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등 법적 처벌 어려우니 ‘사적보복’
“사적보복이 아닌 방식으로 피해회복 지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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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12년 동안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표예림(27)씨 지인을 자처한 이가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얼굴과 실명을 최근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수백만 회를 기록하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이처럼 ‘학폭 미투’의 대상이 연예인 등 공인을 넘어 일반인으로까지 번지는 배경에는 성인이 된 뒤에도 피해자들의 고통은 여전한 반면, 가해자 처벌은 공소시효 등의 문제로 쉽지 않다는 점이 깔려 있다.
지난 13일 유튜브 ‘표예림 동창생’ 채널엔 ‘학교폭력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지금은 볼 수 없는 해당 영상에는 학창시절 12년간 학폭에 시달렸다고 주장한 표씨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4명의 신상정보가 담겼다. 영상은 빠르게 퍼졌고, 가해자로 지목된 ㄱ씨는 미용사로 일하던 업체에서 계약 해지를 당했다.
표씨는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중 2명으로부터 해당 영상을 삭제한뒤 사과글을 게재하라는 내용증명을 받기도 했다. 표씨는 영상을 올린 ‘동창생’이 누군지 모른다는 입장이다. 표씨가 주장하는 학폭 피해가 거짓말이라며 비난하거나 반박하는 영상도 쏟아졌다. 표씨는 이런 영상 등에 충격을 받고 22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표씨는 지난달 <문화방송>(MBC) ‘실화탐사대’에 출연해 경남 의령에서 12년간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가해자들은 심하게는 변기통에 표씨 머리를 강제로 집어넣거나, 배를 발로 차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방송에서 카카오톡 메신저로 가해자들에게 직접 연락을 시도했고, 가해자들은 “요즘 나오는 드라마(더 글로리) 보고 뽕에 차서 그러는 거냐” “네가 표혜교냐” “남의 인생에 침범하지 말라” 등의 답장을 보냈다.
표씨 사건에서 가해자 실명과 얼굴 등을 공개한 이는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하지만 법적 처벌의 한계 탓에 처벌 위험을 감수하면서 사적 보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이 시간이 지나 가해자 처벌을 원한다고 해도, 폭력(5년), 특수상해(7년), 강제추행(10년) 등 공소시효가 길어야 10년이라 처벌이 어렵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전문인 노윤호 변호사(법률사무소 사월)는 23일 “성인이 된 피해자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공소시효가 지났다. 시효가 남았더라도 증거가 불충분하고 피해자의 기억도 흐려져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표씨도 지난 1월 일부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부분을 특수상해 혐의로 고소했으나, 증거 불충분 등으로 무혐의 처리됐다.
피해자들은 학폭의 경우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피해 사실 폭로를 가로막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달라고 요구한다. 표씨는 지난 10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학폭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폐지’와 ‘피해사실 발언을 막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 등을 요구하는 청원을 올렸다. 해당 청원은 공개 10일 만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부를 위한 5만명 서명을 달성해 현재 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다. 표씨는 청원에서 “성인이 된 피해자들이 뒤늦게나마 용기를 낼 때 공소시효가 가로막지 않게 도와달라”고 적었다.
하지만 공소시효 폐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도 2년전 헌법재판소가 한차례 합헌 판결을 내리는 등 당장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제때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법적 처벌을 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은 “정순신 사태 이후 학폭 예방 및 보호 조처가 도입되고 있지만, 현실은 피해자들이 가해자와 제대로 분리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성인이 된 뒤 문제제기에 나설 경우 피해자들이 오히려 어려움을 겪는 만큼 학교에 다닐 때 진정한 사과와 치유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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