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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점잖음’ 버린 국무위원, ‘호칭’ 버린 야당…‘말다툼 과몰입’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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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손현수의 여의도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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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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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지난 1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정기국회 초반부터 정부·여당과 야당 의원들이 아슬아슬한 말다툼을 이어가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야당은 국무위원들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고, 여당은 야당 의원들의 호칭 생략을 지적했다.

국무위원들의 답변 태도 논란은 정기국회 시작에 앞서 예고됐다. 지난달 30∼31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답변이 도마에 오른 것이다.

#1. 8월 30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 : 우리 정부는 도쿄전력의 입이 되어버렸다.

한덕수 국무총리 : 어떻게 정부가 얘기를 하는데 일본 도쿄전력의 입이라고 얘기를 하나. 그건 기본적인 예의가 없으신 것이다.

#2. 8월 31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

기동민 민주당 의원 : 국민적 의혹(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사건 수사 축소 외압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한덕수 : 그건 의원님의 희망이시다. (중략) 하나도 동의하지 않는다. 위원님 말씀하시는 거 다 틀렸다. (중략) 사안을 왜곡하고 계시는 겁니다. 의원님 주장이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이다.

기동민 : 국회에 싸우러 나오셨습니까?
한 총리의 답변 태도를 둘러싼 문제는 5∼6일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3. 9월 5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

김두관 민주당 의원 : 우리가 베트남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이 2800개 정도되는데, 이런 이념의 잣대로 보면 공산주의 국가에 투자하고 있는 2800개 기업을 총리가 철수시켜야 되는 것 아니냐

한덕수 :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호치민, 베트남의 국부의 흉상을 육사에 갖다 놓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김두관 : 너무 엉뚱한 질문을 하시니까 제가 어이가 없는데요

#4. 9월 6일 국회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

김병주 민주당 의원 :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집단항명수괴죄는 알고계시죠?

한덕수 : 나중에는 집단항명이 항명죄로 바뀌었다고 들었다. 국방부 장관과 수사기관이 옳다고 생각하는 합법적 범위 내에서 모든일을 했을 겁니다. 어떻게 해서 대한민국이, 군 내부가 그렇게 엉터리로 운영되고 있다고 믿고 있는 의원님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밖에도 “대한민국 국민 5천만이 모두 주권자로서 권력을 행사한다면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 5일 대정부질문), “백선엽(장군)이 스무 몇살 때 친일파라고 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부친인 문용형 그분도 나이가 거의 똑같다. 1920년생으로 그 당시에 흥남시 농업 계장을 했다. 흥남시 농업 계장은 친일파가 아니고, 백선엽 만주군관학교 소위는 친일파냐. 어떤 근거로 한쪽은 친일파가 되어야 하고, 한쪽은 친일파가 안 되어야 하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6일 대정부질문) 등 국무위원들의 답변도 뭇매를 맞았다.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들의 이런 공격적 답변 태도는 윤 대통령의 주문에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여야의 스펙트럼이 너무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점잖게 이야기해서 될 일이 아니다. 국무위원은 모두 정무직 정치인이고 논리와 말을 가지고 싸우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의 호칭을 생략하거나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면서 맞섰다.

#1. 9월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고민정 민주당 의원 : 여당 의원들도 계시기 때문에 방통위원장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아까 답변하는 걸 보니 도저히 그럴 수 없네요. 이동관씨가 하신 말씀 보면,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사건이 가짜뉴스라고요. 세상 사람 중에 누가 그걸 인정합니까.

이동관 방통위원장 : 국무위원으로서 말씀드리는 건데 이동관씨가 뭡니까. 개인 이동관한테 질문하는 게 아니라 방통위원장 이동관한테 질문하는 것 아닌가.

#2. 9월 5일 대정부질문

최강욱 민주당 의원 : 국민이 뽑은 관리인에 불과한 고작 5년짜리 정권이 겁도 없이 최소 30년 이상 방류한다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염려하는 국민을 가리켜 싸워야 하는 세력이라며 겁박하고.

(국민의힘 의원 항의)

최강욱 : (“대통령 임기 5년이 뭐가 대단하다고”라고 한 발언은) 윤석열씨가 한 말입니다. 윤석열 후보가 한 말입니다.

#3. 9월 5일 대정부질문

설훈 민주당 의원 : (국방부) 장관이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라고) 결재한 결재안을 뒤집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총리가 하신 건 아닐 테고 윤석열 대통령밖에 이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본다. 대통령이 만약 그렇게 했다면 법 위반 아닌가. 총리는 아니라고 하지만 조사를 하면 당연히 결론은 직권남용으로 나올 것이다. 증거가 넘치고 넘친다. 탄핵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는 말씀드린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 : 윤 대통령이 하루속히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복귀하지 않는다면, 6일째 단식농성 중인 야당 대표의 손을 잡지 않는다면 제가 다시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을 가장 먼저 주장할 것이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고 무도한 폭정을 계속한다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탄핵밖에 없다.
이처럼 정부·여당과 야당의 말다툼이 이어지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5일 대정부질문 시작에 앞서 국무위원과 국회의원의 태도를 지적하며 “모든 국회의원은 개인으로 지휘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 기관으로서 질의하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답변할 때 언제나 국민에게 답변한다는 자세로 정중하게 답변한다는 자세로 정중하게 예의 갖춰서 답변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정치는 말이다. 말로 상대를 설득하고 행동을 이끌어 내 변화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는 것이 정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대 마지막 정기국회이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들의 이목이 쏠리는 시기인 만큼, 여야 의원들은 물론, 윤 대통령이 “정무직 정치인”이라고 규정한 국무위원이 말과 태도의 품격을 보여줬으면 한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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