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제 폭탄 없앤다던 정부, 세수 펑크 속 입장 바뀌나
‘실거주의무 폐지’ 안도 국회에서 표류…갭투자 등 투기조장 우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기획재정부 |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윤석열정부가 출범 이후 이어온 각종 세제 완화 정책의 영향으로 초유의 ‘세수 부족’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오면서,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부동산세를 원상복구시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주도로 마련된 ‘실거주 의무 폐지’ 법안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답보 상태에 빠져있는 등,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들이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표류하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
◇ 4월까지 국세수입 전년대비 33.9조 감소…종부세 공정시장비율 재조정 등 거론
기획재정부는 최근 월간 재정동향 4월호를 통해 4월 누계 총수입으로 국세·세외수입이 감소해 전년동기대비 34조1000억 원이 감소한 211조8000억 원, 진도율은 33.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29조 원 적자,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45조4000억 원 적자를 나타냈다. 이는 전월대비 8조6000억 원 줄어든 규모다.
소득세와 법인세에서의 세수 감소가 많았다. 4월까지 국세수입은 전년동기대비 33조9000억 원 줄었다. 소득세는 부동산 거래 감소 및 종합소득세 기저효과 등으로 8조9000억 원이 감소했고, 법인세는 지난해 기업 영업이익 감소 및 중간예납 기납부세액 증가 등으로 15조8000억 원 줄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여해 유류세 인하 등 일시적 세금감면에 대한 원상복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가적인 세법 개정을 통한 세수 확보는 없겠지만,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 재상향 등의 조치는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정부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를 5년 만에 종료시켰다. 개소세 인하는 경기 진작 차원에서 자동차 구입 때 최대 143만원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던 세제 지원이다. 6개월 단위로 일몰되는 조항이지만 2018년 7월 시행 이후 5년간 계속 연장되면서 한시 지원이라기보다 사실상 상시 지원으로 받아들이던 조치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사실상 부족해진 세수를 어떻게든 채워보려는 시도 중 하나로 해석됐다. 그러나 해당 조치로 인해 증대되는 세수는 약 5천억원 규모에 불과하다는 게 재정당국의 설명이다. 이에 종부세 공정시장비율이나 유류세 인하 조치 등의 다른 세수 증대 방안이 추가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는 현재 법이 허용한 최저한도인 60%로 낮춘 종부세 공정시장비율을 80%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를 얻어야 했으나, 공정시장비율 변동은 대통령의 시행령만으로도 가능한 부분이었다. 이에 정부는 시행령을 바꿔 공정시장비율을 끌어내림으로써 종부세 부담을 줄이고자 했다.
그러나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이뤄지며 종부세 기본공제 상향 및 세율 인하 등의 정책 목표가 달성됐다. 공동주택 공시지가 역시 고금리와 집값 고점인식 등이 겹치며 전년대비 18.6%나 낮아졌다.
추경호 부총리는 세수 확보 차원에서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80%로 재상향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전반적 세수 부담과 시장 상황을 종합해 추후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 ‘실거주 의무 폐지’ 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계류…“시장 회복” vs “투기 조장”
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폐지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지난달 30일 열린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 여야는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을 상정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 국토위원 사이에서 실거주 의무가 없어지면 갭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규제지역에는 실거주 의무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합의 처리에 실패하고 '계속 심사'로 결론을 미뤘기 때문이다.
정부는 연초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최장 5년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고 분양권 전매제한을 완화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시행령 개정 사항인 전매제한 규제는 지난 4월부터 최장 10년에서 3년으로 완화됐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실거주 의무 조항이 여전히 효력을 발휘해 반쪽짜리 규제 완화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에 국회에서는 실거주 의무를 완전 폐지하는 대신, 주택 처분 전까지만 실거주 의무를 충족하도록 하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안이 절충안으로 제시된 상태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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