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일 양국이 어렵게 마련한 관계 개선의 추동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악재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외교술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또 정부가 국민으로 하여금 한일 관계 개선에 따른 '외교적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위급 전직 외교당국자는 "한국과 일본이 안고 있는 문제들은 워낙 양측의 기본 입장이 뚜렷해 짧은 시간에 풀기 어려운 게 대부분"이라며 "사전에 양측 외교당국이 세밀하게 조율해 사안이 서로 국민들의 감정에 기름을 붓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한일 간 비공개 협의를 통해 일본 정부가 매년 2월 22일 시마네현이 주최하는 '독도의 날'에 통상 참가시키던 차관급보다 격을 낮춘 인사를 보내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는 "한일은 지금보다 비공개·비공식 협의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때로는 양국이 악재를 관리하기 위해 외교상 '약속대련'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한일 간 악재를 눈에 보이는 '성과'로 극복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일본 전문가인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한일 관계가 개선되면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더 큰 외교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한일 관계가 좋아지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멈춘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재가동하는 것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통상적 순번을 감안하면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는 한국에서 개최될 차례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4년 만에 성사된다면 고조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속에서 비교 불가한 대북 영향력을 가진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주도 3개국이 북핵 불용과 한반도 평화·안정 메시지를 내는 모습을 만들 수 있다.
그는 한국이 확대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회원국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도 일본의 지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일본은 그간 이 문제(G7 확대와 한국의 참여)에 굉장히 부정적이었지만 앞으로는 자세가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일 관계 개선은 한국이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하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정부가 개선된 한일 관계를 바탕으로 2030년 부산엑스포를 유치하는 데 일본 측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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