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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공포를 몰고올까, 스릴러 연극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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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아이비(왼쪽)와 박지연이 손으로 연극의 제목인 '2시 22분'을 표현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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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공포심을 자극하는 스릴러물이라면 영화를 떠올리기가 쉽지만 '2시 22분'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연극이다. 2021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뒤 한국에서는 이번에 처음 무대에 오르는 이 작품은 초자연적인 현상에 휘말리는 한 가족을 다루며 속사포 같은 대사와 관객을 떨게 하는 음향효과 등이 돋보여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도 인기를 끌었던 연극이다.

새벽 2시 22분만 되면 집에 나타나는 혼령의 정체를 밝히려고 노력하는 제니 역할로 극을 이끌어가는 아이비(본명 박은혜·41)와 박지연(34) 두 배우는 "이번 연극은 모든 감각이 다 열려 있어야 하는 연기를 해야 하니 즐거우면서도 쉽지 않다"고 혀를 내둘렀다. 2010년 사이좋게 뮤지컬계에 뛰어들었던 두 배우는 이번 연극을 통해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연기에 도전한다.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변신해 '시카고' '레드북' '아이다' '물랑루즈' 등 다양한 뮤지컬을 거쳐왔던 아이비는 이번이 연극 무대에 서는 첫 시도다. "연습실 들어갈 때마다 차라리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외치곤 했다"며 웃은 아이비는 "대사량이 많고, 뮤지컬과 달리 무대 위에 서 있는 시간이 길다 보니 어렵긴 하지만 관객과 함께 끝까지 호흡한다는 느낌이 좋더라"고 말했다.

뮤지컬로 활발히 활동하다가 아이비보다 먼저 '리차드 3세'와 '햄릿'으로 연극을 해보긴 했지만 현대극이 처음이긴 마찬가지인 박지연 역시 "고전극을 하면서 발성이나 발음 부분을 배울 수 있었다면 이번에는 일상적인 대화를 쌓아나가는 연습을 해볼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작품은 전반부 대사들이 후반부 내용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 많아 빈틈없이 대사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마치 음악처럼 템포를 맞추는 데 신경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대 위에서 실제로 요리를 할 정도로 다양한 활동이 많은 극인 만큼 대사를 말하는 타이밍 역시 그만큼 중요해서다.

마술사 이은결이 참여할 정도로 특수효과는 물론 다양한 음향효과도 들어가는 만큼 이번에는 불가피하게 마이크를 쓰고 있지만 이들은 "다음번 연극을 할 때는 마이크 없이 스스로의 몸을 온전한 악기처럼 써보고 싶다"고도 입을 모았다.

또한 제니라는 캐릭터에 적응하는 것도 이들의 과제다.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초자연적 현상에 맞서야 하는 엄마지만 결혼과 출산 경험이 없는 두 배우는 주변에 열심히 묻는 중이라고 밝혔다. 아이비가 "제니는 결혼과 출산으로 자기 자신을 많이 잃은 상태다. 모성애를 아직 경험해본 적이 없어서 간접 체험을 하는 느낌"이라고 말하자 박지연은 "나중에 실제로 엄마가 되어서 이 역할을 다시 하면 어떻게 다를지도 궁금하다"고 보탰다.

새로운 연기를 하느라 고생하고는 있으나 2013년 뮤지컬 '고스트'에서 같은 역할을 맡은 뒤 친해진 두 사람이 다시 만나서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도 느껴졌다.

"인간의 감정 중 조금 피곤하거나 섭섭하기만 해도 가장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화라고 생각한다"는 박지연이 "언니는 남편과 싸우는 장면에서도 단순히 화를 내는 대신 자신의 안에서 오는 사랑과 두려움을 기반으로 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하자 아이비는 "사실 나는 내가 무대 위에서 화를 마음껏 내고 있다고 여기고 있었다"면서 "나야말로 연기 자체를 즐거워하며 다이내믹하게 감정을 보여주는 지연이가 어려도 존경스럽다"고 털어놨다.

번갈아 무대에 서고 있는 아이비와 박지연은 "무대 전환 하나 없이도 쫀쫀하고 급박한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연극"이라며 "1막에서 빈틈없이 진행되는 대사들이 2막에서 쌓여서 놀라게 되는 작품이라 여름철에 즐기기 딱이다. 처음 보면 모르는 것이 나중에 보이니 두 번 오시면 더욱 재밌을 것"이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이들이 나서는 '2시 22분'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9월 2일까지 공연된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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