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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시위와 파업

“의사 있는데 왜 진료 못 받나요?”…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에 환자들 ‘큰 불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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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첫날 전국 의료현장

부산 병원 2곳 모든 수술일정 연기

광주선 1000여명 상경파업에 동참

외래진료 못받은 환자 항의 소동도

“지방서 급하게 구급차 타고와 수술

간호사들 많이 보이지 않아 불안해”

“의사가 있는데 왜 진료를 못 받나요?”

13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총파업에 900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충남대병원은 이날부터 14일까지 예정된 외래진료와 수술을 연기하는 한편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경증인 입원 환자에게는 퇴원을 안내했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외래진료를 받지 못하게 되자 접수처에 항의하는 소동도 일어났다. 특히 먼 지역에서 올라온 환자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세계일보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산별 총파업 대회에서 인력·공공의료 확충,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해결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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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원 상당수가 파업에 참여한 양산부산대병원은 매우 한산했다. 보통 북새통을 이루는 입·퇴원 창구는 비교적 한가한 모습이었으며, 안내 화면 대기인원이 0명을 가리키는 때도 많았다. 외래진료 접수창구도 평상시와 달리 환자나 보호자의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첫날인 이날 의료 현장에서는 우려했던 대규모 진료 차질이나 수술 지연은 없었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외래진료가 연기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보건의료노조 산하 127개 지부 145개 사업장(의료기관)은 인력과 공공의료 확충 등을 주장하며 이날 오전 7시 파업에 돌입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대병원을 비롯한 부산지역 8개 병원과 2개 기관의 노조원 950여명이 이날 상경파업에 동참했다.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은 13, 14일 예정된 수술 일정을 모두 미뤘다. 두 병원은 입원 환자를 퇴원시키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광주지역은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광주기독병원 등에서 1000여명이 상경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병원은 필수인력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파업 동참을 위해 연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조합원만 파업에 참여한 병원은 그나마 혼란이 적었다. 보건의료노조 이대목동병원지부의 경우에는 노사 간 협의의 여지가 보이면서 이날 간부와 대의원만 참여하는 단계적 파업을 실시했다. 외래진료를 보러 온 이모(63)씨는 “전날 간호사들이 파업한다는 뉴스를 보고 예약이 취소되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며 “걱정과 다르게 진료받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건강검진을 받으러 왔다는 50대 김모씨는 “불편함은 없었고, 병원을 왔다가 파업 소식을 접했는데 간호사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궁금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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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병실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첫날인 13일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일반병동 병실이 텅 비어 있다. 부산대병원은 파업으로 환자 관리가 어려울 것이 예상되자 전날 대부분 환자를 퇴원 조치했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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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인 혼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환자들 사이에선 파업이 장기화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반병동 의료 인력이 다수 빠져나가면서 응급환자가 응급치료 후 입원이나 수술 등 2차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등 필수 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파업 참가자 규모가 큰 데다 다양한 직역들이 참여한 만큼 의료 현장 곳곳에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밤 모친의 심장박동기 교체를 위해 가족과 함께 병원을 찾은 공모(59)씨는 “지방에서 급하게 구급차를 타고 와서 오늘 아침 수술을 받았는데, 간호사들이 많이 보이지 않아서 불안한 마음이 있다”며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선 환자가 빨리 치료받고 안정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파업으로 지연되면 어떡하나 걱정되긴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은 파업으로 인한 진료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해 응급환자 수용 시 주변 병원이나 119상황실 등과 조율할 방침이다. 수술실과 일반병동 등에 의료인력이 부족하면 응급실에서 처지받은 응급환자가 이후 2차 진료를 적시에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일반병상으로 옮기지 못하고 응급실 병상에 환자들이 그대로 머물면 ‘병상 적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응급실을 운영하는 데 지금은 문제가 없다”면서도 “파업으로 인해 입원 병동과 수술실 등에 인력이 부족해지면 2차 진료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니 119와 인근 병원들과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눈앞을 가릴 정도의 폭우가 쏟아졌지만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는 오후 1시부터 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대회가 열렸다. 간호사를 중심으로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요양보호사 등 주최 측 추산 2만여명의 보건의료노조원들이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우비를 쓴 채 ‘간병비 해결 위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직종별 인력 기준 마련’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6차선 세종대로를 가득 채웠다.

발언에 나선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우리가 일하는 의료 현장은 지금 인력 대란이다”며 “신규 간호사의 52.8%가 1년 안에 사직하는 것이 현실이고, 인력이 부족해서 필수진료과가 문을 닫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 위원장은 “극심한 인력 부족, 비싼 간병비 해결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하라는 것이 어떻게 정치 파업이냐”며 “파업을 앞두고 보건복지부가 대화와 협상을 중단했다”고 정부를 향해 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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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복도에 놓인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관련 입간판 옆으로 환자와 환자 보호자가 지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최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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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간호사 1명당 환자 5명 기준 마련을” 정부 “인력 2배 늘려야… 장기적 접근 필요”

13일 파업에 들어간 보건의료노조가 정부에 요구하는 핵심 사안은 보건의료 인력 확충이다.

간호사 1명이 맡아야 하는 환자의 수가 선진국에 비해 많아 환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을 뿐 아니라 과중한 업무로 이탈하는 간호 인력이 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또 인력 확충을 통해 2015년부터 시행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하자는 것도 노조 요구다. 노조에 따르면 우리나라 일반병동 간호사 1명당 15.6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다. 이는 미국 5명, 호주 5.0∼5.3명, 일본 7∼10명과 차이가 크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이날 오전 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서 인력을 굉장히 적게 운영하고 있어서 간호사 1명당 5명과 같이 모든 직종의 인력 기준을 마련하자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 위원장은 “(상황이) 좋은 병원은 (간호사 1명당) 10∼12명이고, 중소병원이나 종합병원의 경우는 20∼30명, 40명까지 보는 데도 있다”며 “너무나 힘들게 일하고 있어서 신규 간호사가 들어오면 1년 이내에 50%가 넘게 사직을 해버린다”고 말했다.

이러한 간호사 수 부족에 대한 우려는 과거에도 꾸준히 지적됐던 문제다. 그러다 심각한 보건의료 인력난이 빚어졌던 코로나를 계기로 2021년 노조와 정부는 간호사 보강 등의 내용이 포함된 ‘9·2 노정합의’를 체결했다. 합의문에는 2022년부터 간호사, 의료기사 등 우선순위에 따라 단계적인 인력 기준을 마련하고, 2023년부터 간호사 1인당 실제 환자 수 기준을 시행하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구체적인 시기를 최종 확정하기로 한 내용이 담겼다.

정부 역시 보건의료 인력 확충 방향성에는 동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안)’을 발표하며 간호사 1명당 환자 5명으로 목표를 잡고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2배에 가까운 인력을 늘려야 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매년 간호대를 졸업하는 학생이 약 2만3000명이고, 단기에 간호사 1명당 환자 수를 맞추기 위해서는 추가로 매년 1만8000명 정도가 더 필요하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같은 방송에서 “간호대학을 2배 가까운 수준으로 늘려야 하는 건데 단기간에 쉽게 되는 건 아니다”며 “또 서울, 수도권에 확대를 하게 되면 지방의료가 붕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비수도권부터 단계적으로 시행을 한다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건비와 관련해서도 “인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재정도 많이 소요되는데 이 비용이 국가 예산에서 나가는 게 아닌 국민들께서 거기에 합당한 보험료를 부담하셔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준호·김나현·이정한 기자, 부산·광주·수원=오성택·한현묵·오상도 기자, 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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