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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언제까지 집안싸움만 할 겁니까”…세계를 뚫은 이 여성리더가 고민 빠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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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M, 40개국서 600여개 매장 운영
명품 시장 위기지만 새로운 기회 있어
디지털 노마드 위한 기술 접목해 승부

정부는 기업인들 간섭말고 시장에 맡겨야
히든 챔피언 발굴, 해외 진출 격려 필요해

20년간 女 기업인 육성에 활발한 지원
훗날 북한 여성과 아이들 돕는 것이 꿈


재벌가의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온실 속 화초 같은 삶은 체질에 맞지 않았다.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의 얘기다. 고(故) 김수근 대성그룹 창업주의 딸로 태어난 김 회장은 대지면적만 2446㎡(740평)에 달하는 돈암장 저택에서 부유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7남매 중 막내로 사랑만 받고 자란 응석받이일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성격과 많은 꿈을 지닌 소녀였다. 그런 그에게 아버지는 “여자는 시집이나 잘가면 된다. 바깥일에 나서면 안된다”고 다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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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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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명문대에 합격했을 때도 아버지는 ‘여자’라는 이유로 유학을 허락하지 않았다. 반대를 무릅쓰고 유학 길에 오른 김 회장은 아버지에게 버린 자식 취급을 받았다. 학비와 생활비가 끊겨 돈을 벌기 위해 홀로 일자리를 찾아다녔다.

이때 김 회장은 뉴욕 맨해튼의 유명 백화점인 블루밍데일에 취업하게 된다. ‘패션 사관학교’로 불릴 만큼 미국 패션 트렌드를 주도했던 백화점이다. 그가 패션과 연을 맺은 계기다.

1989년 한국에 귀국한 김 회장은 아버지에게 3억원을 빌려 구찌, 입생로랑 등 명품 브랜드 딜러 계약을 맺으면서 본격적인 패션 사업을 시작한다. 이후 2005년에는 독일 명품 브랜드 MCM을 인수했고, 2007년 그가 처음 일했던 미국 블루밍데일 백화점에 입점시키는 쾌거를 이뤘다.

현재 그는 전 세계 40개국에 600여개 MCM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 반항하던 꿈 많던 소녀가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기업인이 됐다. 최근 수년 간 국내 활동이 뜸했던 그를 매일경제가 오랜만에 서울 논현동 MCM빌딩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스위스에서 주로 지내고 계신다고 들었다. 근황이 궁금하다.

▷한때 정치 문제에 얽혀 너무 많은 곤혹을 치렀다. 불매 운동이 일어나고 브랜드 매출이 떨어지더라. 그때 깨달은 게 그냥 내가 잘 하는 일, 내 소명에 집중하자는 거였다. 당시에는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유럽으로 나가 그에 집중했다.

여전히 해외 시장에서 잘되는 한국 패션 브랜드가 별로 없지 않나. 한국이 아시아의 이태리가 못 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묵묵히 해외 확장에 주력했다. 그 결과 전세계 40개국 진출을 이뤄냈고, 해외에 사무실도 10개나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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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FW시즌 MCM 웨어러블 카사 컬렉션. 데이 배드에서 매트까지 원하는 형태로 변형이 가능한 타타무(Tat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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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MCM을 인수하고 벌써 20년 가량이 지났다. 최근 글로벌 소비 침체로 명품 시장이 크게 위축된데다 MCM 역시 고전하고 있는데.

▷명품의 정의가 달라졌다. 과거 명품은 부자들의 전유물을 의미했으나 이제는 개개인의 자유와 생활을 보다 편리하고 윤택하게 하는 고품질 제품으로 그 의미가 변화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디지털 노마드가 됐고, 보여지는 것보다 편의성과 기능을 더 중요시 여긴다.

전통적인 럭셔리를 넘어 새로운 럭셔리로 나아가는 어려운 시기다. 우리가 변화할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 MCM은 이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독일의 전통적인 장인정신을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전환을 통한 기술 접목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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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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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시장은 어디인가.

▷모든 시장이 중요하지만, 특히 최근에는 한국 시장이 세계 문화의 중심으로 부상해 중요해졌다. 경제가 어려워도 지금이 적기라고 본다. 이제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투자할 생각이다. 기존의 것을 답습하지 않고 신선하고 새로운 걸 만들고 싶다. 한국 디자이너도 더 많이 키울 거다. 한국 외엔 중동과 유럽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한국 시장은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높은 세율과 과도한 규제로 사업하기 어려워 해외로 떠난다는 기업인도 상당수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나.

▷첫째, 정부가 기업인들을 간섭하지 않았으면 한다. 규제를 줄여야 한다. 시장경제에 맡길수록 기업은 잘 자라게 돼 있다.

둘째, 정부와 기업인들이 협업해야 한다. 한국은 훌륭한 기업들이 참 많은데 글로벌에서 활약하는 기업들은 적다. 왜 그런가? 이건 한국 문화가 아직도 유교 문화 영향으로 내부지향적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내부에서 계속 싸운다. 기업인들도 자꾸 정치 문제에 엮이니 기업 활동에 집중하기 힘들다. 그러나 진짜 싸움은 밖에 있다. 협업해서 밖과 싸워야 한다.

셋째, 숨어 있는 챔피언을 발굴해야 한다. 작은 기업이라도 잘하는 기업, 가능성 있는 기업은 글로벌에서 경쟁할 수 있게 정부가 밀어주고 격려해줘야 한다.

-예전부터 여성 기업인들을 지원하는 일에 적극적이셨다. 요즘은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가.

▷성주재단은 지난 20여년간 매년 GSW(Global Summit of Women)를 후원하며 전 세계 여성 리더들이 경제, 문화,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견을 교류하게 하고 있다.

최근 밀라노에서 진행한 ‘KIFT(Korea Italy Fashion Tech) 얼라이언스’는 글로벌 패션 및 기술 분야 리더들이 패션과 기술 부문 미래 여성 리더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만든 자리다. 앞으로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창업가와 여성 리더를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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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9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된 KIFT(Korea Italy Fashion Tech, 한국 이탈리아 패션 테크) 얼라이언스 포럼 행사에 참석한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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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기업 경영을 하며 좌우명으로 삼고 있거나 마음속에 간직해온 중요한 가치를 표현한 문구가 있다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다. 하나님께 은혜를 입은 기독교인으로서, 그리고 사업가로서, 어머님께 배운 가치에 기반해 내가 얻은 것들을 사회에 나눠 다음세대를 위해 작게나마 기여하려 한다. 특히 북한의 여성들과 아이들을 돕고 싶은 꿈이 있다.

김성주 회장

△1956년 대구 출생 △1975년 이화여고 졸업 △1979년 연세대학교 신학, 사회학 학사 △1981년 앰허스트대학 사회학 학사 △1985~1997년 미국 블루밍데일 회장직속기획팀 △1990년 성주인터내셔날 사장 △2005년~ 성주그룹 회장 △2007년~ MCM Holding AG 대표이사 회장 △2009년~ 성주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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