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설명을 하던 중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오가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정숙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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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검사, 재판부 가서 말하세요!” “장관 발언을 들어야 표결할 거 아닙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21일, 여야는 표결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할 때부터 고성을 주고받으며 강하게 충돌했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3시30분께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발언대로 나가, 준비해 온 에이(A)4 용지 18장가량의 체포동의 요청 이유서를 읽었다. 한 장관은 “대규모 비리의 정점은 이 대표고, 이 대표가 빠지면 이미 구속된 실무자들의 범죄사실은 성립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이 대표는 매번 자기는 몰랐다고 하는데 상식적으로도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이 대표의 구체적인 혐의 등을 세세하게 설명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피의사실 공표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민주당 출신 김남국 무소속 의원도 한 장관에게 삿대질을 하며 “왜 자꾸 얘기하느냐”며 격분했다.
이에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체포동의 요청 이유를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의원들이) 내용도 모르고 체포동의안에 표결을 하려는 거냐”고 맞붙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야당을 향해 “시끄럽다. 조용히 해라” “피의사실 공표가 아니다”라며 한 장관을 엄호했다.
한 장관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본회의장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민이 보고 있다”, “이 자리는 국회의원과 장관이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여러차례 의원들의 자제를 요청했다. 한 장관에겐 “짧게 요약해서 해달라”고 요구했다. 여야 의원과 한 장관 사이의 소란은 10여분간 이어졌고, 결국 김 의장은 윤재옥(국민의힘)·박광온(민주당)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 자제를 촉구했다.
표결과 개표를 마친 뒤 감표 과정에선, 일부 여당 의원들이 감표가 진행 중인 쪽으로 다가가 목을 빼고 지켜보자 야당 의원들이 “감표위원 아닌 사람은 나가라”며 소리를 질렀다. 감표 절차가 마무리될 무렵엔 정식 개표 결과 발표 전인데도 국민의힘 감표위원들이 주먹을 불끈 쥔 손을 번쩍 들거나(유경준 의원), 여당 의원석을 향해 손가락으로 ‘오케이’(OK) 사인을 보내(양금희 의원) 표결 결과를 짐작하게 했다. 투표용지 한장은 ‘가’ 표시 옆에 점이 묻어 있어, 이 표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감표위원들과 김진표 의장, 여야 원내대표까지 나서 논의하다 결국 무효로 처리했다.
마침내 김 의장이 가결을 선포하자 여야의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국회의장에게 “정회해달라”고 외쳤다. 국민의힘은 박수를 치며 표결 결과를 반겼다. 국회 방청석에 앉아 있던 이 대표 지지자들은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거나 욕설을 해 퇴장 조처를 당하기도 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 전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체포동의안 처리 방침을 ‘공유’했다. 특히 국민의힘은 가결을 당론으로 정하며 표 단속에 나섰다. 체포동의안 가결 뒤 본회의가 정회되자 여야는 다시 의총을 열어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이날 오전부터 국회 주변에선 이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를 두고 이 대표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이 각각 집회를 열어 여론전을 펼쳤다. 이 대표 지지 세력은 이날 집회에서 “윤석열 타도” “체포동의안 부결” 등을 외쳤고, 반대 세력은 “이 대표 구속”을 주장했다. 체포동의안 처리 이후엔 이 대표 지지자들이 국회 진입을 시도해, 경찰은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1번·6번 출구를 폐쇄했다.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도 이 대표 지지자들이 모여, 가결에 동참한 의원들을 성토하기도 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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