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8 (월)

이슈 드론으로 바라보는 세상

[르포] 장병 고충 해결할 삽탄장치부터 드론 잡는 기술, 함정용 무소음 초전도 엔진까지 쏟아졌다…국방과기대제전 가보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비즈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열린 제7회 국방과학기술 대제전을 찾은 시민과 군 관계자들이 전시품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선비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온이 33도가 넘은 지난 3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장(SETEC·세텍) 앞이 국방기술 산학연 연구자들로 가득 찼다. 전시장은 국내 연구기관과 기업, 대학들이 선보인 최첨단 국방과학기술로 가득 채워졌다. 이곳만 돌아봐도 미래 전쟁이 어떤 흐름으로 흘러갈 것인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한국의 국방과학기술에 대한 전 세계적인 주목도는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장갑차 레드백의 호주 수출이 결정됐고, 현대로템도 K2 전차 수출을 본격화했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가 발간한 ‘2022년 세계 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한국의 2017~2021년 방산수출 점유율은 2.8%로 세계 8위다.

방위사업청이 이날 개최한 제7회 국방과학기술대제전은 ‘무한 상상, 기술의 경계를 넘어’라는 주제로 열렸다. 상상의 영역에 있으면서도 현실로 다가오는 미래 전쟁을 대비하려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결과물이 많았다. 국방과학기술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과학기술을 살펴봤다.

조선비즈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주 이즈마일의 건물이 러시아군의 드론 공격으로 파괴된 모습. 이달 2일 우크라이나 공군은 간밤 오데사와 키이우를 겨냥해 발사된 러시아 샤헤드 자폭 드론 23기를 요격했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드론 전략기술 확보하라

전시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다양한 드론이었다. 특히 LIG넥스원은 소형 정찰·타격 복합형 드론과 수송용 멀티콥터형 드론, 다목적 무인헬기(MPUH)를 선보였다. 드론은 부품의 해외 의존도 높은 편인데, 모두 민관협력을 통해 90% 가까이 국산화시켰다.

전쟁에서 드론의 역할은 커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에서 드론으로 적국의 수도를 타격하거나 진격 중인 전차를 무력화하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드론으로 곡물창고를 공격하는 등 맞불을 놓고 있다. 한국 정부도 드론을 전장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올해 9월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한다.

조선비즈

LIG넥스원이 민관협력으로 개발한 소형 정찰·타격 복합형 드론과 수송용 멀티콥터형 드론./송복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형 정찰·타격 복합형 드론은 수직 이·착륙이 가능해 활주로가 필요 없고, 수평 고정형으로 날아가 시속 90㎞ 이상의 고속 비행이 가능하다. 드론에는 빛레이더로 불리는 라이다(LiDAR)가 장착돼 정밀한 비행이 가능하다. 드론 전면부 내부에 1㎏의 폭약을 넣어 목표물을 타격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개발한 수송용 멀티콥터형 드론은 40㎏ 이상의 물건을 적재할 수 있다. 특히 엔진과 배터리를 동시에 사용해, 한 시간 이상 비행이 가능하다. 라이다는 물론 전자광학(EO)과 적외선(IR) 센서를 탑재해 야간에서 운용할 수 있다.

드론 부품은 저가형으로 수출하는 중국이 거의 장악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보안 문제로 사용하지 않는 만큼 국산화가 절실하다. 윤남수 LIG넥스원 항공드론사업부 수석매니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방과학기술에서의 드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조차도 중국제 드론 부품이 휘어잡는데, 한국만의 기술을 얼른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비즈

위성 분야 업체 솔탑이 개발한 신호정보수집 초소형 위성 탑재체./송복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날리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드론 잡는 기술도 필수

한국을 침공한 드론을 잡는 기술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위성 분야 업체 솔탑은 초소형 위성에 활용할 신호정보수집 탑재체를 연구하고 있다. 우산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탑재체는 550㎞ 지구 저궤도에서 광대역 주파수 정보를 수집한다. 드론은 주로 400㎒에서 5.8㎓에 이르는 무선주파수(RF)를 신호로 사용하는데, 이 신호를 감지해 드론 위치를 파악한다. 솔탑은 편대 비행에 적합한 형태로 개발해 탑재체의 시공간 분해능을 높일 계획이다.

