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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이슈 검찰과 법무부

검찰 “이재명, 대북송금 최소 17차례 보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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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위해 쌀 2000억원어치 지원 계획”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로부터 대북 사업 관련 보고를 수차례 받았다고 적시한 것으로 19일 전해졌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쌍방울이 북한에 총 800만달러를 보내는 과정에서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에게 최소 17차례 ‘보고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북한 리종혁(가운데) 조선 아태위 부위원장이 지난 2018년 11월 ‘제1회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 대회’참석을 위해 경기도를 방문해 당시 이재명(왼쪽) 경기지사, 이화영(오른쪽)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기념 촬영을 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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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또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가 북한에 2000억원에 달하는 쌀 10만t을 지원할 계획도 세웠다고 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방북 비용 300만달러를 대납한 뒤 이 대표 측은 쌀 지원 계획을 북한 측에 더는 제안하지 않았다고 한다.

본지가 이날 입수한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검찰은 이화영씨가 대북 사업의 실무를 도맡아 처리하는 동안 이재명 대표에게 최소 17차례 대북사업 경과를 직접 ‘보고했다’고 청구서에 적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18년 9월 이씨에게 “북한이 스마트팜 지원 등을 원한다”는 취지의 보고를 처음 받은 뒤 이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씨는 중국, 북한 등을 오가며 북측과 협의한 내용을 이 대표에게 6차례 직접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북 제재‧남북 관계 경색 등으로 사업에 차질이 생기자 이씨는 쌍방울에 스마트팜 조성비‧방북 비용 대납을 요구했는데, 이런 상황도 이 대표에게 수시로 보고했다.

이씨는 2019년 7월 말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2차 국제대회’에 다녀온 뒤 이 대표에게 “쌍방울의 김성태가 대북사업을 하고 있으니 지사님 방북 비용까지 비즈니스적으로 처리할 것”이라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해 12월엔 국회의원 출마로 평화부지사 사퇴를 앞둔 이씨가 이 대표에게 “김성태 회장이 지사님 방북을 추진하고 있는데 내년 초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취임한 2018년 7월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 성과를 지켜보며 차기 대선에서 대북 정책 성과가 중요한 정치적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이 대표는 2018년 9월 18~20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 전 대통령의 특별수행단에 참여하고자 했지만 수행단에서 제외됐다. 이 대표는 수행단에서 제외된 뒤 이화영씨에게 지시해 경기도 자체 대북사업과 본인의 방북을 추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같은해 9월 평소 알고 지내던 국정원 직원을 통해 안부수 아태협 회장을 소개받아 경기도 대북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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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좌측),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오른쪽)


경기도와 아태협은 2018년 11월 경기 고양에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1차 국제대회’를 개최했다. 이때 북측 대표단으로 참석한 리종혁 조선아태위 부위원장이 이 대표에게 직접 방북을 요청하자, 이 대표는 “육로로 평양을 방문하고 싶다”며 화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되는 등 남북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며 상황이 바뀌었다. 경기도와 북한 인사간 만남도 불발됐다고 한다.

구속영장 청구서엔 이화영씨가 이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2019년 5월 12일 중국 단둥에서 열린 쌍방울-북한 간 협약식에서 쌀 10만t 지원을 제안하면서, 이 대표의 방북도 요청한 내용이 담겼다. 이씨는 출국 전인 5월 8일 이 대표에게 이같은 계획을 미리 보고했고, 이 대표는 이를 승인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그해 6월 본인의 직인이 찍혀 있는 쌀 10만t 지원 관련 공문을 북한에 보냈다. 검찰은 쌀 20kg당 가격을 4만원으로 보고, 쌀 10만t이 2000억원에 달한다고 했다.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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