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위해 쌀 2000억원어치 지원 계획”
북한 리종혁(가운데) 조선 아태위 부위원장이 지난 2018년 11월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 대회’참석을 위해 경기도를 방문해 당시 이재명(왼쪽) 경기지사, 이화영(오른쪽)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기념 촬영을 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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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또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가 북한에 2000억원에 달하는 쌀 10만t을 지원할 계획도 세웠다고 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대납한 뒤 이 대표 측은 쌀 지원 계획을 북한 측에 더는 제안하지 않았다고 한다.
본지가 이날 입수한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검찰은 이화영씨가 대북 사업의 실무를 도맡아 처리하는 동안 이재명 대표에게 최소 17차례 대북사업 경과를 직접 ‘보고했다’고 청구서에 적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18년 9월 이씨에게 “북한이 스마트팜 지원 등을 원한다”는 취지의 보고를 처음 받은 뒤 이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씨는 중국, 북한 등을 오가며 북측과 협의한 내용을 이 대표에게 6차례 직접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북 제재‧남북 관계 경색 등으로 사업에 차질이 생기자 이씨는 쌍방울에 스마트팜 조성비‧방북 비용 대납을 요구했는데, 이런 상황도 이 대표에게 수시로 보고했다.
이씨는 2019년 7월 말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2차 국제대회’에 다녀온 뒤 이 대표에게 “쌍방울의 김성태가 대북사업을 하고 있으니 지사님 방북 비용까지 비즈니스적으로 처리할 것”이라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12월엔 국회의원 출마로 평화부지사 사퇴를 앞둔 이씨가 이 대표에게 “김성태 회장이 지사님 방북을 추진하고 있는데 내년 초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취임한 2018년 7월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 성과를 지켜보며 차기 대선에서 대북 정책 성과가 중요한 정치적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이 대표는 2018년 9월 18~20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 전 대통령의 특별수행단에 참여하고자 했지만 수행단에서 제외됐다. 이 대표는 수행단에서 제외된 뒤 이화영씨에게 지시해 경기도 자체 대북사업과 본인의 방북을 추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같은해 9월 평소 알고 지내던 국정원 직원을 통해 안부수 아태협 회장을 소개받아 경기도 대북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좌측),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오른쪽) |
경기도와 아태협은 2018년 11월 경기 고양에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1차 국제대회’를 개최했다. 이때 북측 대표단으로 참석한 리종혁 조선아태위 부위원장이 이 대표에게 직접 방북을 요청하자, 이 대표는 “육로로 평양을 방문하고 싶다”며 화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되는 등 남북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며 상황이 바뀌었다. 경기도와 북한 인사간 만남도 불발됐다고 한다.
구속영장 청구서엔 이화영씨가 이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2019년 5월 12일 중국 단둥에서 열린 쌍방울-북한 간 협약식에서 쌀 10만t 지원을 제안하면서, 이 대표의 방북도 요청한 내용이 담겼다. 이씨는 출국 전인 5월 8일 이 대표에게 이같은 계획을 미리 보고했고, 이 대표는 이를 승인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그해 6월 본인의 직인이 찍혀 있는 쌀 10만t 지원 관련 공문을 북한에 보냈다. 검찰은 쌀 20kg당 가격을 4만원으로 보고, 쌀 10만t이 2000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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