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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드론으로 바라보는 세상

러의 ‘스텔스 킬러’ 방공망, 우크라 레저용 드론에도 뚫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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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 미사일 겨냥 레이더, 드론을 ‘새’로 취급

우크라는 1년간 드론 조종사 1만명 양성

러시아는 21일 모스크바 주변 4개 주요 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날 수도 모스크바를 겨냥한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 군의 전파교란으로 격추됐지만, 2명의 러시아 민간인이 다친 데 따른 조치였다.

전투기 보유 대수(臺數)에서 러시아에 10대1로 절대적 약세인 우크라이나는 현재 전장뿐 아니라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에 대해서도 드론 공격을 집중하고 있다. 물론 적지 않은 드론이 격추되지만, 모스크바와 군 기지들을 겨냥한 공격의 성공 건수도 증가한다.

지난 7월30일과 8월1일에는 3개 러시아 정부 부처가 들어 있는 모스크바의 한 청사가 사흘 새 두 번 공격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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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파손된 모스크바 시내의 엑스포센터 빌딩.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모스크바와 흑해 함대를 겨냥한 여러 대의 우크라이나 드론을 격추했다고 발표했다./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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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러시아가 수도 모스크바 주변에 집중 배치한 S-400은 세계에서도 최강의 방공 시스템으로 꼽힌다. 미국의 군사 전문 잡지인 에어포스 매거진에 따르면, S-400은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는 20마일(32㎞), 스텔스 기능이 없는 F-15EX는 200마일 밖에서도 탐지할 수 있다 (물론 F-35는 사거리가 최대 40마일에 달하는 공대지 미사일로 S-400을 먼저 파괴할 수 있다).

S-400 시스템은 7~8개의 발사대와 예비 미사일을 갖춘 러시아 국내 구입가격이 2억 달러에 달한다(2012년 러시아 언론 보도).

이런 고가의 ‘스텔스 킬러’가 우크라이나가 자체 생산하는 대당 1만1000달러(약1470만 원)짜리 ‘비버(Beaver)’ 자폭 드론이나 심지어 이보다도 더 조악한 수백 달러짜리 레저용 드론에 폭발물을 장착한 드론 공격에는 취약한 것이다. 왜 그럴까.

◇첨단 미사일 대응 목적…드론은 탐지 안 돼

모스크바 시 전체를 감싸는 A-135 구역은 1995년부터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 100기가 배치돼 있다. 자체 통제센터와 장ㆍ단거리 지대공 미사일 발사대를 갖춘 S-50M 콤플렉스도 이 구역 내에 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에서 이렇게 촘촘하게 대공망을 갖춘 도시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에는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드론은 모스크바의 방공 레이더에는 문자 그대로 보이지 않는다. 모스크바 방공망은 고속 폭격기와 크루즈ㆍ탄도 미사일을 요격하도록 디자인됐기 때문이다. 이 방공망은 새와 같이 천천히 낮게 나는 물체는 자동적으로 걸러낸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드론 같이 저속으로 낮게 나는 무인항공기(UAV)도 레이더의 탐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이할 정도로, 미봉적 대응에 그쳐”

하지만 현대전에서 드론이 매우 방어하기 어려운 대상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이슬라믹 지하드’ ‘하마스’와 같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드론 공격에 맞서 ‘아이언 돔’을 수개월에 걸쳐 업그레이드했고, 미국도 계속 드론 방어망을 확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전쟁 초기에 러시아가 발사한 이란제 샤헤드 드론의 공격에 시달리면서 서방의 지원을 받아 방공망을 보강했다. 지난 5월 말에는 당시까지 1190대의 샤헤드 드론 공격을 받아, 이 중 최대 930대를 격추(78% 요격률)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러시아도 시리아의 흐메이밈 공군기지를 사용하면서, 수많은 이슬람 테러 집단의 드론 공격을 받았다. 그런데도, 러시아가 2030년까지 보강하려고 하는 방공망 계획에도 ‘기이할 정도로’ 드론 탐지 프로그램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한다.

