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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서 무산된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 전액 삭감을 재추진하면서, 자영업자들과 소비자들 사이에는 지역 경제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행정안전부는 지역사랑상품권 사업을 제외한 2024년도 예산요구안을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각 부처로부터 예산요구안을 받은 기재부는 관계부처 및 지자체와 협의, 국민 의견수렴 등을 거쳐 정부 예산안을 편성해 오는 9월 초 국회에 제출한다. 지난해 행안부는 ‘2023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4700억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요구했고, 기재부는 이를 전액 삭감해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국회는 여야 대립 끝에 전년보다 3천억원가량 줄어든 3525억원을 최종 예산으로 편성했다.
예산 전액 삭감을 재추진한다는 소식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연일 ‘지역화폐’가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고, 자영업자 커뮤니티 등에서도 예산 삭감을 우려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서 9년째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아무개(44)씨는 “안그래도 작년에 10%에서 6%로 환급비율을 낮추면서 ‘수원페이’를 사용하는 사람이 줄었다. 꾸준히 사용해오던 단골들이 더 줄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신용카드로 인터넷 구매하면 당일배송도 해주는데, 굳이 우리 같은 동네 가게를 이용할 이유가 있겠나”라고 우려했다. 자신을 건설자영업자라고 밝힌 ㄱ씨는 “지역화폐는 사용기간이 3개월로 한정돼있어 시골노인까지도 필요한 물품을 골라 구매할 수 있고 지역시골 식당, 슈퍼 등에 매출이 활성화되고 부가가치세는 정부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고 지역화폐의 장점을 적었다.
지역화폐를 사용해온 소비자들도 반발한다. 인천에서 카드형 상품권인 ‘인천이(e)음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직장인 김아무개(26)씨는 “4인 가구다 보니 10% 캐시백 한도인 30만원씩 한 달에만 120만원을 써왔다. 외식을 하더라도 지역에서 하고, 쇼핑을 해도 대형마트가 아닌 시장에서 쓰게 됐었다”며 “지역 경제 촉진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예산 줄이면 아무래도 지역에서 소비할 유인이 떨어질 것 같다”고 했다. 전주사랑상품권 ‘돼지카드’를 사용해온 학부모 최아무개(46)씨도 “다른 지자체에 비하면 혜택이 그대로 유지돼온 편이라, 학원비나 병원비, 장보기 등에 연 200만원을 알차게 활용해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없어질까 봐 걱정된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10%를 환급받을 수 있는 게 정말 클 수밖에 없는데, 이게 없어지면 혜택 좋은 신용카드를 찾아봐야하나 고민”이라고 했다.
나아가 지자체 등에서 지역화폐로 청소년과 청년 등에 지급해오던 생리대지원금이나 교통지원비, 취업준비생 면접 수당 등도 줄어들거나 폐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초 경기도로부터 청소년 교통비를 지원받았던 대학생 ㄴ(21)씨는 “큰 액수는 아니더라도 지역 화폐가 다양한 계층도 지원하고, 지역 경제도 살리는 역할을 했다”며 “정부가 예산을 줄이면 지자체 예산만으로 지역화폐가 운영이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국비를 20~50%가량 지원받아 5~10% 할인된 가격으로 지자체가 발행해왔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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