레이더 기술을 이용해 지상에서 드론을 감지하는 방법도 있다. 안티드론 솔루션 업체 토리스스퀘어는 능동형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기반으로 하는 ‘엘리야(Elijah)’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과 협력해 개발했다. 반경 12㎞까지 물체를 포착할 수 있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드론과 선박, 자동차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다. 최근 드론이 전차나 장갑차를 공격하는 전략이 나오는 만큼, 전차에 장착할 수 있는 ‘기동형 레이더’를 2025년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조선비즈

토리스스퀘어가 개발한 능동형위상배열(AESA) 기반 드론 탐지 레이더./송복규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드론을 탐지한 뒤에는 이를 무력화할 장비가 필요하다. 담스테크는 배터리 일체형 안티드론건을 선보였다. 총기 모양의 안티드론건의 무게는 5㎏로, 현재 대통령실 경호처와 경찰청, 육군, 해양경찰대, 보안등급이 높은 공공기관에 보급된 장비다. 1㎞ 상공을 비행하는 드론 주변으로 고출력 주파수를 쏴 적의 신호를 차단해 드론을 무력화시킨다. 빠른 드론을 소총으로 맞추기보다 전파를 이용해 드론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게 특징이다.

나인기 토리스스퀘어 본부장은 “국내는 아직 드론 감지와 관련된 기술이 성숙하지 못한 상황이고 한동안 투자 여력이 없었다”면서도 “드론은 과거에 본 적 없는 전쟁을 만들어내고 있고 최근엔 다시 중요성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국방 난제 해결하고, 군 생활 실속형 기술도 나와

국방 난제를 해결하고 군인들의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기술은 국방과학기술대제전의 다양성을 높였다. 방위사업청과 특허청은 미래전장 난제에 대해 아이디어 공모를 진행해 ‘소음흡수 재질로 제작한 해군 함정 프로펠러’를 제안한 성균관대 김준형씨와 ‘무소음·무진동 초전도 자기유체역학 추진 엔진’을 제안한 장두희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을 각각 특허청장상과 방위사업청장상에 선정했다.

산학연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장 책임연구원의 ‘무소음·무진동 초전도 자기유체역학 추진 엔진’은 올해 5월부터 미국도 기술개발을 시작한 만큼 연구개발 가치가 높다. 장 책임연구원은 “이 엔진은 해수에 자기장과 전자기를 걸어 추진력을 얻어 잠수함의 메인 엔진이나 보조 엔진으로 활용된다”며 “높은 수준의 자기장과 수전해, 배터리 기술이 필요해 과거 개발되다 중단됐는데, 최근 관련 기술개발이 많이 진전돼 다시 도전해볼 가치가 있어 아이디어를 냈다”고 설명했다.

조선비즈

3일 제7회 국방과학기술대제전에 전시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다기능성 생존 슈트와 드라이슈트./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소재 다기능 생존 슈트와 급속 삽탄·탈탄기는 군인들의 편리한 생활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은 경량·단열 특성을 가진 나노 다공성 소재 ‘에어로젤 블랭킷’을 적용해 극한의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경량 슈트를 개발했다. 이 다기능 생존 슈트는 우수한 기능을 기반으로 우의와 텐트, 위장 가리개, 침낭으로 사용돼 한 번씩 겪는 혹서기·혹한기 훈련에 빛을 발할 수 있다.

급속 삽탄·탈탄기는 사소한 부분으로 보일 수 있지만, 총기 기능 고장과 손가락 부상을 막아주는 실속형 발명품이다. 해당 제품은 현재 해군과 해병대에 납품 중인데, 손쉬운 삽탄이 가능해 반응도 좋다. 삽탄·탈탄기 제조업체 팔월삼일의 맹동주 대표는 “군 생활을 하면서 탄창에 총알을 넣는 과정에서 총기 고장은 물론이고 손가락 부상을 입는 경우를 수없이 봤다”며 “군인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한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송복규 기자(bgsong@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