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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200조 원대 빚더미 한전, 5년 동안 부담할 이자만 24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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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책이든지 있지 않으면 한전이 부도가 날 것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국전력의 부채 문제와 관련해 이전 정부가 제때 전기요금 조정을 하지 않아 한전이 '엄청난 적자'를 안게 됐다며 이같이 답했습니다.

지난 6월 말 연결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1조 4천억 원으로 사상 처음 200조 원을 넘겼습니다.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많습니다.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전기요금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아 2021년 이후에만 47조 원이 넘는 막대한 영업손실을 본 것이 한전 총부채 급증의 주된 요인입니다.

문제는 작년부터 40% 가까이 전기요금을 올렸는데도 한전 수익 구조는 여전히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데 있습니다.

오늘(11일) 한전 전력월보를 보면 지난 5∼6월 두 달 연속 전기 판매 단가가 구입 단가보다 높아져 '역마진 구조'가 일시적으로 해소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한전이 손해 구간에서 막 벗어나는 초입 정도에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전력 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전체 비용에서 전력 구입비가 88%가량으로 가장 많지만, 송·변전 설비 운용비와 인건비 등도 12%가량 된다"며 "전력 판매 단가가 구입 단가보다 최소 10% 이상 높아져야 한전이 겨우 적자를 면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전은 3분기 '반짝 흑자'를 냈다 4분기 다시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실적 전망치(컨센서스)에 따르면 한전은 오는 3분기(7∼9월) 1조 6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 10개 분기 만에 적자 탈출에 성공하겠지만, 4분기(10∼12월)에는 다시 약 6천억 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한전 역시 올해까지 연간 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합니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연결 기준 6조 3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보고, 내년부터 연간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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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조 원대로 늘어난 부채는 심각한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막대한 부채에 따른 이자비용이 대표적입니다.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상 한전 부채는 올해 말 205조 8천억 원을 기록하고 2027년 226조 3천억 원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에 따른 이자비용은 지난해 2조 8천185억 원에서 올해 4조 4천억 원, 2024년 4조 7천억 원, 2025년 4조 9천억 원, 2026년 5조 1천억 원, 2027년 5조 1천억 원으로 커질 전망입니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한전이 부담할 이자만 24조 원 수준입니다.

매일 131억 원씩 이자를 내야 하는 셈입니다.

여기에 급증하는 전력 인프라 투자 수요를 감안하면 한전이 연간 수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더라도 부채는 줄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근 뚜렷해진 유가와 달러화 동반 강세는 한전의 경영에 다시 불확실성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한전의 이번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은 올해 원/달러 환율과 브렌트유 배럴당 가격이 각각 1천270원, 82.8달러일 것이라는 전제로 수립됐습니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이 1천300원을 넘고, 원유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현재 한전으로서는 '부정적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당초 예상보다 환율이 5%, 에너지 가격이 10% 상승하는 '부정적 시나리오'에 따르면 한전은 당장 내년에 6조 원대의 영업손실을 피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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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한전채 추가 발행도 쉽지 않습니다.

한전은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5배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작년 말 기준으로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20조 9천200억 원)의 5배인 104조 6천억 원까지 한전채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7월 말 기준 한전채 발행 잔액은 78조 9천억 원입니다.

다만 영업손실이 이어지면 적립금이 줄어 한전채 발행 한도가 줄어듭니다.

즉 한전채 추가 발행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에 이를 수 있습니다.

한전채 발행이 막히면 한전은 전기 구매 대금을 치르는 것은 물론 시설 유지·보수·투자비 집행에 어려움을 겪는 초유의 사태를 맞을 수 있습니다.

한 총리가 경고한 '한전 부도' 상황입니다.

환율 및 유가 고공 행진으로 '부정적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별도 기준 한전의 부채비율은 올해 870%에 이어 내년 1천107%에 이릅니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요금이 올라 경영이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다시 에너지 가격과 환율이 올라 전력도매가격(SMP)도 오르고 있다"며 "생각보다 힘든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전이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2021∼2023년 원가보다 싸게 전기를 팔아 국민들을 외부 경제 충격으로부터 보호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한전이 안은 부담은 언젠가 국민이 지불해야 할 대가라는 점에서 현재 전기를 싸게 쓴 세대가 미래 세대에 비용을 전가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전기요금 심의·결정 기구인 전기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강승진 한국공학대 교수는 "한전 적자는 세금으로 메우든, 미래 전기요금 추가 징수를 하든 두 가지 중 하나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진=한국전력 중장기 재무관리 보고서,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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