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업계에 따르면 금양은 지난해 12월 준공을 목표로 6100억원을 투자해 건설 중이던 부산 기장 2차전지 공장의 목표 준공 시점을 올해 5월로 늦췄다. 지난 2023년 9월부터 건설을 시작한 기장 공장은 연면적 12만4479㎡(약 3만7655평)에 각종 생산 설비를 갖추고 2170(지름 21㎜·높이 70㎜) 및 4695(지름 46㎜·높이 95㎜)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완공 시 생산 능력은 연간 3억셀로, 매년 전기차 21만6000대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다.
금양이 부산 기장에 위치한 동부산 E-PARK 산업단지 내에 건설 중인 원통형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모습. / 금양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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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양 기장 공장은 지난해 8월 말 외관 공사를 마무리한 뒤 설비를 차례로 도입하고 있었지만, 일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완공 시점을 늦춘 것으로 풀이된다. 금양은 지난달 4일 미국 ‘나노테크 에너지’와 2170 배터리 공급계약(812억원 규모)을 체결하며 첫 배터리 수주 소식을 알렸고, 같은 달 8일 국내 전기버스 기업 피라인모터스와 5년간 전기버스 750대 분량의 2170 배터리 공급 계약(788억원 규모)을 체결했다. 그러나 두 계약 금액을 합해도 기장 공장 투자액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에코프로비엠도 2023년 5월부터 짓고 있던 경북 포항시 양극재 공장의 준공 시점을 작년 12월에서 2026년 12월로 2년 늦췄다. 에코프로비엠은 이곳에서 차세대 제품으로 분류되는 NCMX(니켈·코발트·망간‧첨가제)와 단결정 양극재를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충분한 수주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
배터리용 동박을 생산하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은 올해 말로 예정했던 스페인 카탈루냐 공장의 완공 시기를 2027년 6월로 미뤘다. 유럽 현지 수요를 노리고 추진했던 스페인 공장의 투자 규모는 총 5600억원이었는데, 완공 시점을 늦추면서 지난해 스페인에 집행한 투자 규모도 180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줄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에 건설 중인 동박 공장 조감도. /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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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저가 음극재의 물량 공세에 시달리는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8월 포항 블루밸리산단 1단지에서 추진 중이던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의 증설 투자 규모를 기존 연산 1만8000톤(t)에서 1만3000t으로 축소했다. 포스코퓨처엠은 2026년 음극재 생산능력을 22만1000t까지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목표를 11만3000t으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포스코퓨처엠의 음극재 공장 가동률은 지난 2020년 80~90%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30% 수준에 그쳤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한국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시장 점유율은 19.8%로 전년 동기 대비 3.7%포인트(P) 하락했다. 수요 둔화에 빠진 국내 배터리·소재 업계는 비상 경영을 선언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해 불황 극복에 나서고 있다.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은 “지금은 길을 찾지 못하면 생사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라며 “경영 전 부문에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업황은 내년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전기차 시장은 2026~2027년을 기점으로 프라이스 패러티(Price Parity·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 비용이 같아지는 시점) 달성과 주행거리·충전·안전성 우려 해소로 수요를 회복해 중장기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훤 기자(h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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