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에서 관악경찰서와 관악구청, 지역상인회, 자율방범대 등 유관기관들이 특별 범죄예방 합동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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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관악구에서 성폭행 살해 등 강력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신림동이 “사건이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게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언론 보도 등에서 범행장소가 신림동 등으로 잘못 알려졌기 때문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울 관악구 OO동 목골산 한 등산로에서 30대 남성이 30대 초등학교 교사를 흉기로 폭행한 뒤 성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범행장소가 ‘신림동’, ‘관악산’으로 알려졌다. 신림동이 OO동의 법정동 명칭인 데다 목골산이 관악산 자락이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앞서 지난달 21일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 번화가에서 조선(33·구속)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사상자 4명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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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장소는 신림동 아닌 OO동
관악구에는 신림동과 봉천동·남현동 이렇게 3개 법정동이 있다. 이중 법정동 신림동은 구 전체면적의 50%를 차지한다. OO동을 포함한 11개 행정동으로 이뤄져 있다. 11개 동이 모두 ‘신림동 사건’으로 묶이다 보니 구 상당지역이 우범지대화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관악구 등 관련 기관은 전했다.
이에 신림동 주민들은 “왜 우리 동네 이름이 거론되냐”며 불만이다. 한 신림동 주민은 “범행 지역이 잘못 알려지면서 주민은 물론 이곳을 찾는 사람까지 불안감이 들게 하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했다.
지역 경제 침체도 걱정한다. 관악구는 그간 신림동 골목상권을 살리려 80억을 투입, ‘별빛 신사리 상권 르네상스’ 사업과 ‘별빛산책’ 행사 등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배달 시장에 맞춘 메뉴개발 등으로 참여 가게 평균 매출액이 오르는 성과도 났다. 하지만 잇단 강력사건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관악구 관계자는 “주민들은 안전에 대한 불안감에 집 밖으로 외출하지 않는 등 지역 분위기도 가라앉았다”라고 말했다.
20일 오후 성폭행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관악구 한 야산 등산로 입구에 2인 이상 동반 산행을 권고하는 구청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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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지역명에 '2차 피해' 우려
‘집값 하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악구는 강남과 가까운 데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해 신혼부부 등 3040 젊은 층이 선호하는 주거지역으로 꼽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외지인 아파트 매입 건수가 전달보다 5배 이상 폭증했다. 관악구 한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강력 사건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지면 이 지역에 집을 구하려는 사람이 줄고, 이러면 부동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강력사건에서 발생지역 표시를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2019년 경기도 화성시가 ‘화성 연쇄살인’ 사건 명칭에 문제를 제기한 뒤 경찰은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4월 가평군은 남편을 계곡물에 빠뜨려 숨지게 한 ‘가평계곡 살인사건’에서 가평을 빼달라고 경찰과 언론사에 요청한 적이 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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