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를 타고 온 난민들이 16일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에 내리고 있다. 최근 이 섬에 도착하는 난민이 급증하고 있다. 람페두사/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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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지중해의 람페두사섬으로 몰려드는 난민이 지난해의 2배로 급증하면서 이탈리아와 유럽연합(EU)에 비상이 걸렸다. 난민선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땅에 닿기도 전에 배에서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고, 섬에 도착한 이들도 열악한 수용 시설에서 하루속히 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초청으로 며칠 새 8500명 이상의 난민이 몰려든 람페두사섬을 17일 방문한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16일 전했다. 멜로니 총리는 15일 난민의 추가 유입을 막기 위해 유럽연합에 해군력 동원을 촉구하면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초청했다. 갑작스러운 난민 증가 사태에 독일 정부는 이탈리아 도착 난민을 계속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고, 프랑스 정부도 어려움에 처한 이탈리아에 대한 연대 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유럽을 향하는 아프리카 난민이 주로 도착하는 람페두사섬에서는 이번주 들어 난민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는 11~13일 사흘 동안에만 8500명의 난민이 새로 도착했다고 밝혔다. 그 이후에도 난민이 계속 늘어 16일에도 1000명가량이 새로 도착했다고 이탈리아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 섬은 가장 가까운 아프리카 해변까지 130㎞ 정도 떨어져 있다.
이 섬의 난민 시설은 400명 수용이 한계여서 도착 난민들이 제대로 된 숙소를 구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 적십자는 15일 현재 3800명 정도가 이탈리아 본토로 옮겨가지 못한 채 섬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카메룬에서 2명의 자녀와 함께 출발해 리비아를 거쳐 최근 이 섬에 도착한 여성인 클로딘 은소에(29)는 로이터 통신에 “우리는 한데서 햇빛에 노출되고 (밤에는) 추위에 떨며 잠을 자고 있다”며 “주거 여건이 좋지 않으니 하루속히 다른 곳으로 옮기게 허용해달라. 어디도 좋으니 일단 이곳은 떠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에 도착한 난민 여성이 아이들과 함께 야전 침대에 의존한 채 이탈리아 본토 이동을 기다리고 있다. 람페두사/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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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이후 현재까지 람페두사섬에 도착한 난민들은 약 12만6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대부분의 난민은 튀니지에서 출발했지만, 국적은 다양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쿠데타가 잇따르는 서아프리카 등 분쟁 지역에서 리비아 등 지중해 연안 국가로 옮겨온 난민들이 튀니지~람페두사 루트를 이용해 유럽행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난민들이 대거 국외로 탈출하며 발생했던 2015~2016년의 유럽 난민 위기가 재연되는 분위기다.
그 와중에 40여명을 태운 작은 난민 보트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섬에 도착하기 전에 배 위에서 숨지는 비극도 발생했다고 이탈리아 안사 통신이 보도했다. 산모가 보트에서 진통이 시작돼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출산했으나 아이는 곧 숨졌다. 현재 아이의 사망 경위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난민이 급증하면서 현지 주민들이 추가 난민 시설에 반대한다는 시위를 벌이는 등 섬 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람페두사섬 주민 일부는 16일 추가 난민 수용 텐트 설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한 시위 참가자는 “지난해까지는 난민 문제를 신경쓰지 않았지만, 이제는 이 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는 불안감 때문에 내 자녀 2명을 지켜야 한다는 본능이 발동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는 “주민들은 이제 지쳤다. 우리는 텐트촌을 원하지 않으며 이는 유럽과 이탈리아 정부에 보내는 메시지다”라고 말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지난 6월11일 멜로니 총리,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함께 튀니지를 방문해 난민 억제를 위한 10억유로(약 1조4200억원)의 지원 계획을 밝혔다. 그 이후에도 난민 유입은 줄지 않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15일 이 계획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 분쟁과 물가 상승, 기후 위기 등에 따라 급증하는 아프리카 난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패러다임 변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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