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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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신고 없이 태어난 영·유아가 살해되거나 유기된 사실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출생 등록 체계와 아동학대 예방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출생 미신고된 영·유아는 2236명. 최근 수원 영아 살해 사건이 드러나기 전까지 출생 미신고 영·유아 피해 사건은 단순 사건으로 치부되거나 사회적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영·유아가 최근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부모 등 어른에 의해 살해되고 유기된 사실이 다수 드러나면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출산 후 법적으로 출생 신고가 안 돼 '투명인간'이 된 영·유아의 실태는 감사원의 영·유아 미신고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3월부터 진행 중인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에서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체계에 허점이 있는지 들여다봤다. 이를 위해 2015년부터 작년까지 8년간 출산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 사례가 있는지 조사했고, 미신고 영·유아가 2236명에 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감사원은 출생 미신고 사례 중 약 1%인 고위험군 23명을 추려 지방자치단체에 실제로 어린이들이 무사한지 조사하도록 했다.
아직 현장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드러난 일부 결과는 충격적이다. 23명의 소재를 추적한 결과 3명 사망, 1명 유기가 드러났다. 나머지 19명은 소재를 파악 중이다.
지난 8일 수원시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수원 30대 친모는 2018년과 2019년 출산한 두 명의 자녀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 영아 살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22일 오전 30대 친모 A씨에 대해 영아살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수원지검도 이날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해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3일 오후 2시 30분으로 잡혔다.
A씨는 2018년 11월에 넷째 자녀이자 첫 번째 살해 피해자인 아기를 병원에서 출산한 후 집으로 데려와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2019년 11월에도 다섯째 자녀이자 두 번째 살해 피해자인 아기를 병원에서 낳은 뒤 해당 병원 근처에서 목 졸라 살해한 혐의다. 2명의 자녀는 생후 하루 만에 변을 당했고, 성별은 남녀 1명씩이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녀가 3명이 있는 상태에서 자녀 2명을 잇달아 임신하게 되자 "형편이 어려워 키울 자신이 없었다"고 범행 이유를 밝혔다.
영아 시신을 냉장고에 보관한 경위에 대해서는 범행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남부경찰청은 A씨 외에 화성에 사는 20대 여성 B씨를 아동학대법상 아동유기 협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2021년 12월 말께 서울의 한 병원에서 아기를 출산한 B씨는 며칠 뒤 병원 근처에서 만난 익명의 타인에게 아기를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에서 아이를 데려간다는 글을 보고 아이를 넘겼다"고 진술했다. B씨는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어 유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아기 소재를 파악하고 있으며, B씨 진술이 사실인지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출생 미신고된 2200여 명 중, 비록 고위험군이긴 하지만 불과 1%(23명)에서 이 같은 패륜 범행이 확인돼 이 세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22일 오전 3시 20분 울산의 한 아파트 단지 종량제 쓰레기통에서 신생아로 보이는 영아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은 탯줄이 끊어진 나체 상태로 발견됐다. 숨진 채 발견된 영아는 감사원의 출생 미신고 영·유아 표본 조사와는 관계가 없었다.
감사원은 표본 조사에서 심각한 범죄가 드러나자 표본 사례에 포함되지 않은 전체를 점검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 중이다.
감사원이 검토하고 있는 조사 대상은 의료기관 출산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다.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신생아는 출생신고 전 예방접종을 위해 7자리 임시신생아번호가 부여되는데, 임시신생아번호는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신고 영·유아가 2236명이었다. 출생 미신고 영·유아를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641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470명, 인천 157명, 경남 122명 순이었다.
이날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산모) 인적사항을 입수해 (미신고 영·유아를) 추적조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신속하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출생통보제와 함께 익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 도입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지홍구 기자 / 강영운 기자 / 김희래 기자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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