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위장해 아내를 살해하고 수억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구속기소된 부동산업자 김모(55)씨가 임대·관리하던 군포시 산본동의 한 오피스텔. 세입자 27명은 김씨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며 집단 고소를 예고했다. 손성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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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위장해 아내를 살해하고 사망보험금 약 6억원을 타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동산 업자가 전세사기 사건에 또 다시 휘말렸다.
경기 군포경찰서는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부동산업자 김모(55)씨에 대한 사기·횡령 등 혐의 고소장을 제출받아 수사 중이라고 1일 밝혔다. 김씨는 2020년 6월 부인 이모(사망 당시 51세)씨를 승용차에 태워 화성시 매송면의 한 도로에서 살해한 뒤 차량 앞으로 동물이 갑자기 튀어나와 사고가 난 것처럼 위장해 보험금 5억8000만원을 타낸 혐의(살인,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로 구속기소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전세사기 혐의로 또 다시 피소가 된 것이다.
고소인 등에 따르면 김씨는 경기도 군포의 오피스텔 47개 호실을 임대 및 관리하고 있었다. 이곳에 세들어 살던 임차인 27명은 보증금 2000만~6000만원씩 총 11억5300만원을 돌려받지 못하는 미반환 금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김씨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세입자들로부터 걷은 관리비 3600여만원을 개인 채무 변제에 쓰는 등 횡령한 정황이 있다는 주장도 담았다.
전세사기 의혹은 김씨가 지난 7월 12일 살인·보험사기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임차인들은 사라진 김씨의 행방을 쫓다 그가 구치소에 수감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됐다. 세입자 중엔 숨진 지 2년이 지난 부인 이씨 계좌로 보증금을 송금한 사람도 있었다. 고소인 대표 이모(57)씨는 “김씨가 구속되기 전부터 일부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퍼졌다”며 “2020년에 계약 기간이 끝났는데도 여전히 보증금을 못 돌려받고 사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세 사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세입자가 많은 만큼 신속하게 집중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교통사고로 위장해 아내를 살해하고 수억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구속기소된 부동산업자 김모(55)씨가 운영하던 군포시 산본동 소재 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 앞에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보낸 등기 우편물 도착안내서가 붙어 있다. 손성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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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1부(부장 송인경)는 이날 김씨에 대한 살인 등 혐의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다. 검찰은 “마치 피해자가 운전 미숙으로 교통사고를 내 사망한 것처럼 꾸며 사망보험금을 수령한 뒤 전세보증금 반환 채무를 해결하는 등 경제적 곤궁 상태를 벗어나려 했다”고 공소사실 요지를 설명했다. 김씨는 이같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재판이 끝난 뒤 법정 앞에 선 피해자의 유족은 “언니가 돌아가시기 전부터 ‘(남편이)자꾸 인적 드문 이상한 길로 다닌다. 이러다 사고 나면 원통한 거 아니냐’는 말을 했었다”며 “그 사람(피고인)이 법에서 허용하는 가장 높은 처벌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10월 4일 오후 2시10분 2차 공판을 연다. 검찰은 2차 공판에서 피해자가 사망 전 신변에 위협을 호소하는 5분 분량의 통화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하고 싶다는 의견을 냈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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