러시아는 드론에 대한 ‘체계적’ 대응보다는, 전장에서 쓰는 이동형 전술 대공시스템인 판치르-S1과 같은 복합 방어 시스템을 주요 건물 옥상에 설치하는 것과 같은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판치르-S1은 지대공 미사일 12기와 30㎜ 구경의 기관포 2문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과거 시리아ㆍ리비아ㆍ아르메니아 등에서 판치르-S1은 많은 경우 요격하려고 한 드론에 되레 파괴돼, 성능이 의심스럽다”고 분석했다.

◇”우크라 국민의 절반이 남는 시간에 드론 만드는 듯”

반면에, 우크라이나는 정찰용 드론과 선박 공격 및 기뢰 제거 목적의 해상 드론, 소형 폭발물을 장착한 레저용 드론과 수백 ㎞를 날아가는 자폭(自爆) 드론 등 온갖 종류의 드론과 재밍(Jamming)ㆍ반(反)재밍 장치 생산에 전념한다.

공군력에서 러시아에 절대적으로 밀리는 우크라이나로서는 비록 전투기 화력에는 훨씬 못 미쳐도, 저가(低價)인 드론 생산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 또 서방의 도움으로 강화된 우크라이나 방어망 위협에, 1000여 대 이상의 러시아 전투기가 지상에 발이 묶여 있다는 분석도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우리 돈 약 1조4500억 원의 예산으로, 40곳의 우크라이나 기업과 드론 생산ㆍ구매 계약을 맺었다. 이밖에, 민병대나 우크라이나 애국 단체들의 요청으로 작전용 드론을 만드는 소형 기업이 수백 곳이라고 한다.

또 우크라이나 정부의 지원 속에, 민간 단체들은 지난 1년 간 모두 1만 명의 드론 조종사를 양성했다. 앞으로 6개월 내에 1만 명이 추가로 배출된다. 올해 32세인 미하일로 페데로프 부총리가 우크라이나 내의 드론 생산과 조종사 양성을 조율한다.

그러나 정부 예산 외에 국내외 자산가들이 거액을 기부하고 정규군 외에 자원 민병대에서도 수요가 쇄도하면서, 최전선으로 온갖 드론이 쏟아지고 있다. 이 탓에, 드론의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질 정도라고 한다.

또 목재 프레임, 인공 지능 활용, 조용한 엔진, 3D 제작 등 계속 변하는 전장 수요에 따라 드론도 변신을 거듭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전장 수요가 국내 생산 능력을 넘어서, 전시 우크라이나인의 절반은 여가에 드론을 만드는 것 같다”고 전했다.

◇모스크바 공격에 주로 동원되는 ‘비버’ 드론

현재 우크라이나 측이 모스크바 등을 공격하는 데 쓰는 자폭 드론은 비버(Beaver)라는 이름의 자국 생산 드론이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미국의 UAV와는 달리, 드론의 뒤쪽에 큰 날개와 엔진이 있고, 앞쪽에 작은 날개가 양쪽에 달렸다. 휘발유를 연료로 쓰며, 항속거리는 800~1000㎞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는 불과 450㎞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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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스크바의 주요 건물 공격에 동원된 "비버" 자폭 드론. 세르히 프리툴라(사진)와 같은 우크라이나의 유명 인사들이 드론 생산을 위한 모금을 주도하고 있다./X(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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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모스크바에 대한 드론 공격은 지금까지는 ‘상징적’ 성격이 강했다. 공격한 드론의 수가 많지 않았고, 탑재 탄두도 소형이었다.

그러나 수 개월 내에, 우크라이나는 더 큰 탄두를 장착한 수백 개의 장거리 드론을 생산해 공격에 나설 계획이다. 그때쯤 되면, 러시아인들이 겪는 충격은 심리적 차원을 넘어 물리적 피해로 확대될 수 있다.

[이철민 국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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