로 기억력 저하가 나타난다면 병원을 방문해 기억력, 집중력, 판단력, 시공간 구성 능력 등 뇌 인지 기능 상태를 살펴보는 신경심리검사를 받기를 권한다. 특히 신경심리검사에서 뇌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나고 뇌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에서 뇌 위축이 확인되면,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전환 위험성을 높이는 아밀로이드베타가 뇌에 얼마나 쌓였는지 측정하는 뇌 영상 검사인 아밀로이드 PET(양성자방출단층촬영)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Q :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 치매에 약한 경우도 있나.

A : “그렇다. ApoE4(아포이4) 유전자가 있을 때다. 영화 ‘마블 시리즈’의 수퍼히어로 캐릭터인 토르를 연기한 크리스 헴스워스가 유전자 검사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 유전자인 ApoE4 유전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뇌 신경세포 보호의 정도가 약한 ApoE4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면 뇌 속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등이 더 잘 쌓여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이 높다. 경도인지장애 등을 검사할 때 보조적으로 ApoE4 유전자가 있는지 살피는 유전자 검사를 고려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전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ApoE4 유전자를 하나라도 가지고 있는 비율은 20%로 꽤 높은 편이다.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은 ApoE4 유전자 하위 변이로 알츠하이머 치매에 더 취약하다. 뇌 손상 범위가 넓고, 알츠하이머 치매 진행 속도가 더 빠르다. 알츠하이머 치매, 경도인지장애 등을 선별·진단·치료하는 국가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Q : 경도인지장애를 치료하면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이 가능한가.

A : “기억력·판단력 등을 관장하는 뇌는 평소 어떻게 생활하느냐에 따라 노화 속도가 달라진다. 치매 발생 위험이 높은 그룹을 대상으로 생활습관에 따른 치매 발생률을 분석했더니 규칙적인 운동, 금연, 지중해식 식단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치매 발생 위험이 32%나 줄었다는 연구도 있다. 뇌 인지 기능이 떨어져 독립적 일상이 어려운 중증으로 진행하면 가족의 간병 부담이 커질 뿐이다. 아직 국내에는 도입되지 않았지만, 올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아밀로이드베타 등 이상 단백질의 뇌 내 축적을 막는 신약이 승인되면서 향후 알츠하이머로 인한 경도인지장애, 치매를 더욱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됐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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