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CVN-71)가 26일 오후 한국, 미국, 일본 3국의 최초 다영역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Freedom Edge)에 참가하기 위해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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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진화하는 전장 환경에 대비해 합동참모본부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국방부는 21일 합참 전략본부 산하에 '다영역작전부' 신설을 골자로 하는 직제 개편안(대통령령)을 입법예고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개편 취지와 관련해 "전장 영역이 확장되고 인지적 차원의 작전이 중요해진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군 당국에 따르면 다영역작전부는 군사적·비군사적 수단을 섞는 '하이브리드전' 담당 조직이 될 전망이다. 기존 작전본부 산하의 심리전, 정보·사이버 작전 담당 조직이 다영역작전부 산하로 이관되면서다.
이미 비물리적 군사 작전인 인지전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전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적 지휘부의 비합리적인 결정을 유도하고, 국제사회의 추가적인 군사 지원을 차단하는 작전을 아우른다. 수행 주체와 의도를 흐린 경우도 많다.
다영역작전부는 이에 더해 우주·전자기 영역 등에서의 작전도 담당할 전망이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해 발표한 ‘국방혁신 4.0’ 기본 계획에서 다영역 작전 수행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직제 개편안에는 기존 전략기획본부를 '전략본부'로 바꾸고 군사지원본부는 '전력본부'로 하는 명칭·기능 변경도 포함됐다. 작전본부는 변동없이 군사력 운용 임무를 맡는다. 민군작전과 계엄업무, 해외 파견 전투부대 운영 기능은 전력본부에서 작전본부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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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다영역 훈련 '프리덤 에지' 강화 측면도
군 당국에 따르면 한·미·일이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통해 올해부터 진행하고 있는 3자 군사 훈련인 '프리덤 에지'도 이런 다영역 작전을 실제 훈련으로 구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직제 개편은 시기적으로 미 정권 교체기를 맞아 한·미·일 간 합의했던 군사 공조를 공고히 이행하기 위한 측면도 있는 셈이다.
지상 전력에 해상·항공·우주 전력 등을 통합하는 다영역(multi-domain) 작전은 당초 미국이 중국·러시아의 해상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에 맞대응하기 위해 고안한 개념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서방 인공 위성 타격 위협이 불거지는 등 기술 발전과 맞물려 실전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 한·미·일 공군 수장도 21일 첫 화상회의 열고 향후 3국 공중훈련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공군이 밝혔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과 데이비드 앨빈 미 공군참모총장, 우치쿠라 히로아키(內倉浩昭) 일본 항공자위대 막료장이 참여했다. 3국이 공군 참모총장급 회의를 진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역시 미국의 정권 교체 변수와 관계 없이 3자 간 정례적인 훈련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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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국방장관회의 한·일만 있고 한·미 생략
이런 가운데 21일 아세안 확대 국방 장관회의(ADMM plus)에선 한·일 국방장관 회담만 진행한 것이 눈에 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아세안 측의 요청에 따라 이날 '당일치기' 회담 일정을 소화했는데, 일본의 나카타니 겐(中谷 元) 일본 방위대신과는 양자 회담을 하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는 별도 회담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는 한·미가 지난달 말 미 워싱턴DC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 등을 개최한 영향도 있지만, 미 정권 교체기 한·미 간 미묘한 분위기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장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서 약식 회담도 열리지 않은 건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오기 때문이다.
이는 차기 미 행정부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 한국 정부의 신중한 태도와도 연관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 한·미는 정보 판단을 일치시키는 한편 이에 대한 대외 메시지 발신, 군사적 대응 등에 있어 되도록 마찰음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 왔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유산을 이어가면서 차기 트럼프 정부의 안보 정책 변화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 추가 지원을 공식 확인했고, 비공식적으로 전술지대지 미사일인 에이태큼스(ATACMS)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것을 승인했다. 특히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에이태큼스 타격을 허용한 건 북한군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왔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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