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집중호우로 3만 헥타르(㏊)에 가까운 전국 농지에 피해가 발생해 농산품 물가가 들썩일 전망이다. 17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시민이 상추 등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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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집중호우로 3만 헥타르(㏊)에 가까운 전국 농지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그래도 역대급 무더위로 치솟은 농산품 물가가 더 들썩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0일부터 이날까지 농작물 침수 및 낙과 등으로 접수된 농지 피해 면적은 2만7094.8㏊로 집계됐다. 축구장(0.714㏊) 3만8000여 개에 해당하는 크기다. 지난해엔 풍수해로 한 해 4441㏊의 농지가 피해를 봤는데, 올해는 이미 일주일 새 6배가 넘는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지역별로 전북이 1만4569.8㏊로 피해가 가장 컸고, 충남(7832.6㏊), 충북(1802.1㏊), 경북(1636.6㏊), 전남(1195.5㏊)이 뒤를 이었다. 직접적으로 피해를 본 작물은 벼와 콩이 대부분이었다. 축사·비닐하우스 등 19.3㏊의 농가 시설도 파손됐다. 가축은 돼지 3000마리, 오리 4만3000마리, 닭 53만3000마리 등 총 57만9000마리가 폐사됐다.
피해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19일까지 충청권에 100~200㎜의 비가 더 내리고, 일부 지역 예상 강수량은 300㎜를 웃돈다. 앞서 정승환 농식품부 장관은 15일 집중호우 대응 상황점검 긴급회의를 주재하며 “충청·전북·경북 지역에 집중됐던 호우가 남부로 확대되면서 피해 면적이 수만 ㏊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농지 피해는 밥상 물가도 자극할 전망이다. 이미 전례 없는 무더위로 농산물 가격은 한껏 치솟은 상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시금치(4㎏) 도매 가격은 4만5620원으로, 전월 대비 180.6% 급등했다. 적상추(114.8%), 청상추(91.4%), 얼갈이배추(54.7%), 봄배추(37.2%), 주키니호박(33.4%), 토마토(30.9%), 무(25.9%)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이날 공개한 ‘7월 2주차 가락시장 주요 품목별 가격동향’에서도 전월 대비 158% 오른 상추(포기찹)을 비롯해 양상추·무·양파·대파·밤고구마 등의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 측은 “이번 주 주요 산지 집중홍수 피해로 상추 등의 출하량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여름철에 농산물 물가가 오르는 것은 불가피하다. 장마철엔 습도가 높아지고 일조량이 부족해지면서 채소 품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는 기록적인 집중호우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물가 상승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폐사된 가축 수가 적지 않은 만큼 축산물 물가도 오를 수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보통 수해가 지나가도 물이 빨리 빠지고 서둘러 영양제를 공급하면 영향이 크지 않은데, 올해같이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호우가 쏟아지면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장마철이 끝나도 가을 태풍과 9월 추석 등 계절적 상승 요인이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당분간 밥상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농산물 수급 관리에 집중할 계획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전반적으로 물가는 안정세를 맞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통상 8월에 태풍이나 폭염 등으로 인해 농산물 수급에 일부 애로가 있을 수 있고 9월 말엔 추석이 있다”며 “이럴 때는 명절 특수가 있기 때문에 대체로 일시적인 물가 상승이 있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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