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4 (화)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여야 대선 주자들 “개헌 필요” 공감대… 李는 “탄핵 집중”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치권서 개헌론 분출

12·3 비상계엄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소추 당한 이후 정치권의 대선 주자급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개헌(改憲)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의회 권력을 독점한 야당이 감사원장 등을 탄핵소추한 데 이어 내년 예산안까지 단독 처리하고, 대통령은 이런 야당을 ‘반국가 세력’이라며 군을 동원한 비상계엄 선포로 맞서 파국을 맞은 지금 상황은 헌정(憲政) 위기란 것이다. 구체적인 개헌 방향에선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제왕적 대통령제’로 불리는 현행 헌법 통치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성규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은 23일 페이스북에서 “승자독식의 의회 폭거와 제왕적 대통령제를 허용하는 이른바 87 헌법 체제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며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정치권 전체가 개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 시장은 통화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기반으로 국회는 내각 불신임권, 대통령은 국회 해산권을 갖는 방식으로 개헌해 상호 견제와 협치가 가능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22일 MBN 방송에 출연해 “1987년 체제가 완전히 무너졌다”며 “(대통령) 4년 중임으로 개헌해서 5년 단임제의 폐해를 시정하되 (대통령이) 폭정으로 가지 못하도록 감시·견제하는 장치를 헌법안에 많이 도입하자”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선거구별로 국회의원 1명을 뽑아 다수의 사표(死票)가 발생하는 현행 소선거구제 대신, 선거구마다 의원을 2명 이상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선거제를 바꾸자는 입장이다.

안철수 의원은 통화에서 “헌법에 인공지능(AI), 국가의 복지 의무 등이 제대로 반영돼야 하고 대통령 권한 축소형 권력 구조 개헌도 필요하다”고 했다. 안 의원은 다만 권력구조 개편을 위해선 선거법을 개정해 소선거구제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의원내각제 등 통치 구조는 국민 뜻에 맞추자고 했다.

국민의힘 당대표를 지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5년 단임이든 4년 중임이든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권력을 분산하는 방향으로 개헌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개헌 시기와 관련해서는 “차기 대통령이 임기 초에 권력을 내려놓는 방식으로 개헌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대표는 개헌과 관련해 명시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정치권 논의를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대선 주자급 인사들이 비상계엄 사태 전까지만 해도 “개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었다. 친야 성향 시민단체 등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포함한 4년 중임제 개헌론이 분출했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탄핵소추 당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시작된 이후 조기 대선 가능성이 생기자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 측은 개헌론과 관련해 “한가한 소리”라고 하고 있다. 지금은 정치권이 개헌보다 윤 대통령 탄핵 관철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 대표는 몇 달 전까지는 “개헌은 중요한 과제이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했었다. 그런 이 대표가 이제 와 입장을 바꾸니 야권에서도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가 개헌의 걸림돌이 되는 일이 반복될 판”이란 말이 나온다.

다만 이 대표를 제외한 다른 야권 대선주자급 인사들은 비상계엄 사태로 극명하게 폐해가 드러난 제왕적 대통령제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87년 체제는 시대적 소명을 다했고, 새로운 정치 질서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지사는 2021년 대선 출마 때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했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차기 대선은 여야 후보 모두 대통령 권한을 자의적으로 행사할 수 없도록 견제하는 장치를 두자고 약속할 것”이라며 “그중 하나가 개헌”이라고 했다. 김 전 총리는 여러 차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하는 권력구조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측은 “김 전 지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생각한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한 권력구조 개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 모두 개헌 시점에 대해선 언급을 꺼렸다. “정치는 타이밍인데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당장 개헌하자는 건 뜬금없어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 민주당에는 개헌론자가 상당히 많다.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도 최근 외신기자회견에서 “개헌의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고 했다. “나는 원래 개헌론자”라면서 “87년 개헌 이후 40년 가까운 시기의 변화를 헌법에 담아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대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대통령 4년 중임제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상호 전 의원도 “국회가 개헌특위는 바로 구성을 하고 우원식 의장 주도로. 특위에 여야가 동수로 참여해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하자는 합의라도 하자”고 했다. 박용진 전 의원도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위한 개헌론자로 202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왔을 때 “대통령에 당선되면 당선인 시절에 바로 개헌을 제안해 분권형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었다.

[박수찬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