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다시 들썩이는 것은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계절적으로 6~10월은 미국의 최대 휘발유 수요기간인 ‘드라이빙 시즌’이다. 여기에 하반기 경기침체 가능성이 줄고 있다는 점도 국제 유가를 끌어올렸다.
김경진 기자 |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지난달 주요 20개국(G20)의 경기선행지수는 전월 대비 0.11포인트 상승한 99.7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부터 8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높다. 중국 경제도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지난달 경기선행지수(100.8)는 전달 대비 0.25포인트 오르면서 기준선(100)을 상회했다.
공급이 제한된다는 점도 국제 유가를 끌어 올렸다. 최근 SPA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감산을 9월까지 연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감산 정책을 유지하면서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의 감산 기조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원유 공급망 차질도 이어지고 있다.
김경진 기자 |
그나마 원유 공급을 채워주었던 미국의 전략비축유도 바닥을 드러냈다. 미국 정부는 국제 유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지난해부터 사상 최대인 1억80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시장에 풀었다. 이 영향에 미국이 보유한 전략비축유(3억7200만 배럴)는 1983년 이후 40년 만에 최저치다. 미국 에너지부는 최근 전략비축유를 다시 채워 넣기 위해 600만 배럴 재매입 계획을 세웠지만, 국제 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이마저도 철회했다.
국제 유가를 자극하는 요인들이 쌓이면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최근 국제 유가 전망을 기존보다 높였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내년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봤고, 스탠다드차타드는 98달러로 예측했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 폭이 커진다. 미국 등 주요 통화 당국도 추가 긴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긴축 마무리를 예상했던 금융시장에 혼란을 줄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는 수입 부담을 늘려 경상수지와 국내총생산(GDP)에도 악영향을 준다. 경상수지는 지난 5, 6월 모두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액 감소 영향이 컸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유가는 물가 상승과 무역수지 적자라는 이중 부담을 한국 경제에 안기게 된다”고 했다.
정부는 주유소 기름에 붙는 유류세를 계속 깎아줄지 여부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지난 4월 말 연장한 유류세 인하 조치의 일몰이 이달 말에 돌아온다. 세수(국세 수입)가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종료해야 한다는 논리에 힘이 실린다. 하지만 7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687.8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보다 L당 100원가량 올랐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국제 유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유류세마저 환원할 경우 가까스로 틀어막은 물가가 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남준·김기환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