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로 두려움·공포 유발…흉기, 언어보다 명확한 결과"
서현역 일대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 서현역 AK백화점 사건 현장으로 경찰특공대가 들어가고 있다 2023.8.3/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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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원 문혜원 기자 =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복잡해지는 구조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분노 표출 방법으로 흉기 난동 등의 강력 범죄를 택했다"
최근 신림동과 서현역에서 발생한 '묻지마 흉기난동'의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같은 진단을 내놓고 있다. 사건에 따라 직접적인 원인은 차이가 있겠지만 두 사건을 관통하는 원인은 사회 부적응과 소외라는 설명이다. 이들 범죄를 '선진국형 범죄'로 분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이들과 사회를 연결해 주던 고리가 약화된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회적 안전망을 보다 포괄적인 형태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새겨 들어야 할 대목이다.
◇ 소외된 사회에 대한 불만, 불특정 다수 향한 '묻지마 범죄'로
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일 오후 5시55분쯤 경기 성남시 서현역에선 20대 남성 최모씨가 경차로 행인 5명을 차례로 친 뒤 흉기를 휘둘러 9명을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중 2명은 중상으로 위중한 상태다. 경찰은 최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처럼 불특정 다수를 노린 흉기 난동 범죄는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골목에서도 발생했다. 피의자 조선은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을 지나던 행인 4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3명을 살해하려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됐다.
신림동과 서현역 흉기 난동 발생 후 전국 곳곳에서 묻지마 살인을 예고하는 글들이 봇물 터진듯 올라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4일 오후 6시 기준 확인된 살인 예고글은 28건이며 이중 작성자 5명이 검거됐다.
4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오리역 인근에서 경찰 병력이 순찰을 하고 있다. 경찰은 ‘서현역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 후 온라인 공간에서 또 다른 ‘오리역 살인예고’ 글이 작성되자 성남시 분당지역에 인력 98명을 긴급배치 했다. 2023.8.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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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확한 결과 위해 '살인 예고와 흉기 활용'
한국교정복지학회에 따르면 이같은 분노범죄는 '선진국형 범죄 유형'에 해당한다. 사회가 고도화되고 빈부격차가 커진 반면 개개인의 사회 적응 능력이 약화되면 이는 분노와 일탈에 머무르기보다는 흉기 난동 등 범죄의 외양으로 표출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신림동 흉기난동의 피의자 조선은 범행 동기에 대해 "내가 불행해서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사회에 대한 원한과 분노를 표출할 때 힘의 우위를 점해 상대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흉기를 활용한 범죄가 늘었다"고 지적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전 한국범죄심리학회장)는 "이전엔 대화로 풀릴 문제가 최근엔 불특정 다수를 향한 분노 폭발로 이어지고 있다"며 "살인 예고가 타인에게 두려움·공포감을 유발하고자 하는 수단이라면 흉기는 언어 및 주먹보다 결과가 명확한 공격 도구"라고 말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신이 속한 사회 구성원들이 누리고 있는 자원 및 권리로부터 배제됐다고 느끼며 억눌린 욕구를 사회적 범죄로 내보이는 것"이라며 "무작정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기보다는 이들이 느끼는 박탈감에 입각해 해결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약화된 밀착형 복지 서비스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방역을 이유로 정신질환자 등 이웃들이 사회와 단절되자, 정기적인 약 복용 및 상담 등 이들을 위한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도 같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서현역 흉기난동 혐의를 받는 최씨는 대인기피증, 분열성 성격장애 등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지난 2015년부터 5년간 정신과 진료를 받으며 약을 복용했지만 최근 3년 동안은 치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시기 방역으로 인해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되며 정신질환 등을 가진 이들이 사회적 연결고리를 유지하는 경우가 줄었다"며 "오늘날 우발적 범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건 이들을 위한 복지서비스의 공백이 가시화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학 등 교육기관에선 집단 프로그램 등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지역 사회에선 경증 및 잠재적 위험 요소가 있는 사람들까지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지원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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