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방통위 등에 따르면 KBS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려면 방송법이나 방송법 시행령, 한전 약관 중 하나를 개정해한다. 현실적으로 방송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게 가장 쉽다.
방송법을 개정할 경우 67조 2항의 ‘징수업무를 위탁할 수 있다’는 부분을 삭제해야한다. 다만 현재 여소야대인 국회 상황을 고려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전 전기공급약관을 고치려면 기본 공급약관 제82조 내 전기요금과 함께 청구할 수 있는 목록에서 TV 수신료를 삭제해야 한다. 하지만 KBS 동의 없이 한전 단독으로 약관을 고치면 위약금을 물게 될 수 있다.
반면 방송법 시행령의 경우 43조 2항에 ‘고유 업무와 고지 행위를 결합해 행할 수 있다’라는 조항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면 된다. 방통위가 안을 마련한 뒤 국무회의를 거치면 연내에도 실현할 수 있다. 시행령 개정에는 보통 5~7개월이 소요되지만, 개정안을 마련하는 데 대대적인 작업이 필요하지는 않은 점을 고려하면 3개월 안에도 가능할 것으로 방통위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시행령 개정은 법령안 입안, 관계기관 협의, 사전 영향평가, 입법예고, 규제 심사,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 심의,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 공포 등 절차를 거쳐 진행된다. 여권 입장에서 본다고 가정하면, 걸림돌은 방통위 내부 상황이다.
방통위는 한상혁 전 위원장이 면직 처분된 후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 3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여권 추천 위원인 김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이 시행령 개정을 밀어붙일 때 야당 추천 위원인 김현 위원이 이를 저지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위원회 안건 보고 시점이 늦어질 경우 시행령 개정 작업도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효재 대행은 오는 12일 비공개 위원 간담회에서 시행령 개정 검토 사항과 추진계획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KBS에서는 사장이 수신료 분리 징수 백지화와 자신의 거취를 연계하는 등 저항에 나선 형국이다. KBS 내부에서는 수신료 수입 감소에 따른 KBS 제작 역량 약화 등을 주장하고 있다. 수신료 분리 징수 시행 시 연간 약 7000억원이던 KBS의 수신료 수입은 절반 이하인 3000억원 대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재난방송 주관방송사 역할 등을 하는 KBS 기능에도 타격이 올 것이란 전망도 있다. KBS 측은 “미디어의 상업화 속에서 상업방송과 차별화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공영방송까지 상업화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민 여론은 수신료 분리 징수에 찬성하는 쪽으로 쏠려있다. 수신료 분리 징수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그동안 방만했던 KBS의 인력 구조와 경영을 합리화하면 공영방송의 필수 기능을 유지하는 데 별 지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국제적 모범 사례로 인식되는 영국 BBC는 수신료로 유지되는 경영 구조를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BBC는 글로벌 재정 위기였던 2010년부터 2017년 3월까지 수신료를 동결하고, 방만한 경영을 정상화하고자 2012년부터 5년에 걸친 고강도 비용 절감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이후 감사원과 의회 평가를 받은 뒤에야 수신료를 인상했다.
김민국 기자(mansa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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