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가 표정을 알 수 없는 모나리자처럼 변했다고 했다. 사진은 2022년 9월 25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마스크를 쓴 모나리자 그림 뒤로 시민들이 지나가는 모습.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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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의존도 높은 한국 경제가 이 모호함에서 자유로울 리 없다. 정부가 발표하는 각종 거시경제 지표만 봐도 안갯속을 걷는 기분이다. 가령 수출은 작년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11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그런데 반도체나 대(對)중국 수출을 빼고 보면 수출 증가율은 전년과 비슷하다. 생산지수를 보면 제조업은 흔들리는 반면 서비스업은 양호하다. 경기를 어느 관점에서 보는지에 따라 착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물가 흐름도 모나리자 얼굴을 보는 듯하다. 지난해 7월 6.3%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현재 2~3%대로 낮아졌다. 하지만 물가 수준을 나타내는 소비자물가지수(2020년=100)를 들여다보면 전체 품목이 평균 10% 이상 상승한 상태다. 체감 물가가 여전히 부담스러운 이유다. 또 경기가 바닥을 딛고 올라서고 있다는데,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계속 우하향 그래프를 그린다. 혼돈의 연속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 경제가 방향성을 잃은 배경을 기초 체력 약화에서 찾았다.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경제의 역동성과 안정성이 낮아졌고, 이것이 사소한 변수에도 경기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결과를 야기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해외 수요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중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도 한국 경제를 모나리자 표정처럼 만든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릴 둘러싼 환경이 이처럼 흐릿한데 여의도 증권가라고 분위기가 다를까. 시선을 자본시장으로 옮겨보자. 최근 투자업계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박스권, 혼조, 관망, 불확실성’ 등이다. 모나리자 모호성의 자본시장식 표현이다. 코스피 지수가 2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외국인이 순매수 전환했지만, 자금 유입의 상당 부분은 삼성전자에 쏠려있다. 지수는 올랐는데 등락을 보면 하락 종목 수가 더 많을 때도 잦다.
7월 말 40조원에 육박하던 코스피 거래대금은 현재 10조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투자자예탁금도 감소 추세다. 신규 자금 유입이 없는 상황에서는 같은 반도체 대표주여도 삼성전자만 오르고 SK하이닉스는 추락하는 4일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추가 매수 대신 ‘매도 후 매수’를 택하는 일이 생겨서다. 모나리자 표정 같은 장세에 많은 투자자가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지금은 투자 적기가 아닌가. 함부로 규정할 순 없다. 분명한 건 판단이 힘든 시장 상황일수록 자신의 투자 스타일을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우선은 한 업종이나 종목이 튀면 다른 업종·종목이 빠지는 풍선 같은 장세를 견뎌낼 시야를 확보했는지부터 따져볼 일이다. 모나리자가 실은 무표정이란 사실을 깨달아도 당황하지 않도록 말이다.
전준범 기자(bbeo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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