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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1~3월)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이 1년 전에 견줘 제자리걸음을 했다. 소득이 늘었으나 높은 물가 탓에 가구의 구매력에는 변화가 없었다는 얘기다. 특히 고소득 가구(소득 상위 40% 이상)를 뺀 나머지 가구의 실질소득은 외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고물가 고통은 소득 수준에 따라 차별적이었다. 소득 격차가 더 커졌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1년 전보다 4.7% 늘어난 505만4천원이다. 소득의 가장 큰 비중(65.8%)을 차지하는 근로소득 증가폭이 8.6%에 이르렀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후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영업 실적이 좋았던 대기업에 다니는 임직원들이 올해 초 두둑한 상여금을 받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상용직 증가와 임금 상승 효과가 소득 5분위(상위 20%)에서 많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5%에 가까운 소득 증가는 고물가 탓에 빛이 바랬다. 물가 상승을 고려한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458만원)은 한해 전과 같았다. 명목소득 증가에도 가구의 구매력 자체에는 변화가 없었다는 뜻이다. 다만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실질소득이 전년 동기에 견줘 각각 2.8%, 1.1% 감소한 점을 염두에 두면 물가가 미친 소득 충격은 점차 완화되는 흐름이다. 지난해 하반기 5~6%대까지 치솟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들어 점차 하락한 영향이다.
그러나 고소득 가구(소득 상위 40% 이상)를 뺀 1~3분위 가구의 실질소득은 여전히 줄어들었다.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실질소득은 한해 전에 견줘 1.5%, 2분위 2.4%, 3분위는 2.1% 각각 감소했다. 특히 중산층에 포함되는 3분위(소득 상위 40~60%) 가구당 실질소득은 지난해 3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줄고 있다.
고소득 가구만 명목·실질소득이 크게 오른 탓에 분배 지표는 더 악화됐다. 소득 1분위와 5분위의 소득(균등화처분가능 소득 기준)을 비교한 올 1분기 5분위 배율은 6.45배로, 1년 전(6.20배)보다 크게 뛰었다. 연초에 대기업들의 상여금이 통상 지급되는 터라 1분기 5분위 배율은 연중 다른 시기보다 높게 나타나기 때문에 한해 전과 비교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해 4분기 5분위 배율은 5.53배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지출은 388만5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1.1%나 늘었다.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오른데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 등이 가구의 소비심리를 자극한 결과로 보인다. 실제 음식점·숙박(21.1%·동기비)과 교통(21.6%), 오락·문화(34.9%) 품목 등 외부 활동과 관련된 영역에서 지출이 크게 늘었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영향으로 연료비 지출이 23.5%나 증가한 것도 눈에 뛴다.
소득보다 지출이 더 많이 늘어나면서 월평균 가계 흑자액은 116만9천원으로 12.2% 감소했다. 실제 쓸 수 있는 돈(평균 소득에서 세금·보험료·이자비용 등 제외)이 지출보다 적어서 적자였던 가구 비중은 26.7%로 3.2%포인트 늘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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