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주는데 이자부담은 커져
늘어난 부채 못버텨 폐업 고민
유령사업장 영업 유지 편법도
상환유예 종료땐 부실폭탄으로
#. 서울 도봉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박모(35) 씨는 2018년부터 운영했던 가게를 이달 폐업하기로 했다. 애초 올 1월에 문을 닫으려 했지만, “사업자 대출액 4700만원가량을 일시 상환해야 한다”는 은행의 말에 시기를 늦췄다. 이 씨는 결국 가족들에게 돈을 빌려 상환 자금을 마련했다. 그러나 운영을 연장한 4달간 적자액은 약 500만원이 불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가게를 운영하긴 했지만, 결국 적자만 늘어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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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을 하고 싶어도 대출금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문만 간신히 열어 놓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그간 받은 사업자 대출을 일시에 상환해야 하는 부담탓에 이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3년간 자영업자 대출만 300조원 넘게 늘어난 상황을 감안하면, 부실 규모를 줄이기 위한 출구전략을 지원할 때라고 조언한다.
▶매출 하락에 이자부담까지...커지는 연체율=12일 한국은행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금융기관 자영업 대출 잔액은 사상 최고액인 1019조8000억원으로,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되기 전인 2019년 말(684조9000억원)과 비교해 약 335조원(48.9%)이 불어났다. 대출을 받아 가까스로 영업을 유지한 자영업자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코로나 팬데믹이 끝났어도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본격화한 고물가·고금리에 내수마저 얼어붙고 있다. 동시에 대폭 늘어난 자영업 대출의 이자 부담은 더 커졌다. 매출 하락에 이자부담까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달 실행한 개인사업자대출 평균 금리는 5.82%로 지난해 동기(3.78%)와 비교해 2.04%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영업 대출 연체율 또한 0.26%로, 2021년 말(0.16%)과 비교해 급증했다. 이마저도 2020년 4월부터 시행 중인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에 따라 감춰진 잠재 연체율이 포함되지 않은 결과다.
▶‘울며 겨자먹기’식 적자 영업까지=결국 늘어난 부채를 버티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폐업을 택하고 있다. 물론 이마저도 용이치 않다. 가장 큰 부담은 대출 상환이다. 사업자 대출은 사업 영위를 전제로 한 것이기에, 폐업 시 회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대출 종류 및 금융사에 따라 약정서 발급 등을 통해 만기를 연장해 주는 사례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기준이 일관적이지 않고 연체 기록 여부 등 조건을 따져 ‘울며 겨자먹기’식 영업을 유지하는 자영업자들도 흔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폐업 뒤 사업장 주소를 집으로 바꾸고 ‘유령 사업장’을 유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사업자 번호를 유지하는 편법으로 금융사가 폐업 여부를 알 수 없도록 해, 상환 독촉을 피하려는 것이다.
▶“자영업도 ‘구조조정’ 필요해”...부실 폭탄 우려에 ‘출구전략’ 필요성↑= 문제는 적자 영업을 유지하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게 되면 결국 부실 눈덩이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 자영업 대출 수요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이 취급한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312조3106억원으로 전월 말(311조7554억원) 대비 5000억원 가량 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올 9월까지 연장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하면 부채는 곧 ‘부실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적극적인 폐업 지원 등 출구전략을 통해 점진적인 ‘자영업 구조조정’작업에 돌입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 정부에서 소정의 폐업비 지원 등 출구전략을 추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부족함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자영업 부채 관리를 위해서는 폐업 자영업자 대상 대환대출 등 금융 지원의 범위를 늘리는 등 현실적이고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구조조정’을 추구하는 지원이 있더라도,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고용 지원 등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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